기후변화 대응 위해 탄탄한 전문가 그룹 필요
  • 이건오 기자
  • 승인 2018.02.2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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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더라도 산업혁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는 100~30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 지금 당장 인류가 활동을 멈춰도 지구온난화는 당분간 계속 진행된다는 의미다.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대표, 국내 배출권거래제 '기업친화적인 제도'

[Industry News 이건오 기자] 파리협정 발효와 신기후체제 출범에 따라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의 의무를 갖게 됐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7위인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예상배출량 대비 37%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제출한 바 있다.

정부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5차례에 걸쳐 기후변화 종합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으며 2009년부터 녹색성장 관련 계획에 포함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2월 발표된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2017~2036)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효율적 기후변화 대응을 통한 저탄소 사회 구현을 목표로 저탄소 에너지의 보편화, 기후산업의 주류화 등의 다양한 정책을 수립해 국가 기후변화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 비전을 세우고 기후변화에 대응해 국제 사회에서 활발한 움직임과 영향을 끼친 때가 있었다.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이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인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 재임 시절이다. 

COP23 대한민국 파빌리온에서 연설 중인 유영숙 공동대표 [사진=기후변화센터]
COP23 대한민국 파빌리온에서 연설 중인 유영숙 공동대표 [사진=기후변화센터]

기후변화센터 유영숙 공동대표를 만나 기후변화와 관련한 국가적·국제적 대응 내용 및 향후 기후변화 전망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Q.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를 맡게 된 계기는?
환경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많은 국제회의에 참여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유엔환경총회(UNEP) 회의로 기억하는데 한 회의에 들어갔더니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국가 대표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유럽이나 미국도 아니고 환경이나 기후변화를 리드하는 나라도 아닌데 어떻게 좌중을 압도할 수 있을까 의아함이 들었다. 알고 보니 그는 10년 이상 같은 일을 해온 것이다. 이후로 우리나라 정부 시스템이 한 자리에서 꾸준하게 있을 수 없다면 학계나 연구계, NGO 등의 외부 전문가 그룹이 탄탄하게 성장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KIST에 돌아와서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제안을 받고, 환경부에 2년 있는 동안 기후변화 문제는 공을 많이 들였던 업무인데 당시 습득했던 것들을 사장시키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데 감사했고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기후변화센터 정책위원장을 함께 맡으면서 파리기후변화 협약 이후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 전이나 후로 연 10여회의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정책위원회에 속해 전문가 그룹 활동을 열심히 했다.

기후변화센터 유영숙 공동대표 [사진=솔라투데이 탄소제로]
기후변화센터 유영숙 공동대표 [사진=솔라투데이 탄소제로]

Q. 탄소배출권 등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산업계의 역할에 대한 의견은?
과거 기사에서 본 내용 중에 GE이라는 글로벌 기업이 ‘Green is Green’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기억나는데 Green은 환경과 녹색의 달러를 말하는 것이었다. 온실가스 감축을 없어지는 비용 측면에서 바라보던 때인데 GE는 이것을 투자로 생각했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향후 모든 기업 활동을 친환경적으로 하겠다 선언하고 ‘ecomagination’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이후 ecomagination 인증 제품들은 10배 이상의 수익을 남기는 매출 증대에 기여했고 더 많은 투자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국내 작은 규모의 기업들은 당장 어려울 수 있겠지만 많은 기업들이 비용이 아니라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 재생에너지, 온실가스 감축 등 국제적인 흐름에 선제적인 대응이 이뤄질 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리라 생각한다.

파리협정 체결 당시 니콜라스 스턴 경이 파리협정은 프랑스 혁명이나 산업혁명을 뛰어넘는 혁명을 가져올 것이고 에너지 분야에서만 2030년까지 최소 10조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는 글을 봤었다.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 향상, 개발도상국 지원 등 관련된 많은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본다. 국내 많은 기업들이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춰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Q. 기후변화와 관련해 수많은 국제회의에 참석했는데 대한민국의 활동 사항은?
환경부 장관 시절을 비롯해 많은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환경부에 있으면서는 녹색기후기금(GCF) 유치 및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를 만들면서 바쁘게 보냈던 기억도 있다. 최근 기후변화 및 환경 관련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어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정부 및 관계자들이 많은 일을 해왔던 것도 살펴볼 수 있었다.

