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C컨트롤러 특집 2] 국내 CNC 컨트롤러 기술 혁신의 가능성, 신뢰성에 달렸다
  • 김관모 기자
  • 승인 2020.03.26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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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과 신뢰성도 외산보다 낮아… 정부와 업체간 협업이 절실

[인더스트리뉴스 김관모 기자]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규제조치가 시작되면서 한국 정부와 업체들은 제조업 분야의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CNC 컨트롤러 시장 역시 국산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분야 중 하나다.

현재 CNC 관련 시장의 대부분을 일본 화낙(FANUC)이 쥐고 있다. 그 나머지 시장을 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이나 지멘스, 하이덴하인 등 유수업체들이 포진한 모양새다. 이 비좁고 보수적인 시장에 국내 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으며, 조금씩 성과도 내고 있다. 하지만 대정부 차원의 관심 없이는 제대로 뿌리내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CNC컨트롤러의 국산 기술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낮은 신뢰도와 업계의 폐쇄성으로 기술 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dreamstime]
CNC컨트롤러의 국산 기술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낮은 신뢰도와 업계의 폐쇄성으로 기술 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dreamstime]

외산 점유율 절대다수…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세울 기술력 절실

사실 국내 공작기계시장은 오랜 시간 화낙에 익숙해져있다. 따라서 조작이 다소 복잡하고 어려워도 A/S망이 넓게 깔려있고 오랜 역사 속에서 검증과 신뢰를 얻어온 화낙 제품을 선호하게 된다. 따라서 화낙의 아성에 도전하는 경쟁업체들도 CNC 컨트롤러를 개발할 때 화낙이나 지멘스 등 익숙한 모델이나 방식을 벤치마킹하면서 고객들의 선호도를 얻고 있다. 또한, 커스터마이징 제품이나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거나 협업 체제를 이루는 방식으로 고객의 신뢰도를 얻어내기도 한다.

CNC 컨트롤러가 공작기계의 핵심부품이라고는 하지만, 단순히 컨트롤러만의 기술 발전만 필요한 것은 아니며 CNC 전반의 변화와 진화가 필요하다. 사실 국산 CNC 산업은 수요기업들에게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송희경 의원(미래통합당)이 작년 10월에 밝힌 자료에 따르면, 국산 CNC의 점유율은 2%도 채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NC 관련 국내시장 3억 달러 규모 가운데 대일 수입비중이 91.3%였으며, 이 중 화낙이 83%를 차지하고 있었다.

국산 CNC 컨트롤러 기술은 정부 지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1995년 중기거점사업을 시작으로, 2002년 차세대 신기술사업, 2005년 부품소재사업 등을 통해서 기술적 기반을 일부 확보했지만, 사업화 성과는 미진한 상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2017년 중소기업 정책 간담회를 가질 당시, 국내 기반산업 중 CNC 컨트롤러의 기술수준을 선진국 대비 60% 수준으로 측정했다.

또한, “국산 CNC의 기본적인 기능은 선진제품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특수·복합 기능과 신뢰성은 부족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기계연구원 송창규 CNC센터장은 “선진 CNC 장비에 비해, 국내 장비는 70~80% 정도의 기능은 따라잡은 것으로 보이나, 초고속, 고정도, 복합·다축 가공 등 하이엔드(High-End) 애플리케이션에 취약하고, 2축 CNC 선반, 3축 밀링가공기 등 중소형 저가 기종에만 적용중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송 센터장은 국산 CNC 컨트롤러가 시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 중 하나로 수입에 기술 및 가격경쟁력의 취약성을 들었다. 서보/스핀들 모터 및 드라이브 전체를 생산 및 공급해야 하지만, 전체 기술이 제대로 확보돼있지 않아서 일부 수입에 의존해 시스템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 게다가 선진업체들이 개발 비용을 충분히 확보하고 나면 구 모델들을 대거 낮춰버려서 국내 업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점도 지적됐다.

한국전기연구원 김홍주 정밀제어연구센터장도 “국내 기술은 NC 상위제어기의 경우, 두산공작기계가 90%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반면 컨버터, 서보, 스핀들은 다양한 용량의 라인업을 갖춰야 하는데 수요가 없다보니 현재 라인업이 없는 상태”라며, “국산화 CNC라고는 해도 국산 NC 상위제어기에 외국산 구동계가 결합된 방식으로 출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기술의 국산화는 갈 길이 먼 셈이다.

