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폐배터리,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다
  • 정한교 기자
  • 승인 2019.11.0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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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 활용한 ESS 개발 사업 확산… 관리체계 및 규정 마련돼야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 참석한 195개 당사국은 ‘파리기후협정(Paris Climate Change Accord)’을 채택한다.

‘파리기후협정’은 선진국에게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하던 기존의 교토의정서에서 나아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95개 당사국이 모두 참여하는 2020년 이후 적용될 새로운 기후협약이다.

이후 온실가스 증가에 치명적인 역할을 하던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 대변화가 일어나며, ‘친환경’을 모토로 전기차 시장이 열린다. 이후 꾸준한 보급으로 확산되는 전기차 시장에 대해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를 연 1,100만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비네이 피팔사니아 연구원은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청사진은 ‘2019 제네바 모터쇼’에서 한층 진화된 모습으로 나타났다”며, “이들의 계획이 현실이 된다면 2018년~2025년 전기차 누적 판매대수는 3,800만대 이상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 역시 2012년 548대를 시작으로 2018년 2만9,632대를 보급하며, 6년 만에 5,300%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9년 국내에서만 7만8,981개의 전기차 폐배터리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iclickart]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9년 국내에서만 7만8,981개의 전기차 폐배터리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iclickart]

국내 폐배터리 시장, Recycling 보다 Reuse에 주목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역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구지선 연구원은 ‘전기차 폐배터리 활용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살펴보면, 에너지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2025년 용량기준 1,243GWh로 성장해 연평균 향후 46.7%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최근 관련 기업들이 주목하는 분야가 바로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이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전기차 배터리의 통상 수명은 5~10년으로, 전기차 시장이 2011년 본격적으로 형성되며 2020년이면 폐배터리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9년 국내에서만 7만8,981개의 전기차 폐배터리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지선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는 충전능력이 초기 용량 대비 70% 이하로 감소되면 운행상 이슈로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다”며, “70% 수준의 용량이 남아 있는 배터리는 재활용과 재사용 방식으로 재활용 방안 강구 필요”라고 설명했다.

폐배터리는 Recycling(재활용)과 Reuse(재사용)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Recycling은 배터리를 분해해 Cobalt, Lithium 등의 핵심물질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방식이며, Reuse는 폐배터리 상태를 평가해 ESS, UPS로 용도변경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외 자동차 완성업체가 적극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는 방식이 바로 Recuse 방식이다.

Recycling은 폐배터리 내 중금속, 독성 화학물질 등 유해물질 회수를 통한 환경편익 증진이 가능하고, 대부분의 재료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는 Recycling을 통해 안정적인 재료 확보가 가능하다.

구지선 연구원은 “현재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폐배터리를 각 지자체에 반납하고 있지만, 반납 이후 관리체계가 미비한 상태”라며, “안전하고 충분하게 확보하는 수집 및 운송 과정에 있어 어려움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Recuse 방식은 초기 대비 70% 이하 용량뿐인 배터리는 전기차에 다시 사용이 불가하지만, 용도 변경을 통해 3~10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배터리 Reuse 시 배터리 Pack 단위 뿐만 아니라 하위 단위까지 분해해 사용 가능한 장점이 있다.

구지선 연구원은 “Recuse 방식은 자원순환 제고, 비용절감 등의 긍정적인 부분이 있어 다수의 완성자동차 업체 및 기관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신규 배터리 가격 하락 및 폐배터리의 불량률·불안정성을 감안하고 폐배터리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9월 27일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 사업 공동수행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현대기아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9월 27일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 사업 공동수행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현대기아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 한수원과 폐배터리 Recuse 위해 ‘맞손’

국내 자동차 기업의 대표 주자인 현대차그룹은 한국수력원자력과 손잡고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 ESS 보급 사업 전개를 밝혔다. 국내 최대 규모이다. 현대차그룹은 한수원과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 사업 공동수행 협약’을 체결하고 2021년 말까지 총 10MWh 규모의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의 시범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양사가 공동 투자해 울산공장 내 구축한 태양광 발전시스템에 올해 11월까지 2M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하고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한수원이 구축 예정인 태양광시스템과 연계, 2021년 말까지 8MWh 급 에너지저장장치를 추가로 설치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에는 한수원의 수상 태양광, 도서 지역 풍력 사업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과 연계해 3GWh 급 세계 최대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 보급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LG화학과 MOU를 맺고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사진은 르노삼성 SM3 Z.E. 전기차 택시 배터리 교체 모습 [사진=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는 LG화학과 MOU를 맺고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사진은 르노삼성 SM3 Z.E. 전기차 택시 배터리 교체 모습 [사진=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 LG화학과 폐배터리 활용한 ESS 개발 협력

르노삼성자동차와 LG화학은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한 ESS 개발사업에 나선다. 르노삼성은 전기차 SM3 Z.E. 폐배터리 40대를 LG화학에 제공하고, LG화학은 제공받은 폐배터리를 새로운 ESS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전기차 폐배터리에 최적화 된 ESS를 2021년까지 구축 및 시험 운영할 예정이다. 르노삼성은 향후 르노 트위지 및 출시 예정인 전기차 ‘조에’의 폐배터리도 이번 사업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가 ESS로 재사용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가혹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안전성이 높은 특징 때문이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구지선 연구원은 “Recycling와 Reuse 방식 모두 폐배터리의 관련 법령체계의 구체화를 통한 안정적인 물량확보와 발화 가능성 등 안전성의 이슈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다”며, “Reuse 방식 폐배터리는 현재 완성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단계이며, 성능·안정성 등의 잔존가치 평가기술 체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상업적 활용을 위해선 배터리의 안전성 보증과 적정 가격 책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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