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조선경기에도 사업 열기 ‘후끈’한 기업들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10.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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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친환경화 선도적 대응의 결실 맺어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역대 초유의 불황시대가 열리면서 더욱 움츠려든 조선해양업체들 중에서도 유독 승승장구하는 기업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선박 과잉 공급에 따른 저성장 국면에다 올 초부터 불거진 코로나발 수주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남부권 조선해양업체들의 앞날은 한줄기 빛조차 비추지 않을 정도로 암울하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최근 전국 2,3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 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 조선·부품업이 34(평균 58)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체감경기 부문에서도 전국의 모든 지역이 기준치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여준 가운데 그 중 조선·철강업체들이 밀집돼 있는 경남(53)·전남(52) 지역의 전망치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4분기 BSI가 58로 집계된 가운데 코로나 장기화로 상반기 글로벌 발주량이 작년대비 60% 가까이 감소한 조선·부품(34)부문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dreamstime]
4분기 BSI가 58로 집계된 가운데 코로나 장기화로 상반기 글로벌 발주량이 작년대비 60% 가까이 감소한 조선·부품(34)부문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dreamstime]

간간히 초대형 원유운반선, LNG운반선 수주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나 대반등할 정도의 신호로 보이지 않는다. 상반기 LNG운반선 100척 건조를 위한 도크 계약 낭보 소식 이후 하염없이 후속 계약 건을 기다리는 실정이고 연말께 예고된 대규모 LNG운반선 발주 건도 순조좁게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선업이란 호황과 불황을 되풀이 하는 산업이라는 말만 철칙으로 믿으며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버티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이 위기를 대반등의 중대기로라고 여기며 성장가도의 출발선에 선 기업들이 부각되고 있다. 누구보다 앞서 디지털화와 친환경화 시그널을 읽고 행동에 나선 이들의 소신과 혜안이 업계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파나시아, 업계 스마트팩토리화의 선봉에 서

조선해양 친환경 설비 전문기업 파나시아(대표 이수태)가 전 공정 스마트팩토리화에 방점을 찍고 앞으로 100년 기업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파나시아는 1989년 범아정밀엔지니어링으로 설립 이후 1996년 법인 전환했다. 조선해양분야에서 30년 넘는 업력을 쌓아온 파나시아는 황산화물저감장치,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질소산화물저감장치, 수위제어계측장비 등 국내 선박 친환경 설비 분야 최강자의 입지를 다졌다. 

파나시아는 선박 친환경 설비 스크러버로 그야말로 대박을 맞이 했다. 해사업계 UN이라 불리는 IMO(국제해사기구)는 2020년 1월 1일부터 전세계 모든 선박에 대해 선박연료유 내 황 함유량의 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하는 규제를 발효했다. 이에 선박연료류 내 황산성분을 걸러내는 스크러버 장치를 찾는 글로벌 선주사들도 급증했다. 해운조선 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최근까지 3,900여척이 스크러버를 탑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나시아는 지난 2018년 스크러버 사업을 본격화 한 이후 2년 만에 세계 시장 점유율을 8%까지 키웠다. 현재 시장 점유율 전세계 4위에 자리매김한 파나시아는 지난해 매출액 3,285억원을 기록하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파나시아는 IoT를 접목한 고도화 로봇 설비를 본사 공장에 증축한다는 계획이다. [사진=파나시아]
파나시아는 IoT를 접목한 고도화 로봇 설비를 본사 공장에 증축한다는 계획이다. [사진=파나시아]

조선해양 분야에서 고성장을 일군 파나시아는 최근 그린뉴딜의 한 축인 수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파나시아는 제2공장 준공에 따라 기존 생산라인뿐만 아니라 수소추출기 관련 인프라를 증설할 예정이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통해서 확보한 자금을 수소추출기 생산설비 투자 등에 투입해 2025년까지 매출 1조원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복안이다.  

