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산업용 로봇 활용①-산업용 로봇 활용을 위한 3F 원칙
  • 김관모 기자
  • 승인 2020.01.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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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What, Fast, Flexible

[인더스트리뉴스 김관모 기자] 한국 제조업체들의 로봇 도입은 매우 적극적인 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산업용 로봇의 보급 대수는 약 32만 대(2018년 기준)에 이르고 있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19년 제조업 종사자 1만명 당 로봇대수는 한국이 774대로 싱가포르에 이어서 2위를 기록할 정도다. 이는 세계평균 99대보다 약 7~8배 많은 수치다. 하지만 이런 로봇의 도입이 스마트팩토리 구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019년 11월 발표한 ‘스마트공장 도입의 효과와 정책적 함의’에 따르면 2017년까지 국내 공장들의 스마트화는 37점에 머물고 있었다. 게다가 스마트화 수준이 높은 공장과 낮은 공장 간의 격차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욱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로봇 활용이 필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산업용 로봇 보급은 전세계 2위에 달하고 있지만, 스마트팩토리 보급율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사진=dreamstime]
한국의 산업용 로봇 보급은 전세계 2위에 달하고 있지만, 스마트팩토리 보급율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사진=dreamstime]

For What, 스마트팩토리와 로봇 도입의 목적부터 분명히

로봇 활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체크요소는 바로 What-Where-Why다. 어떤 현장(Where)에 무슨 산업용 로봇(What)을 두어서 자동화를 높일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동화를 넘어서 스마트화로 넘어가는 시기가 되면서 이제는 ‘Why'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다시 말해서 ‘왜 로봇을 도입하려고 하느냐’다. 어떤 목적과 결과를 위해 로봇을 활용할 것인가? 이 솔루션에 따라서 새로운 로봇을 도입할 수도 있고 기존에 있던 로봇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변형할 수도 있다.

로봇의 활용도는 조립용과 기계 가공, 입출하, 검사측정, 프레스, 수지가공, 용접 등 무궁무진하며, 공정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단순 자동화부터 스마트화까지 더욱 세분화된다. 이 모든 로봇들을 도입한다는 것은 비용이나 시간, 공간의 제약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많은 로봇업체 및 솔루션업체들도 자동화 및 스마트팩토리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구체화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를 위한 스마트팩토리, 자동화를 위한 자동화를 지양하라는 경고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문을 닫은 아디다스의 스마트팩토리인 '스피드팩토리(SpeedFactory)'다. 아디다스는 2016년 독일 안스바흐와 2017년 미국 애틀랜타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사례로까지 소개됐던 두 곳의 스마트팩토리는 모든 공정을 로봇으로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 제고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으면서 아디다스는 두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아시아로 복귀했다. 아디다스 상품의 90% 이상이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만큼 아직은 유통과 생산노하우에 집중하겠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아디다스의 스마트팩토리인 스피드팩토리(SpeedFactory). 아디다스는 지난해 4월 이 스피드팩토리의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무리 최첨단 로봇을 들인다고 해도 스마트팩토리 구축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사진=아디다스]
아디다스의 스마트팩토리인 스피드팩토리(SpeedFactory). 아디다스는 지난해 4월 이 스피드팩토리의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무리 최첨단 로봇을 들인다고 해도 스마트팩토리 구축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사진=아디다스]

따라서 현재 공장이나 업체가 가지고 있는 진짜 문제점과 해결책이 무엇인지부터 분명하게 객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반적으로 고려되는 점들은 △숙련노동자 부족의 대책 △근로 안전성 향상 △인건비 및 원가 절감 △빠른 투자회수율 △용도에 맞는 배치 △기업이미지 제고 등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서 “제조 로봇의 경우 업종별‧공정별 수요기업 맞춤형 표준활용 모델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평가하면서 “수요자 니즈를 반영해 ‘로봇활용모델’을 선행 개발한 후 개별 기업의 단위 보급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일본로봇공업협회를 통해서 ‘RoboNavi’라는 표준활용모델이 마련돼 운영 중에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맞춤형 표준 활용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로봇을 어떻게 배치하며, 로봇을 관찰하고 평가하면서 피드백을 제공하는 로봇 코디네이터의 육성도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또한, 미리 로봇을 구매하거나 만들어서 설치하기 전에 3D 시뮬레이션을 거쳐서 동적인 공정 과정을 미리 검토해보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로봇 업체나 솔루션 업체들은 이런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들을 갖춰놓고 있다. 이런 소프트웨어들은 3D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실제 동작 궤적이나 활동 모습도 미리 볼 수 있으며, 가공결과나 생산성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산업용 로봇 도입 실천가이드' 중
'산업용 로봇 도입 실천가이드' 중

