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수요 급증… 국내 배터리사 중국 시장 진출 기대
  • 이건오 기자
  • 승인 2020.02.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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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 이외 지역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국내 3사 10위 내 포진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국제적인 전기차 시장의 호황으로 핵심 부품인 전기차 배터리 또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도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탑티어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서의 실적이 부진했으나 지난해 12월 초, 중국 공업화신식화부가 발표한 ‘신에너지차 보급 응용 추천 모델 목록(2019년 11차)’에서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의 배터리가 포함된 전기차의 보조금 지원이 이뤄지면서 향후 국내 배터리사의 시장점유율 추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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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변경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으로 업계는 향후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dreamstime]

목록에 포함된 신에너지차종은 61개사 146종이다. LG·파나소닉(수입산) 배터리를 쓰는 테슬라 모델3,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장착되는 베이징벤츠 E클래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이 포함됐다.

국내 배터리 3사··· 중국 이외 지역 배터리 사용량 TOP10

지난해 기준, 중국 이외의 지역에 연간 판매된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한국의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각각 2위와 3위, 6위를 차지해 한국계 3사가 모두 TOP10의 지위를 이어갔다. SNE리서치가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집계된 배터리 사용량은 글로벌 76개국 배터리 사용량에서 중국에 출시된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을 제외했다.

지난해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의 연간 비중국산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50.6GWh로 전년 동기 대비 31.8% 증가했다. 파나소닉이 계속 1위를 유지한 가운데, 모든 주요 업체들의 사용량이 늘어났다. 다만, 한국 배터리사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중국계가 새롭게 부상하는 등 업체별로 성장 추이가 다소 갈리는 양상이 나타났다.

LG화학은 12.3GWh로 전년 대비 67.7.% 급증하면서 2위 자리를 지켰다. 삼성SDI는 4.1GWh로 22.8% 증가해 전년 4위에서 AESC를 제치고 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SK이노베이션은 2.3배 급증한 1.9GWh를 기록했으며 순위는 전년과 동일한 6위를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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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EV and Battery Shipment Tracker(판매량이 집계되지 않은 일부 국가들이 있으며 2018년 자료는 집계되지 않은 국가 자료를 제외함) [자료= SNE리서치, 2020년 2월]

3사의 성장세는 각 사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모델들의 판매 증가에 따른 것이다. LG화학은 아우디 ‘E-트론 EV’, 현대 ‘코나 EV’, 재규어 ‘I-Pace’ 등의 판매 급증이 사용량 증가를 이끌었다. 삼성SDI는 폭스바겐 ‘e-골프’, BMW ‘i3’ 등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사용량이 늘었다. SK이노베이션은 ‘니로 EV’와 ‘소울 부스터’ 등의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이 급성장세로 이어졌다.

배터리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파나소닉을 비롯한 일본계가 시장 평균에 못 미치는 성장률로 인해 모두 점유율이 하락했다. 반면 중국계인 BYD와 CATL은 세 자릿수 성장률에 힘입어 둘 다 점유율이 상승해 TOP10의 위상을 다졌다. 한국 배터리사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시장 평균을 월등히 넘어서는 성장률에 따라 모두 점유율이 올랐다. 다만, 삼성SDI는 다소 하락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중국 이외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3사가 확고히 입지를 굳힌 상황”이라며, “하지만 BYD와 CATL 등 중국계 업체들의 공세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CATL은 자국 OEM뿐 아니라 미니, 푸조, DS, 오펠 등 해외 브랜드들에 대해서도 공급선이 확대되면서 향후 비중국 시장에서도 입지가 대거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앞으로 국내 업계가 꾸준히 기초 경쟁력을 확충하면서 해외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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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연간 비중국산 배터리 에너지 총량에서 2019년 기준, 12.3GWh로 전년 대비 67.7.% 급증해 2위 자리를 지켰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전기차 시장 성장세 맑음, 한국 배터리는 과연?

업계에서는 최근 변경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바라보는 의견이 갈리며 향후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업체에 대한 보조금 액수 감소분은 소비자에게 전가돼 전기차 가격이 높아질 수 있으며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가격경쟁력도 사라진다. 이와 관련해 배터리 품질에서 월등히 우세한 한국 배터리 업체에게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기대가 높다. 이에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중국(창저우, 텐진, 난징)에 총 5~6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공격적으로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른 시선으로 현재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외국기업에 자국 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개방한 데에는 침체된 자국 내 전기차 시장을 일으키고 배터리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2021년 보조금 폐지 이전에 형식적인 조치를 취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절반으로 줄인 데 이어 2021년 말까지 완전 폐지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외국기업을 보조금 지급 목록에 포함시킨 것은 보조금 지급보다는 외국기업에 중국 시장을 개방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정책적 지원보다 외국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자국 내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최근 중국은 ‘신에너지자동차 산업발전규획(2021~2035년)’ 초안을 공개해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신차 판매량에서 신에너지차량(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 비중을 25%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는 2년 전 중국 정부가 신에너지차 로드맵에서 제시한 20% 목표치에서 더 높인 것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 안정성을 예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중국은 규제 변동성이 큰 시장이라는 점도 주목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로 한국산 배터리가 적용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 지급이 배제됐던 것과 같이 향후 중국 정부의 규제 및 시장 변화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대응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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