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만난 머신비전… "성장 가능성 주목해야"
  • 최기창 기자
  • 승인 2020.02.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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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비전 업계가 AI에 열광하는 이유

[인더스트리뉴스 최기창 기자] 제조업에 있어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특히 한국은 저성장과 저금리, 저출산 등 다양한 문제에 발목을 잡힌 탓에 산업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 AI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해답이다.

머신비전은 AI와의 접목이 가장 활발한 분야로 꼽힌다. 검사가 필요한 모든 공정에서 사용할 수 있어 활용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 성장 가치도 상당하다. 기존 제조업 불량 검사는 검사 장비를 이용한 머신비전 시장과 육안 검사 시장으로 나눠진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머신비전 시장은 약 107억달러(13조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육안검사 시장을 딥러닝 제품으로 교체한다고 가정하면, 액수는 훨씬 커진다. 머신비전 분야가 앞다퉈 AI 기술을 도입하는 이유다.

머신비전 분야가 AI를 접목해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사진=dreamstime]
머신비전 분야가 AI를 접목해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사진=dreamstime]

머신비전, AI로 한계 극복하다

머신비전 분야는 흔히 말해 ‘눈’이다. 그동안 사람이 육안으로 검사하던 것을 컴퓨터로 대체하는 시스템이다. 그만큼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변수가 많아 완전한 자동화를 달성하기 어렵다고도 알려져 있다. ‘공장 자동화’에서 빼놓을 수 없으면서도, 완벽하지 않던 분야였다.

과거 머신비전 시장은 이른바 ‘룰(Rule)’ 기반으로 성장했다. 양품에 대한 정의를 먼저 내린 뒤 양품이 아닌 것을 불량품으로 분류하는 형태다. 처음 도입됐을 때는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더욱 정확한 판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점이 드러났다. 산업이 세분화되면서 더욱 정밀한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기계와 자동차, 반도체, 전자제품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제품이 소형화됐다. 결국 ‘정밀화’는 무시할 수 없는 핵심 변수로 거듭났다. 정밀 부품을 빠르고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는 솔루션에 대한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라온피플 김종훈 부장은 “기존의 정의로 구분할 수 없는 불량품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비정형 불량”이라며, “어디까지가 정품인지 고민인 지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머신비전 업체들이 AI를 도입하기 시작한 이유다.

머신비전 업체 코그넥스가 무려 1억9,500만달러(약 2,300억원)라는 어마한 가격에 수아랩을 인수한 이유 역시 비슷하다. 코그넥스코리아 조재휘 지사장은 “머신비전에 딥러닝을 접목할 경우 정확한 비전 이미지 데이터 획득은 물론 정확하게 분석하는 기능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공정 데이터에서 더 많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인공지능 기법을 이용한 산업용 비전 시스템의 이미지 분석 성능을 향상하는 딥러닝 기술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머신비전 분야는 사용자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저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구축했다. 더불어 인수합병과 R&D 강화 등으로 내외적인 성장도 병행하고 있다.

오므론의 자존심, FH시리즈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거의 모두 갖춘 것으로 유명한 오므론제어기기는 머신비전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스탠드얼론 타입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안정성도 높으며, 별도의 PC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큰 특징이다.

오므론은 FH시리즈에 AI를 도입했다. FH시리즈와 AI의 만남은 ‘AI 파인매칭’과 ‘AI 필터’로 구현됐다. ‘AI 파인매칭’은 정상품의 특징을 학습해서 이상이 있는 부분을 검출하는 솔루션이다. ‘AI 파인매칭’을 활용하면, 더욱 정확하게 이물을 검출할 수 있다.

AI를 도입한 오므론의 FH시리즈 [사진=한국오므론]
AI를 도입한 오므론의 FH시리즈 [사진=한국오므론]

‘AI 필터’는 오므론이 과거의 경험을 축적한 노하우로 스크래치, 이물 등 대표적인 결함을 걸러내는 기술이다. 오므론의 제품은 스크래치와 이물 검사 등 다양한 재질과 조명 상태가 담긴 약 800만장의 데이터로 이미 학습이 완료된 상태다. 딥러닝 이후 나온 생산물에 오므론의 알고리즘이 결합한 형태다.

특히 ‘AI 필터’를 활용하면, 더욱더 쉽게 양품과 불량품을 판별할 수 있다. 딥러닝에 의한 판정으로 사람의 판단에 더욱 가까워지는 셈이다. 오므론의 정영석 팀장은 “종래의 판정 방식보다 과검출과 미검출에서 획기적인 향상이 이루어졌다”고 자신했다.

오므론 제품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라인업을 활용한 시너지 효과다. PLC 및 모션기능과 연결해 초고속 연속촬영 및 판단이 가능한 ‘플라잉 트리거’ 기술이나, 실시간 연속 보정으로 단번에 얼라이먼트가 가능한 ‘비쥬얼 피드백’ 기술이 그 예시다.

