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블록체인으로 비출 후진국의 기후그늘
  • 인더스트리뉴스 기자
  • 승인 2018.07.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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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이 막혀있는 기후투자를 활성화 할 수 있다. 세 가지 효용인 투명성, 거래효율, 코인경제는 작금의 기후위협에 가장 큰 걸림돌인 투자활성화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 통해 막혀있는 기후 비즈니스 투자 기대

[고려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김성우 겸임교수] 최근 블록체인의 기후에너지 활용을 논하기 위해 글로벌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였다. 지난 6월말 개최된 ‘2018 미래에너지포럼’에는 세계적 블록체인 전문기관인 영국 UCL 블록체인 테크놀로지센터 설립자, 에너지 절감에 대한 보상 메커니즘 기반 사업을 하는 에너지마인 창업자, 이더리움 기반 신재생에너지 플랫폼을 개발한 리투아니아 위파워 공동창업자 등이 참석했다.

7월초에는 기후에너지 문제 해결 방안으로 블록체인이라는 디지털화 시대의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Climate Energy Summit Seoul 2018’이 개최됐다. 미국의 LO3에너지와 솔라코인, 스페인의 클라이밋코인, 호주의 파어레저 등 블록체인 기업의 설립자 및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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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가 촉발한 후진국의 기후 변화 피해에 대한 국제적인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사진=iclickart]

블록체인이 후진국 위한 기후변화 투자 이끌어
글로벌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실제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했다. 실시간 개인(P2P) 전력거래 현황을 확인하며 지역 내 이웃끼리 전기를 사고파는 시장을 만들거나 재생에너지 발전 시 가상암호화화폐로 인센티브를 주는 사업모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가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면 금전적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거나 에너지 절감형 제품의 사용을 촉진할 수 있는 사업모델도 제시됐다. 또한, 이산화탄소 토큰을 만들어 P2P 플랫폼에서 이해관계자들끼리 거래를 하고 이를 투자에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프로젝트도 소개됐다. 이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기후에너지 분야의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업모델이라는 점과 개념적 제안을 넘어 실제 글로벌 무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구체적 실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그 누구도 현재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최대 위기 중 하나인 기후변화의 피해, 특히 후진국의 피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에 집중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블록체인을 활용해 선진국의 에너지 거래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사업모델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블록체인의 후진국 활용’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고 있는 후진국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할 것이고,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에서 많은 투자를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이 기후 비즈니스 투자를 꺼리는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선진국의 산업화 이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 후진국의 몫이다. 2014년 S&P 발표에 의하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20개국의 대부분은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다. 문제는 이러한 기후피해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는 파리협정을 맺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설정에 합의했고, 연 1,000억달러 규모의 공공 및 민간 자금을 조성해 이러한 기후 위협에 집단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파리협정은 2015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 세계 195개국이 프랑스 파리에서 맺은 국제협약이다.

연 1,000억달러는 큰 규모의 자금이지만 기후정책안(Climate Policy Initiative)에 의하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연 1,000억달러의 10배에 달한다. 즉, 돈이 부족하다. 파리협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큰 이유 중 하나도 돈이 없기 때문이다.

기후투자 관련 공공부문 자체에도 돈이 부족하고,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민간과 공공 간의 갭이 크기 때문이다. 민간이 기후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투자규모가 너무 작아 거래비용이 높고, 투자대상국가가 너무 불안해 국가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 7월초 UN산하 세계최대 기후기금인 녹색기후기금(GCF) 이사회 문건에 올라온 ‘민간이 투자하지 않는 이유’도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민간투자자에게 매력적
블록체인 기술이 막혀있는 기후투자를 활성화 할 수 있다. 블록체인 활용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공공부문투자자 및 민간부문투자자가 후진국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는 돈의 흐름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투자 방식을 개발하면 후진국에 대한 공공 및 민간 투자가 늘어날 것이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자가 데이터를 공유하는 전자등기소와 같다. 등기소에 가서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지 않아도 우리 집 혹은 옆집에서 각자의 컴퓨터로 모든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볼 수 있고, 영구불변하며 위변조가 불가능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니세프는 국제 원조 활동에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유니세프는 블록체인 기반의 ‘도너코인(Donercoin)’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유니세프는 이를 통해 자선활동의 투명성을 강화할 목적이라고 했다. 이런 활용은 더 나아가 개인투자자도 채굴을 통해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다. 투명성이라는 블록체인의 효용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사례다.

거래의 투명성과 함께 거래효율제고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후진국에 투자하는 데 있어 블록체인 기술이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블록체인이 중간 기업(Middle Man) 즉, 한국전력 같은 회사를 전력거래 단계에서 없애는 역할을 하는데 후진국은 원래부터 중간 기업이 없어 오히려 더 유리한 환경일 수 있다.

이미 오픈바자와 같은 회사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상거래를 통해 기존의 전자상거래에서 중간 기업인 아마존이나 비자 같은 회사의 역할을 없애 소비자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코인경제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심리가 민간투자자에게 기후투자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도울 것이다. 우리가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블록체인이 좋은 기술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후투자 활성화 모델의 현실화
이렇게 블록체인의 세 가지 효용인 투명성, 거래효율, 코인경제는 작금의 기후위협에 가장 큰 걸림돌인 투자활성화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투명성 제고로 인한 공공부문 투자자의 증대는 국가리스크를 흡수하는 투자를 촉진해 민간부문 투자자를 더 유인할 것이고, 민간부문 투자자는 낮아진 거래비용 및 국가리스크 덕분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코인경제는 투자를 촉진하는 추가 촉진제가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블록체인 기반 기후투자 활성화 모델은 이미 현실화 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후진국에 공동투자를 진행하는 회사인 SEED가 그렇다. 코인가치상승과 거래투명성, 그리고 기후위협대응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이 집단으로 코인을 구매하고 회사는 이 코인으로 후진국의 태양광발전 및 폐기물처리 등의 사업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린다.

이 수익은 다시 개개인의 기후변화대응 행동을 유발하도록 코인의 형태로 개인에게 인센티브로 지급되는 선순환 구조다. 물론, 이런 개념이 반드시 성공하지 않을 수도 있고 거품으로 판명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선한 거품이라면, 그리고 그 거품의 방향이 옳다면, 그 잔향은 옳은 방향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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