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스럽던 물류이송비…로봇으로 돌파구 찾는 기업들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10.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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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전자상거래 기업과 협업 기회가 관건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4차 산업혁명의 상징적인 대상인 로봇이 산업 곳곳에서 안착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물류분야에 탄력이 붙은 모양새이다. 언택트 문화가 가세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성장세를 타고 있는 물류로봇 산업을 키우기 위해 우리나라도 해외사례와 같이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협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최종 배송 구간에 대한 효율성 확보를 위해 기업들은 운송용 배달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Dreamstime]
최종 배송 구간에 대한 효율성 확보를 위해 기업들은 운송용 배달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dreamstime]

로봇분야 중에서도 독보적인 상승세

물류로봇은 IoT, 자율주행, AI 기술의 융합을 통해 물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의 서비스로봇으로 물류센터, 물품의 포장, 분류, 적재 및 이송 등에 주로 활용된다. 크게 물류센터·공장에서 사용되는 로봇, 병원·요양원, 호텔 등 대형건물에서 서비스하는 로봇, 최종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라스트마일에서 사용되는 배송로봇으로 구분한다.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에 부합할 다품종 소량물품들을 배송해야 하는 국면에 접어들수록 물류로봇 도입을 저울질하는 기업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작금의 코로나발 위기에서도 물품과 작업자를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유지해 준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좋은 대안이라는데 무게가 쏠리는듯 하다. 

물류로봇은 서비스로봇 분야 중에서도 가장 성장잠재력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인 ‘Reasearch and Market’에 따르면 글로벌 물류로봇 시장은 지난 2018년 4조3,562억 달러로 나타났으며, 2019년부터 2027년까지 19.1%(CAGR)로 성장해 2027년께 20조2,29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센터·공장에서 사용되는 물류로봇들은 전자상거래 업체에 의해 독자적으로 개발되거나 기존 물류기기업체 및 스타트업에 의해 상용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무인지게차, 이동형 매니퓰레이터, 컨베이어시스템 등은 이미 WMS(창고관리시스템) 등과 연동돼 창고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대표주자인 아마존(Amazon)은 작업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물류창고 환경을 몇몇 물류로봇이 돌아다니는 한산한 풍경으로 바꿔 놨다. Amazon은 물류 창고를 거대한 바둑판 좌표 삼아 제품들을 운반하는 키바 로봇을 통해 300명이 할 일을 25대의 AGV가 처리하는 괄목할만한 생산성을 확보했다. 종래 작업자가 직접 상품을 가져다 택배박스에 넣는데 평균 60분이 소요되던 작업시간이 15분으로 단축됐다. 

Amazon에 필적하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인 Alibaba는 몇 년 전부터 물류센터 입고 이후 재고 적치부터 피킹, 포장에 이르는 전 과정에 로봇을 적용했다. Ocado에는 물류창고에 배치된 1,000여대의 물류로봇이 제품 리프팅, 분류, 이동 등의 업무를 도맡고 있다. 

Amazon 키바 로봇 25대가 300여명의 작업자가 할 일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Amazon]
Amazon 키바 로봇 25대가 300여명의 작업자가 할 일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Amazon]

물품배송용 물류로봇의 활약도 주목된다. Savioke는 호텔, 병원 등 실내 건물서 스낵, 타월 등 각종 서비스 용품을 배달하는 자율주행형 운반 로봇인 Relay를 개발했다. 현재 하야트, 그랜드호텔 등 미국 내 30대 이상이 서비스 중이며, 다수의 물류 관련 시설과 병원 등에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Aethon은 병원에서 의약품, 검체, 식사, 린넨 등의 배송을 주목적으로 하는 TUG를 개발했다. 미국 유럽, 호주 등 전세계 150개 이상 병원에서 500대 이상의 로봇이 환자들의 지근거리에서 간호사에 버금 갈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최근 택배 물량 급증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라스트마일 시장의 운송용 배달로봇도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Amazon은 자율주행 배달 로봇 스카우트 포스트맨을 개발했다. 인도주행 로봇으로 미국 시애틀~스노호미시 약 35km 간 시범 배송에 성공한 스카우트 포스트맨은 배송트럭에서 고객 주거지까지 물품을 전달하는 과정에 투입됐다. 부재시에도 집안 배송이 가능하며, 공동주택에서는 공동 소유로봇으로도 이용 가능하다. 