최근에 열린 ‘파리협정 제6조와 동북아 탄소시장’ 세미나에서도 국가 단위로 이뤄지는 배출권거래제를 핵심 내용으로 다뤘다. EU, 미국의 캘리포니아 등이 선도적으로 조금씩 하고 있지만 한국, 일본, 중국 등이 대상이 되는 ETS는 아직 시기상조로 여겨진다. 배출량에 대한 모니터링·보고·검증인 MRV가 정확해야 하는 부분인데 아직 실효성 있는 단계에 있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등에서 정확한 MRV 정보를 내고 있는데 이것이 선제적으로 기구를 만들고 계속해서 성장해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파리협정 이후 모든 국가가 행동을 취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바로 투입이 될 수 있도록 성장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자랑스럽고 감사한 생각을 갖고 있다.

기후변화센터에서 추진 중인 기특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영숙 공동대표 [사진=기후변화센터]
기후변화센터에서 추진 중인 기특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영숙 공동대표 [사진=기후변화센터]

Q. GCF 유치 및 OECD 환경장관회의 의장국을 맡았던 경험이 있는데?
GCF는 당시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정부 및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GCF 구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글로벌 사회가 갖고 있는 고민을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내용을 앞세워 유치 활동에 뛰어들게 됐다. GCF 본부 유치 선언은 대한민국이 제일 처음 손을 든 셈이지만, 독일이 계속해서 준비를 해왔고 독일 본에 있는 UNFCCC에 영향을 받는 GCF의 특성상 독일이 유력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1년간 열심히 뛴 결과 GCF 본부가 대한민국으로 올 수 있게 됐다. 2012년 3월에 치룬 OECD 환경장관회의는 당시 담당과장이 OECD 사무국에서 의장국을 맡아달라고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에 흔쾌히 맡게 됐지만 그렇게 힘들 줄을 몰랐다. 그러나 힘든 것 이상의 보람이 있었다. 한 직원이 OECD 회원국이 돌아가면서 행사를 맡을 경우 130년 이후에야 차례가 돌아오는데 맡게 돼서 뿌듯하다고 표현하더라. 그 말에 공감한다.

Q. 환경부 재임 시절 배출권거래제를 만들었는데?
어렵게 시행한 자랑스러운 제도다. 환경부가 담당 부처가 되면서 각 부처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부분이나 국회를 설득하는 부분에서 환경부 공무원들이 많이 수고해 주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당시 담당국장 구두를 좀 사줘야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만큼 헌신적으로 설득한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는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여러 가지 제한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친화적인 가장 선진화된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잘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 가지 소개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최근 개최된 COP23에 갔을 때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Climate Action Award ‘Momentum for Change’라고 해서 UNFCCC가 작지만 환경 분야에 영향을 준 것에 상을 주는데 대한민국이 만든 ‘그린카드’가 선정된 것이다. 그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니 현재 1,500만장이 발급됐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이것도 시작할 때 스토리가 있다.

담당과장이 그린카드를 하겠다고 하면서 기안을 가져왔다. 전임 장관 때 대통령 업무보고까지 된 내용이라 토를 달 사항은 아니었지만, 내 지갑에 신용카드가 넘치는데 또 신용카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가 싶어 몇 장을 발급할 계획인지 물어봤다. 카드사에서 베스트카드가 되는 기준을 30만장으로 한다며 30만장을 말하더라. 그해 말에 60만장을 발급했던 기억이 난다.

카드 출시 이후 홍보하러 다니면 카드사 직원으로 오해 받을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금 1,500만장을 발급했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그린카드’로 탄소포인트 등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 많은 분들이 그린카드를 활용해 저탄소 활동에 동참하면 좋겠다.

기후변화센터 유영숙 공동대표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진=Industry News]

Q. 정부 및 주요기관이 기후변화,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및 신재생에너지 전환의 활성화를 위한 의견이나 제언 사항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방향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탈원전을 너무 성급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드는 부분도 있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지혜롭게 정리를 해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믹스 프로파일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

국제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2017년부터 30년간 원자력이 늘어나고 30년 이후로는 줄어드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중단기적으로 원자력이 늘어나는 추세와 비교해 성급하게 탈원전을 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유연하게 대처를 잘 하리라 생각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서는 확대는 하되 풍력이나 태양광 등을 무분별하게 하는 것은 조심해야 되지 않나 생각하고 아주 세밀하게 살펴보면서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배출권거래제도는 중국을 비롯해 우리 동북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하기에 서로 연계해 계속 협력하고 논의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북아 연계를 통한 시너지의 기대는 크지만 시간은 조금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속 시행착오를 겪으며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할 것이다. 어렵지만 계속 진행해 나가야 한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교육도 당장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도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을 초청해 교육하고 있는데 그것이 진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그들의 역량을 배양해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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