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폐패널 처리 위한 재활용 체계 마련된다
  • 이건오 기자
  • 승인 2018.10.0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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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에너지전환의 흐름에 편승해 태양광발전소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 역사가 길지 않아 사후처리를 비롯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2030년에는 수명이 다된 폐패널이 1,900톤, 2040년에는 8만5,000톤을 넘어설 전망으로 우리나라도 태양광 모듈 재활용에 대한 제도 개선의 요구가 많은 상황이다. 최근 환경부에서는 태양광 폐패널 등 23개 품목에 대한 EPR을 확대 적용하며 제도 개선 및 처리 방안을 내놨다.

EPR 도입, 재활용 방법·기준 마련 등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체계 구축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지난 9월 태양광 폐패널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주무 부처인 환경부와 산업부는 일제히 해명 자료를 냈다.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어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태양광 폐패널에 대한 재활용 및 폐기 규정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기존에 마련된 ‘폐기물관리법’을 비롯해 태양광 폐패널 적정 수거·재활용 체계를 재정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안에 태양광 폐패널 적정 수거·재활용 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던 환경부는 태양광 폐패널을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대상 품목에 포함시키고 재활용 방법·기준을 세분화하는 한편, 지자체·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태양광 폐패널 수거·처리 매뉴얼을 배포하고 현장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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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태양광 폐패널 등 23개 품목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확대 적용한다. [사진=pixabay]

환경부는 태양광 폐패널 등 23개 품목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확대 적용하고, 전기차 폐배터리·태양광 폐패널 재활용의 방법·기준 등을 마련하는 내용의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 및 ‘폐기물관리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10월 4일부터 40일 동안 입법예고한다.

먼저 태양광 패널 등 23종의 전자제품을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 및 유해물질 사용제한(RoHS) 품목에 추가한다.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은 포장재·제품 생산업체에 자사 제품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회수·재활용할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하고, RoHS(Restriction of Hazardous Substance)는 전자제품 제조 시 유해물질 사용을 제한하고 덜 유해한 물질로 대체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그간 EPR 및 RoHS가 적용되는 전자제품은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컴퓨터 등 27개 품목이었으나 이번에 태양광 패널, 탈수기, 헤어드라이어, 영상게임기 등 23개 품목이 추가되면서 총 50개 품목으로 늘어나게 된다. 환경부는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EPR 대상 품목을 모든 전자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2020년부터 이번에 확대되는 품목에 대한 재활용 의무량을 부과할 계획이나 태양광 패널의 경우 회수 체계, 전문 재활용 업체 등 재활용 기반이 마련되는 기간을 고려해 의무량 부과를 2021년 이후로 유예함으로써 업계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다만, 해당 업체는 2019년부터 확대 품목에 대한 출고량을 보고해야 한다.

이번 대상품목 확대는 2005년부터 모든 전자제품에 EPR을 적용하는 유럽연합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유럽연합은 2012년 폐전자제품처리지침(WEEE)을 개정해 태양광 패널을 EPR 적용 품목으로 추가한 바 있다.

더불어 환경부는 전기차 폐배터리, 태양광 폐패널의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재활용 방법 및 기준을 마련하는 등 미래폐기물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한다. 폭발성 물질(유기용제)과 유독물질(산화리튬 등)을 함유하고 있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지정폐기물로 지정하고, 분리·보관·운반방법·기준을 제시해 안전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한다.

또한, 유해성 논란에 따라 적정한 처리가 필요한 전기차 폐배터리 및 태양광 폐패널이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처리되도록 허용되는 재활용 유형과 재활용의 방법 및 기준을 제시한다.

환경부는 하위법령 개정과 함께 태양광 폐패널 및 전기차 폐배터리의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미래 폐자원 공공수거 체계를 구축하고 전문 재활용업체를 육성하는 등의 ‘미래폐기물 재활용 체계 구축 방안’도 추진한다.

우선 태양광 폐패널의 부적정 처리를 방지하기 위해 자연재해 등으로 갑자기 발생한 태양광 폐패널을 수거해 한국환경공단 폐기물사업소 등에 임시 보관할 수 있는 ‘태양광 폐패널 긴급 수거·보관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태풍으로 청도군에서 발생한 태양광 폐패널은 10월 1일부터 환경공단 대구 폐기물사업소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10월 중순에는 폐패널 긴급수거·보관 체계, 보관 장소, 상황 발생 시 대응요령 등을 담은 ‘태양광 폐패널 긴급 수거·보관 지침서(매뉴얼)’를 지자체와 태양광 사업자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부터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를 구축해 민간의 수거·재활용 체계가 활성화되기 이전 배출되는 태양광 폐패널과 전기차 폐배터리 등을 안전하게 수거·보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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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폐기물 전문기업 베올리아는 유럽 최초로 태양광 패널 재활용 시설을 구축했다. [사진=dreamstime]

거점수거센터에서는 가정에서 배출된 태양광 폐패널의 경우, 지자체 책임 아래 태양광발전소에서 배출될 경우 발전 사업자 책임 아래 ‘거점수거센터’로 수거해 재활용되도록 한다. 지자체에 반납되거나 폐차장에서 임시 보관하고 있는 전기차 폐배터리도 ‘거점수거센터’에서 수거해 기초검사를 거쳐 안전하게 보관하거나 재활용업체에 공급될 예정이다.

한편, 환경부는 태양광 패널 제조·수입업체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태양광 폐패널 회수체계 구축, 폐패널 재활용 기술개발 및 상용화, 전문 재활용업체 육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태양광 폐패널 회수·재활용 시범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환경부 최민지 재활용과장은 “이번 법령 개정은 부적정 처리 논란이 있었던 태양광 폐패널과 전기차 폐배터리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전기차 폐배터리를 ESS 제조나 희유금속 회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부가가치 높은 미래형 재활용 산업을 육성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산업연구원은 ‘사후 관리체계 구축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3가지 시나리오로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의 경제성을 분석했다. 3가지 시나리오는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없이 전량 매립, 태양광 폐패널 가운데 알루미늄 프레임만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매립, 물질 지원화 공정을 거쳐 태양광 폐패널을 처리하는 방안이다.

태양광 폐패널을 전량 물질 지원화하는 시나리오의 경우, 2020~2029년 동안에는 비용이 191억원, 사회적 편익은 111억원이었다. 비용 대비 편익이 1에 미치지 못하는 0.58에 그쳤다. 그러나 태양광 폐패널 발생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2020~2040년을 분석했을 때 회수물질 판매에 따른 수익과 온실가스 감축 등의 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왔다. 비용 대비 편익이 2.39로 충분히 경제성이 있음을 정리한 내용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럽은 태양광 폐패널 신고 의무화 등 법제화를 통해 이미 재활용을 하고 있고, 일본도 2016년 환경성 주도로 태양광 패널 재활용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었다. 일본의 경우 태양광 시설이 급증함에 따라 2040년경에는 폐패널의 양이 산업 폐기물 처분량 전체의 6%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이에 대한 대비를 꾸준하게 해오고 있다. 이에 태양광을 중심으로 에너지전환에 나서고 있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협의와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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