Fast & First, 빠르게 먼저 변화하라

로봇 활용에 있어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현장의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자동화나 스마트팩토리로의 전환은 사업장은 전반적인 변화를 반드시 동반한다. 최근 로봇 산업의 발전과 함께 산업용 로봇의 진화는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사람과 로봇이 함께 작업하는 협동로봇 시장이 구축돼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현대로보틱스와 한화테크윈, 두산로보틱스, 로보스타 등도 이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최근에는 한 장소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물류로봇(AGV)이나 자율주행로봇(AMR)도 점차 보급되고 있다. 산업의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선 먼저 현장의 스마트화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2016년부터 ‘로봇활용 제조혁신 지원사업’을 추진해 2019년까지 63개 중소기업에게 383대의 로봇을 도입하고 로봇엔지니어링과 로봇활용교육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18년까지 38개 업체가 불량률을 74% 줄이고 원가를 54%나 절감시켰다. 특히, 산업 재해율은 기존보다 97.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성과를 이룬 기업들은 계약을 지속하거나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면서 경기의 변화와 관계없이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단순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를 넘어서 남들보다 앞서서 나아가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동욱 그룹장은 지난 2018년에 열린 ‘카이스트 국가미래전략 정기토론회’에서 “이제는 퍼스트무버 전략으로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며 딥러닝 개발사례에서 보듯이 장래 활용될 원천기술 전략을 수립한다"며 "당장 성과가 안 나오더라도 투자를 계속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CEO의 의지다. 로봇 활용에 성공한 업체들은 하나같이 CEO의 적극적인 태도가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도 ‘로봇 장점 활용 방안’ 보고서에서 “신기술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일정가격과 성능, 도입 임계값을 넘어서면 로봇 및 자동화 기술은 곧 폭발적인 속도로 번져나갈 것”이라며, “도입이 보편화될수록 이익은 감소하며, 자동화 기술을 실무에 도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업의 발전을 위해 즉각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로봇 장점 활용방안 [자료=보스턴컨설팅그룹]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로봇 장점 활용방안 [자료=보스턴컨설팅그룹]

또한, 제조업체들이 필요한 것은 빠른 데이터 수집이다. 정확하고 안전하게 로봇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현장의 노하우와 물품 및 인력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또한 이 데이터들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빅데이터 활용이 중요해지면서 클라우드와 엣지를 통한 공유와 예측 시스템의 활용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이런 이유다. 데이터의 수집과 공유는 IoT나 인공지능과 연계돼 산업용 로봇을 진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셋째로 신속한 매뉴얼 및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로봇이 도입된다고 해도 결국 작업자의 개입은 필수다. 따라서 직무 분석과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현장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자동화와 산업용 로봇은 스마트팩토리의 한 요소에 불과하다. 진정한 스마트팩토리를 위해서는 ERP와 MES, SCM 등 회사의 전사적인 시스템을 모두 스마트하게 변화시켜야 한다. 어떤 사업장에서는 단순반복 작업을 로봇이 대신해주는 역할을 맡기도 있지만, 고정밀 고위험도 작업을 맡거나 시스템을 평가하거나 직원과 더불어 협업하는 보완적인 기능을 담당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에 맞는 근로형태를 전환하고 스마트팩토리의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

Flexible, 로봇과 조화 이루는 유연함 가져라

로봇을 활용할 때 또 하나 고려할 점은 얼마나 현장친화적이며 노동친화적이냐다. 산업용 로봇의 도입으로 현장 대부분이 자동화나 스마트화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결국 작업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로봇을 사용하기 위한 교육훈련이 중요했다. 하지만 로봇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로봇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협동로봇의 등장으로 안전기술이나 협업 시스템이 중요해지고 있다. 고위험성이나 고노동성의 업무를 대체해주는 고전적인 로봇 활용 외에도 근로자의 업무를 지원하면서, 업무효율을 높이는 로봇 기술들도 늘어나고 있다.

로봇과 현장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인력의 재교육도 중요하다. [사진=dreamstime]
로봇과 현장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인력의 재교육도 중요하다. [사진=dreamstime]

이제 로봇의 패러다임은 근로자 삶의 질을 향상하고 교감하는 로봇으로 변모하고 있다. 예전보다 로봇 활용 방안이 다채로워진 것이다. 특히 협동로봇은 사람과의 제한거리가 없어서 직원이 해야 할 일에 맞춰 로봇을 재배치시키는 것이 용이하다.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열린 것이다.

게다가 로봇의 도입은 고급인력을 늘리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산업 현장의 스마트화가 직원들의 근속연수나 젊은 인재 고용에도 효과적이라는 사례도 늘고 있다. 3D 업무를 로봇이 대신 처리해주며 미래형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직원들을 고무시킨다는 것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015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로봇활용 제조혁신 지원사업’ 결과를 보면, 2018년까지 로봇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 35개소에서 신규고용이 평균 7~8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젊은 근로자들의 근속연수도 늘어났으며, 산업재해율은 97.8%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산업용 로봇을 활용해 스마트팩토리 도입에 성공한 한 회사 관계자는 "로봇 활용에 따라 회사 이미지가 개선되고, 젊은 직원들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의욕도 강해졌다"며 "로봇 작동과 관리를 위해 새로운 인력 수급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로봇과 조화를 이루는 인력 개발도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현재 로봇설치와 프로그래밍, 운영, 유지, 보수에 관한 교육이 너무 부족해 전세계적으로 역량 차이가 크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정책적 선택지가 없다면 기업이 적극 나서서 직원에게 고부부가치 기술을 재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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