지난 2018년 당시 심토스에서 CNC 공작기계와 컨트롤러를 둘러보고 있는 참관객의 모습. 국산 CNC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외에서도 점차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
지난 2018년 당시 심토스에서 CNC 공작기계와 컨트롤러를 둘러보고 있는 참관객의 모습. 국산 CNC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외에서도 점차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

불신 받는 한국산, 신뢰도 높이는 게 제1과제

사실 한국의 CNC 컨트롤러 산업은 후발주자에 가깝다. 제조업 분야는 세계 5위권에 들 정도로 강국이지만,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가공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특히 CNC 기술의 집약체인 CNC 컨트롤러 기술은 일본이나 유럽 기업의 것을 따라잡기 버거운 실정이다. CNC 분야는 기술 보안이나 폐쇄성이 다른 분야보다 강하기 때문에 기술의 간극도 크다. 특히 CNC 시장 1위를 달리는 화낙은 인터뷰나 방문을 극도로 꺼릴 정도로 폐쇄형에 가까운 기술보안을 유지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국내 기술은 NC 상위제어기의 경우, 두산공작기계가 90%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현대위아 역시 아이트롤(HYUNDAI-iTROL)이라는 CNC 컨트롤러를 개발해 양산하고 있다. 반면, 컨버터, 서보, 스핀들은 다양한 용량의 라인업을 갖춰야 하는데 수요가 없다보니 현재 국내 업계에서는 라인업이 없는 상태다. 국산화 CNC라고는 해도 국산 NC 상위제어기에 외국산 구동계가 결합된 방식으로 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점은 국내업체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점이다. 김홍주 센터장은 “일본 제품은 오랜 역사와 수많은 유저의 검증을 통해 신뢰성이 누적돼있다”며, “신뢰성 있는 제품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CNC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도 “아무리 싼 가격을 바탕으로 다양한 옵션을 붙여도 고장이 나거나 사용하는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발생하면 금새 기존 제품으로 돌아선다”며, “비용도 수 억짜리 CNC 기계를 들이기 때문에 A/S나 신뢰가 가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미 외산 제품의 경쟁력을 따라잡기 힘든 상황 속에서 국내업계에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협업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규제에 따라 국내 CNC 차세대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인식 하에, 국내 주요기업의 공동투자로 전문기업(가칭 CNC코리아)을 설립하고 2024년까지 818억원을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2024년까지 CNC장비의 국산화율을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또한, 스마트 제조장비용 CNC 제어시스템 기술을 개발하는 '차세대 CNC 기술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럴 경우 현대위아나 화천기계, 스맥 등 대규모 수요기업들이 이 사업에 참여할 방침이어서 CNC와 컨트롤러의 국산화에 새로운 바람이 기대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김홍주 정밀제어연구센터장
한국전기연구원 김홍주 정밀제어연구센터장

<인터뷰> 한국전기연구원 김홍주 정밀제어연구센터장
"학교에서부터 국산화 CNC 활용 비율 늘려야"…

CNC 컨트롤러의 기술 발전과 관련해 한국전기연구원 정밀제어연구센터가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전기연구원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공작기계용 정밀제어시스템 제어기술’이라는 타이틀로 연구원 자체 사업비를 투자해 CNC 국산화를 수행했다. CNC는 NC 상위제어기(HMI, NCK, PLC)와 하위제어기인 서보모터/서보드라이브, 스핀들모터/스핀들드라이브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위제어기와 하위제어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솔루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모터를 제외한 전체 시스템을 개발했고, 개방형 플랫폼을 채택했다. 따라서 NC 상위제어기는 Linux 기반, 네트워크는 EtherCAT 기반, 모터/모터드라이브는 BiSS-C 기반으로 개발했으며, 서보드라이브, 스핀들드라이브, 에너지 저감을 위한 회생형 컨버터를 만들었다. 이렇게 개발한 CNC의 가공성을 시험한 결과 화낙 제어기와 동일한 성능을 얻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2020년부터는 국책사업으로 CNC 개발을 계속할 예정이다.

제조업체들이 CNC 컨트롤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CNC 컨트롤러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너무 과한 스펙을 가진 외국산 CNC를 사용하기보다는 범용성이 있고 특별한 기능을 요구하지 않는 국산 CNC 활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공작기계가 스마트팩토리의 핵심기기임을 감안할 때, 독립적으로 사용하기보다 네트워크화하고 조업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효과적으로 가공 품질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과 일본 제품과 기술이 CNC 컨트롤러 산업을 앞서가고 있다. 이와 비교해서 국내 기술의 발전은 얼마나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가?

일본 제품은 오랜 역사와 수많은 유저의 검증을 통해 신뢰성이 누적돼있다. 또한 폭넓은 A/S망이 구축돼있으며 대량생산이 가능해 가격도 싸다. 국내 기술은 NC 상위제어기의 경우, 두산공작기계가 90%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반면 컨버터, 서보, 스핀들은 다양한 용량의 라인업을 갖춰야 하는데 수요가 없다보니 현재 라인업이 없는 상태다. 국산화 CNC라고는 해도 국산 NC 상위제어기에 외국산 구동계가 결합된 방식으로 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전히 갈 길이 먼 셈이다.