Alibaba는 자율주행 배송로봇으로 얼굴 인식, 온도 조절, 보온 보냉 기능 등을 갖춘 G플러스를 개발했다. 이용객은 로봇 보관함에 설치된 잠금 장치를 얼굴 인식이나 비밀번호 입력을 통해 해제하고 주문 물품을 가져갈 수 있다. 

전자상거래 협치 기회 마련해야

글로벌 기업들의 서비스 물류로봇 상용화가 급물살을 타며 달아오른데 반해 우리나라는 더딘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18중소기업 전략기술로드맵’에 따르면 국내 물류로봇 시장은 2017년 112억원으로 전체 서비스로봇 시장의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비접촉식 배송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물류로봇에 대한 대기업 위주의 과감한 투자전략도 감지되고 있다. 국내는 유통택배 전문업체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음식 배달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로봇 개발과 시범 운영 등이 주로 전개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8월 26일 로봇 개발 스타트업인 트위니와 ‘자율주행 이동로봇 생활물류 서비스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트위니는 복잡한 실내에서 로봇이 위치를 스스로 파악하고 목적지까지 물품을 효율적으로 운반하는 자율주행 기술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트위니의 로봇기술을 통해 현대글로비스는 가정과 사무실 등에서 로봇이 배송하는 택배 물품과 우편물을 비롯해 음식, 편의점 상품, 세탁물 등을 받아볼 수 있는 생활 밀착형 물류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상용화 전 시범사업 단계로 내년에 입주할 신사옥에 자율주행 물류로봇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KT는 매드포갈릭에서 서빙로봇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KT]
KT는 매드포갈릭에서 서빙로봇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KT]

KT는 지난 9월 1일 국내 유명 외식업체 엠에프지코리아와 함께 AI 서빙로봇 상용화를 위한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재 서울 강남구 소재 ‘매드포갈릭’에서 운행되는 이 서빙로봇은 KT 융합기술원에서 자체 개발한 3D 공간맵핑 기술, 자율주행 기술 등 최첨단 기술이 탑재됐다. 이를 통해 정밀한 주행 기술로 테이블 간 좁은 통로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장애물 발견 시 유연하게 회피해 목적지까지 이동 가능하다. 한 번의 목적지 입력으로 4개의 트레이를 통해 최대 4곳의 테이블에 주문한 음식을 순차적으로 서빙할 수 있다. 

SK는 우아한형제들과 협력해 5G 로봇 배달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복안이다. 양사는 지난 6월 건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에 5G 기술을 적용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지난 8월에는 수원 광교 주상복합 아파트 ‘광교 앨리웨이’에서 딜리드라이브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은 딜리드라이브를 포함해 실내용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 층간이동 배달로봇 ‘딜리타워’ 등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옥내외 배송, 빌딩관리 등 진입장벽이 다소 낮은 물류분야부터 로봇을 접목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높은 투자비용에 비해 불확실한 성과창출이라는 불안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다. 

다행히 정부도 귀를 열고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로봇산업 발전방안(2019. 3. 22)’을 통해 물류로봇을 글로벌 시장 규모, 비즈니스 잠재역량, 도전가치 등을 고려해 선정된 4대 전략 분야의 하나로 꼽았으며, 중소벤처기업부도 ‘중소기업 전략기술로드맵(2019-2021)’에서 물류로봇을 지능형 로봇의 7대 전략품목 중 하나로 선정해 기술 확보와 신규수요 창출을 위한 실증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기술 및 실증 투자에 지원을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물류로봇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 해외사례와 같이 전자상거래 업체와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장균 산업협력실 수석연구위원은 “해외도 물류로봇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전문업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유통업체나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해외사례와 같이 전자상거래 업체와 손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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