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만 불편했던 철도노조 파업, 명분도 실리도 없었다
  • 최기창 기자
  • 승인 2019.11.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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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인상안 정부 측 제안 수용… 근무체계 개편도 여전히 미지수

[인더스트리뉴스 최기창 기자]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파업이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쟁의대책위원회는 지난 11월 25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총파업 중단 명령을 내렸다. 철도노조는 지난 20일 9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고, 23일부터 진행한 집중 교섭을 통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에 따라 2019년 임금과 관련 총액 대비 1.8% 인상을 기록했고, 정률수당도 2019년 기준 지급표에 따라 2020년 1월부터 지급하기로 했다. 더불어 철도공사 교대제 근무체계 개편을 위해 노사와 국토부가 협의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임금 및 승진체계 논의와 임금수준 개선을 위한 저임금 공기업 인상률 향상 조정 등도 건의하기로 했다. KTX-SRT 고속철도 통합을 노사공동으로 정부에 건의하는 방안 역시 합의했다.

철도노조 조상수 중앙쟁의대책워원장은 “불가피한 5일간의 철도 파업이었다. 불편함을 참아 주시고, 철도 투쟁을 지지까지 해 주신 시민들께 머리 숙여 인사드린다”며, “안전하고 편리한, 공공성이 강화된 철도, 대륙철도 시대를 주도적으로 열어가는 한국철도를 만들기 위해 계속 국민과 함께 열심히 노력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전 조합원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마음으로 투쟁해서 만들어낸 합의”라며 굳건히 투쟁해 온 조합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명분과 실리 모두 없었던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사진=dreamstime]
명분과 실리 모두 없었던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사진=dreamstime]

하지만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는 지적이다. 우선 역대 두 번째로 낮은 53%라는 찬성률로 파업을 시작했다. 첫 단추부터 꼬인 셈이다. 게다가 파업 참가 인원도 출근대상자의 30% 내외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내부 의견조차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상태에서 파업에 돌입했다는 비판을 받은 이유다.

파업할 때마다 제기되는 ‘시민들의 불편’이라는 비난도 여전히 철도노조의 발목을 잡았다. 직장인들의 출퇴근 문제는 물론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대외적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기민하게 이뤄져야할 화물운송까지 차질을 빚어 시선이 곱지 않았다. 게다가 수능 이후 벌어진 파업이었던 탓에 대입을 앞둔 수험생들과 학부모도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그렇다고 철도노조가 이번 파업을 통해 실리를 거둔 것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철도노조가 얻어낸 임금 1.8% 인상은 사실상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당초 철도노조는 임금 4%대 인상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합의안에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인 1.8% 이상을 얻지 못했다.

또 다른 핵심 이슈였던 근무체계 개편도 아직 성과라고 평가하기엔 이르다. 노사와 국토부가 협의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부분과 관련해 파업의 핵심인 승무직과 다른 직렬의 온도 차가 드러나는 등 코레일 내부의 부정적인 기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애꿎은 시민들만 불편함을 겪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한 철도 업계 종사자도 “사실 주요 잠정 합의사항만 봤을 때는 철도노조가 무언가를 얻어냈다고 분석하기 쉽지 않다”며, “공기업은 임금 총액 자체가 결정돼있다. 다른 수당을 신설하면, 결국 누군가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어든다. 이 부분에 대한 세부 합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강신업 대변인 역시 “철도가 30∼70%가량 감축 운행하면서 시민들은 출퇴근길에 극심한 불편을 겪었고, 대입 수시 면접과 논술고사와 맞물리면서 지방에서 상경하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불안에 떨기도 했다. 시민의 편익을 위한 철도가 오히려 시민을 피해자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근무제 개편과 관련해 국토부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낸 것은 성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노‧사‧정은 조만간 근무체계와 인력충원 등을 놓고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입장 차이가 커 조율이 쉽지 않다는 것은 여전히 남은 불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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