CNC 컨트롤러의 국산화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앞으로의 장애요소는 무엇이며,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나?

신뢰성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개발의 단계에서 확보할 수 있는 신뢰성이 있고, 현장에 적용하면서 확보할 수 있는 신뢰성이 있다. 이 중 전자는 앞으로 예정돼있는 국가개발과제에서 확보할 수 있을 것이지만, 문제는 후자다. 현장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제조업체가 라인에 적용해서 검증해야만 한다. 장기간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은 CNC를 수요업체들이 채용하지 않기 때문에 악순환의 고리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국산 CNC를 장기간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플랜트와 같은 별도의 기반 조성 사업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초기에는 외국산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얻기 어려우므로 스마트팩토리 보급 사업처럼 보조금 정책 등 보급 사업이 필요하다. 또한 외국산 CNC에 익숙해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부터 국산 CNC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기능사 시험에 국산 CNC를 적용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보급 초기에 AS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AS 조직을 갖추어야 하며, 전력소자와 정밀엔코더, MCU 등 CNC를 위한 핵심 소자의 국산화 기반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기계연구원 제조장비연구소 송창규 CNC센터장
한국기계연구원 제조장비연구소 송창규 CNC센터장

<인터뷰> 한국기계연구원 제조장비연구소 송창규 CNC센터장
"사용자의 신뢰성 높여 악순환 끊어내야 산다"...

CNC컨트롤러 기술 발전과 관련해 한국기계연구원의 제조장비연구소가 하는 역할과 활동은?

한국기계연구원은 국가적으로 전략 육성이 필요한 핵심 제조장비와 부품 산업 기술을 개발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제조장비연구소를 작년 9월 발족했다. 이 연구소는 국가 핵심 장비 및 부품 기술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부터 전략 수립, 기업 기술 지원, 전문 인력 양성까지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주기 기술을 지원하는 ‘기술 공급기지형 연구소’로 운영될 예정이다. 제조장비연구소 산하에는 CNC센터, 전략기획단, 신뢰성지원단, 기술지원단의 1개 센터, 3개 단이 있으며 이 중 CNC센터는 산‧학‧연 협업을 통한 차세대 CNC 개발 및 사업화를 추진하고 CNC 전문가를 육성하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대일의존도가 90% 이상인 공작기계용 CNC를 국산화 하는 사업의 기획을 총괄했고, 정부도 이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해 예타면제사업으로 지정한 바 있다.

CNC 컨트롤러의 국산화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앞으로의 장애요소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산 CNC 컨트롤러의 문제는 국내 수요업체인 공작기계 제조업체들의 신뢰 부족과 일본산 CNC에 익숙한 사용자의 기피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수년 전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공작기계업체들은 국산 CNC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용자 요구가 40%, 신뢰성 미흡이 30%라는 답변을 한 바 있다. 시장점유율이 낮아서 신뢰성을 높일 수 없고 이는 다시 점유율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조만간 착수하게 될 국산 CNC 개발사업에서는 이러한 원인파악에 근거해서 모터, 드라이브 등의 구동계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을 통한 신뢰성 확보 및 수요확대에 의한 가성비를 높이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국산화 강화를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작년 7월 일본이 반도체 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할 때, 다음 규제될 수 있는 유력한 품목으로 CNC 공작기계도 거론된 바 있다. 공작기계 업계에 따르면 실제 CNC컨트롤러의 수입이 제한되면 막대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한다. 따라서 CNC 컨트롤러의 국산화는 단순한 수입대체 이슈가 아니라 한국 제조장비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핵심 이슈다. 또한 수출 규제의 문제 이전에도 제조시스템 패러다임 전환기인 현재에 제어기 기술 확보 요구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해외 선진기업에의 의존이 더욱 심화·고착되면서 제조업 전반의 취약성 심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이러한 인식하에 CNC 국산화 사업을 추진했고, 2020년 상반기에 론칭을 앞두고 있다. 역시 가장 큰 도전과제는 국산 CNC컨트롤러에 대한 사용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는 방안 및 전략 확보다. 그래서 산업통상자원부 기계로봇장비과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첨단생산장비PD실에서는 몇 가지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CNC센터에서도 함께 참여해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공개된 지면상에서 상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구동계의 라인업의 확충과 지능형 HMI 개발 등 기술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라는 정도다. 그리고 신뢰성 확보 및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맞춤형 전략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공급업계와 수요업계가 중지를 모아 합심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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