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중심의 전기요금
  • 인더스트리뉴스 기자
  • 승인 2018.07.1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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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와 공급에 의해 실시간으로 변하는 시장중심의 전기요금이 IT 기술을 통해 소비자와 공유되면 요금상승을 바로 확인하게 되는 소비자는 전기사용 시간을 조절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 소비자 전기사용 늘면 원가상승 통해 요금상승으로 이어져

[파란에너지 김성철 대표] 노트북을 장만하려고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져보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모델을 정했다. 이제 가장 싸게 파는 매장을 찾아 다녔다. 그 중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의 장바구니 단추를 꾹 눌렀다. 약간 더 고민도 하고 바쁜 일도 있어서 다음 날 오후에 사려고 들어가 보았다. 앗! 가격이 올라버렸다. 여기저기 다시 검색했는데 전체적으로 올랐다. 지금 상태에서는 차라리 다른 매장의 물건이 저렴해졌다. 그곳의 장바구니를 누르긴 했지만 지금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된다. ‘어제 바로 샀어야 했는데···’ 후회를 하면서도 ‘내일은 다시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구매하기 버튼은 누르지 못했다. 이러다가 신모델이 출시되는 것 아닌가 자조하며 로그아웃한다.

수요측의 반응에 의해 요금은 달라진다. [사진=dreamstime]
수요측의 반응에 의해 요금은 달라진다. [사진=dreamstime]

노트북 같은 가전제품도 이렇게 실시간으로 판매가격이 바뀌는 세상이다. 주식시장에서 실시간으로 변하는 그래프를 보는 사람은 어떨까? 회사의 가치가 순식간에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것을 보며 긴장감이 생길 것이다. 그렇게 보면 기온도 매일 실시간으로 변한다. 미세먼지나 황사지수는 더 빠르게 변한다. ‘내 얼굴이나 건강도 이렇게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세상은 변한다. 온라인의 노트북처럼 농산물시장의 배추 값처럼 실시간으로 변하는 전기요금을 생각해보자.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중심의 전기요금은 어떤 일을 만들까? 에너지 소비자의 전기사용이 갑자기 늘어났다면 공급측면에서 추가로 전기를 더 생산하기 위해 발전기가 추가 투입된다. 연료비가 조금이라도 비싸서 사용하지 않았던 발전기였다. 전기생산의 원가는 올라가게 되고 원가상승은 실시간 요금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IT에 의해 소비자와 공유되며 소비자는 요금상승을 보며 당장 전기사용을 꺼린다.

여름철 퇴근해서 목에 땀과 때가 낀 와이셔츠를 세탁하려 한다. 내일 출근할 때 입고 가야 하니까.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돌리려고 시작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지금 전기사용자가 집중되어 요금이 꽤 높아짐을 확인한다. 버튼을 누르려던 손가락을 접으며 고민한다. ‘꼭 지금 빨 필요는 없지, 내일 아침에 입고 갈 옷인데. 이따 저녁 늦게 요금이 떨어지면 빨자.’ 똑똑한 생각이다. 그런데 모두 똑똑한 생각을 해버린 것이다. 늦은 저녁이 오고야 말았다. 똑똑한 사람들이 미소를 띠며 세탁실로 걸어온다. 하나 둘 세탁을 시작하고 사용량은 집중되어 오히려 아까의 요금보다 지금 요금이 더 높아진다. 다시 고민한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빨까?’ ‘우선 세탁만 하고, 건조는 새벽시간으로 예약해놓을까?’ 세탁기에서 셔츠를 꺼내 빨래비누를 문지르며 손빨래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돈 많이 벌면 되지, 그냥 세탁기 돌리자’, 어떤 사람은 ‘찝찝하지만 하루 더 입자’, 또 어떤 사람은 ‘내일은 꽤 중요한 미팅이 있으니 깨끗한 와이셔츠의 가치가 높아. 이 정도 요금을 낼만한 날이야’ 하며 비싼 전기를 먹으며 돌아가는 세탁기를 여유 있게 바라본다.

미국의 슈퍼볼 빅게임을 할 때는 국가 전력이 피크상황을 보인다. 모든 사람이 TV 앞에 앉아서 경기를 본다. 수시로 냉장고 문은 열었다 닫으며 맥주가 공급된다. 1년에 단 한번뿐인 경기를 놓칠 수 없다. 전기요금이 비싸다고 김새게 내일 승자와 패자를 알고서 녹화경기를 볼 것인가? 전기요금을 생각하며 김새게 냉장고를 끄고 미지근한 맥주 한 캔을 마실 것인가? 공급자는 슈퍼볼을 예상하며 발전기를 충분히 준비하고 비싼 연료의 발전기까지 돌리며 비싼 요금을 받는다. 기꺼이 지불하는 소비자로부터.

상대적으로 가을 밤에는 전기사용이 별로 없다. ‘시월에 마지막 밤’은 발전기가 남아돈다. 분위기 잡기 위해 음악방송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전기소비가 있겠지만 전체 전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냉방도 난방도 필요 없고 조명도 끄고 창밖의 선선한 가을 밤바람을 맞으며 별을 보는 시간이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한여름 낮 시간보다 훨씬 저렴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수요측의 반응에 의해 요금은 달라진다. 가격은 가장 강력한 시그널로 수요와 공급의 밸런싱을 일으킨다. 효율적인 전력계통운영이 가능해진다. 거국적으로 전력계통 안정화를 생각하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이 전기를 안 쓰는 시간에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시작’ 버튼을 누른다. 전기요금 떨어지는 소리와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섞인다. 나는 오늘도 밤에 세탁기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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