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전기자동차 주행거리 늘리는 고용량 배터리 소재 개발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0.01.2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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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에너지저장연구단 정훈기 박사팀,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실리콘 기반 음극소재 안정성 높여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국내 연구진이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를 2배 이상 늘릴 수 있는 고용량 배터리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이병권) 에너지저장연구단 정훈기 박사팀은 기존 배터리에 사용되는 흑연계 음극 소재보다 전지 용량이 4배 이상 크고, 5분 만에 80%이상 급속충전도 가능한 실리콘 기반 음극소재를 개발했다.

현재 상용화된 전기차 배터리는 흑연을 음극 소재로 사용하고 있지만, 적은 전지 용량으로 인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주행거리가 짧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시행되고 있고, 흑연보다 에너지를 10배 이상 저장할 수 있는 실리콘이 차세대 음극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실리콘 복합체 합성 과정(물, 기름, 전분, 실리콘, 계면활성제로 유화액 제조로 마이셀을 형성시킨 다음, 가열과 탄화 과정을 거치면 탄소-실리콘 복합체가 형성된다.) [자료=한국과학기술연구원]
탄소-실리콘 복합체 합성 과정(물, 기름, 전분, 실리콘, 계면활성제로 유화액 제조로 마이셀을 형성시킨 다음, 가열과 탄화 과정을 거치면 탄소-실리콘 복합체가 형성된다.)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하지만 실리콘은 충·방전이 반복되면 부피가 급격히 팽창하고 용량이 크게 줄어든다는 단점을 보이며 상용화가 쉽지 않았다. 또한, 음극 소재로서의 실리콘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법이 제시됐지만, 복잡한 공정과 높은 비용 때문에 아직까지 흑연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KIST 정훈기 박사팀은 이러한 실리콘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물, 기름, 전분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값싼 재료에 주목했다. 각각 물에 전분을 풀고, 기름에는 실리콘을 풀어서 섞은 뒤 가열해 탄소-실리콘 복합소재를 만들었다. 튀김을 만드는 것과 같은 손쉬운 가열 공정을 통해 탄소와 실리콘 복합체를 단단하게 고정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충·방전 시 실리콘 음극재의 부피 팽창을 예방했다.

제조된 탄소-실리콘 복합체의 전기화학적 성능평가를 통한 용량·수명 특성 평가 결과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조된 탄소-실리콘 복합체의 전기화학적 성능평가를 통한 용량·수명 특성 평가 결과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복합소재는 기존 흑연계 음극 소재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용량(360mAh/g → 1,530mAh/g)을 보였으며, 500회 이상 충·방전에도 안정적으로 용량이 유지되고 5분 이내에 80% 이상 급속으로 충전할 수 있는 특성을 보였다.

이러한 특성을 보이는 이유는 탄소 구조체가 실리콘의 부피팽창을 억제해 실리콘 소재의 안정성을 높이고, 탄소의 높은 전기전도도와 실리콘 구조의 재배열을 통해 고출력 특성도 얻었기 때문이다.

본 연구를 주도한 KIST 정훈기 박사는 “옥수수 전분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활용하고, 복잡한 반응기 없이 재료의 단순 혼합과 열처리를 통해 탄소-실리콘 복합소재를 개발했다”며, “이러한 손쉬운 공정과 우수한 특성은 대량 생산과 상용화 가능성이 매우 크고, 향후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적용돼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 지원으로 KIST 주요사업과 기후변화대응개발사업 등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나노기술 분야 국제 저널인 ‘Nano Letters’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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