또한 오므론은 제조 산업 곳곳을 다니며 쌓은 노하우와, 현장력도 오므론의 강점이다. 머신비전의 영역만이 아닌 비교적 복잡한 기술들을 라이브러리를 통해 쉽게 설정하고 조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정 팀장은 “어렵게 느낄 수 있는 AI기술을 표준화된 UI를 통해 금방 설정하고 바꿀 수 있다”며, “품질보증과 수리 등에서 오므론은 확실하다. 앞으로는 AI관련 상품의 인력 고급화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아랩’ 품은 코그넥스, ‘AI 솔루션 도입’ 라온피플

코그넥스는 가장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회사 중 하나다. 머신비전과 AI를 꾸준하게 접목해 왔다. 지난 2017년 산업용 머신 비전을 위한 딥러닝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인 ‘비디 시스템즈(ViDi Systems)’를 인수했고, 2019년에는 수아랩도 품에 안았다.

이 과정에서도 R&D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글로벌 솔루션즈(Global Solutions)를 통해 최적화한 머신비전 시스템을 고안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로 업계의 선택을 받아왔다.

코그넥스 관계자는 “매년 전체 매출의 15%를 R&D에 쏟고 있다”며, “수원 연구소의 규모도 기존의 3배로 확장했다.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머신비전 시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dreamstime]
앞으로 머신비전 시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dreamstime]

코그넥스는 올해 상반기 중 In-Sight D900 비전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In-Sight D900은 공장 자동화 단계에서 기존 머신비전으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OCR, 어셈블리 검증 및 결함 감지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프로그래머가 아니라도 딥러닝 기술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조재휘 지사장은 “숫자를 읽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새로운 In-Sight D900를 통해 높은 신뢰성과 빠른 속도, 일관된 결과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라온피플은 설립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한 회사다. 라온피플 역시 머신비전에 AI 솔루션을 도입했다.

‘카메라모듈 솔루션’은 스마트폰에 장착하는 카메라모듈을 검사하는 솔루션이다. 기존에는 AI를 적용하지 않았지만, 2020년부터는 이미지 센서의 얼룩을 검사하는 분야에서 AI를 적용했다.

기존 룰 기반 머신비전은 비정형 불량 판독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다. 더불어 육안 검사도 함께 진행해야 했던 탓에 인건비의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라온피플 김종훈 부장은 “AI 머신비전을 도입하면, 기존 방식으로 검사하지 못하던 영역에서도 높은 정확도와 효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며, “기업은 생산성 증대 및 인건비 절감이 가능하다. 기존 방식에 비해 많은 장점이 있어 많은 기업들이 AI 비전검사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신비전, 제조업 넘어 미래로 향하다

그동안 머신비전은 외관검사 등 제조업에서만 크게 쓰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사뭇 다르다. 머신비전이 AI를 만난 뒤 쓰임새가 크게 확대됐다. 각 업체들도 그동안 쌓아온 머신비전 노하우와 AI를 활용해 영향력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코그넥스는 물류 특화 라인업 구축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 유통 시장은 ‘새벽 배송’이나 ‘신선 배송’ 등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코그넥스는 머신비전을 물류업에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머신비전을 통해 프로세스 최적화는 물론 화물 분류, 픽&플레이스, 재고 관리 등 모든 물류 단계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물류를 바탕으로 한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에도 활용할 수 있어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조 지사장은 “배송 단계에서도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어떤 물건을 폴리백에 넣어서 배송할 것인지, 혹은 박스에 넣어서 배송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결정에 따라 다르게 분류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결국 물류 분야에서 머신비전의 활용은 큰 의미가 있다. 아이템의 부피를 정확하게 측정해 분류 시간을 개선할 수도 있고, 처리량을 극대화해 궁극적으로 작업 전체의 물류 생산성을 향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AI와 만난 머신비전은 제조업을 넘어 다른 분야에서도 쓰임새가 커지고 있다. [사진=dreamstime]
AI와 만난 머신비전은 제조업을 넘어 다른 분야에서도 쓰임새가 커지고 있다. [사진=dreamstime]

또한 “머신비전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을 지속해서 개발해 다른 업체와 차별화되는 가치를 제공할 것이다. 업계 리더로서 비전 기술에 대한 고객의 관심에 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꾸준한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온피플의 도전도 단순히 제조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른바 ‘AI 스마트라이프 솔루션’이다. 라온피플은 산업현장에서 효과를 거둔 AI 비전기술을 비산업용 분야까지 확대했다. 특히 교통과 덴탈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 머신비전 분야의 확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은 컴퓨터가 분석한 것과 비슷하면서도 큰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컴퓨터가 1과 2라는 이진법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겹쳐 보이는 것이나 환경, 낮과 밤 등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다. 그만큼 구현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라온피플 김종훈 부장은 머신비전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AI와 함께하는 머신비전은 생활은 물론 국방, 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어떻게 진화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즐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AI와 만난 머신비전 분야가 인류의 삶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 수 있을지 이목이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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