생산성과 품질 유지를 위해 파나시아는 공장 곳곳에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파나시아가 생산하는 선박평형수처리장치의 경우 밸러스트수 살균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인 자외선(UV)램프 생산 공정에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도입한 뒤 UV램프의 일일 생산량은 375%가 증가했으며, 불량률 85% 감소, 제조 원가 30% 감소 등 뚜렷한 성과를 달성했다.

이 여세를 몰아 연내 선박용 수위제어계측장비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고도화 로봇 설비를 구축해 공장 자동화 생산라인을 신설할 계획이다. 선박용 수위제어계측장비는 선박의 화물창뿐만 아니라 안전한 항해를 도모하는 밸러스트 탱크와 스크러버에도 장착된다. 파나시아는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HMM(구 현대상선)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박에도 파나시아의 신뢰성 높은 선박평형수처리장치와 수위제어계측장비를 탑재한다. 이와 관련해 파나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에 스크러버,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수위제어계측장비 모두 공급하는 기록을 남겼다. 

파나시아는 다양한 고객군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까지 지속적으로 제조실행시스템(MES) 및 창고관리시스템(WMS), 자동생산계획시스템(APS) 등의 설비를 도입해 생산량, 품질, 작업자 정보 등 현장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품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제조 원가를 현재보다 5~10% 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나시아 김성관 생산본부 부사장은 “이번 스마트팩토리 신규 라인 증설을 통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 수집과 최첨단 분석 환경을 제공하겠다”며, “조선해양을 넘어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제조 혁신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강엠앤티, 출구 없는 중소조선업 돌파구는 해상풍력

코로나발 보릿고개에 대형조선소 보다 더욱 위축된 중소조선소들 가운데 해상풍력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삼강엠앤티(대표 송무석)의 선구안이 화제다. 

1999년 설립 이후 2008년 상장한 삼강엠앤티는 고성본사와 밀양공장서 해양플랜트 후육강관, 모듈 및 재킷, 조선선박용 메가블록 등을 주력으로 생산해 왔다. 화학제품운반선, LPG운반선, 9,000톤급 중소형 컨테이너, 함정, 경비함 등의 중소형 선박 뿐 아니라 1만6,000TEU급 대형컨테이너 및 16만톤급 원유운반선을 건조할 만큼 대형 선박 건조 업력도 쌓아왔다. 

삼강엠엔티가 폭넓은 조선해양 분야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도록 길을 튼 제품은 후육강관이다. 두께 20mm 이상 철판을 휘게 해 파이프형태로 만드는 고난도 공법으로 삼강엠앤티가 국내 최초로 상업화 해냈다. 후육강관은 특수선, 해양플랜트 분야 등 발을 넓히게 하는 감초역할을 했다. 

하지만 후육강관 기술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해양플랜트 시장이 곤두박질치자 독보적인 기술력을 활용할 다른 활로가 절실해 졌다. 장벽이 높았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에 진입한 것은 그때 위기감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삼강엠앤티는 지난해 1월 대만 장화현 해상풍력발전단지 공급사인 벨기에 JDN(해저 준설 및 매립 전문기업)과 600억원 규모의 하부구조물 21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발주처의 작업 추가 요구에 따라 사업 규모는 700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이 하부구조물은 109.2MW 규모의 대만 서부 장화현 해상풍력발전단지에 설치된다. 

지난 6월 24일 삼강엠앤티는 지난해 벨기에 JDN으로부터 수주했던 해상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 21기 중 첫 번째로 4기를 선적하는 출항식을 가졌다. [사진=삼강엠앤티]
지난 6월 24일 삼강엠앤티는 지난해 벨기에 JDN으로부터 수주했던 해상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 21기 중 첫 번째로 4기를 선적하는 출항식을 가졌다. [사진=삼강엠앤티]

삼강엠앤티는 올해 국내 최초 해상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 수출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삼강엠앤티는 벨기에 JDN, 덴마크 오스테드 등으로부터 하부구조물 계약을 수주한 뒤 단숨에 글로벌 메이커로 우뚝 섰다. 삼강엠앤티 송무석 회장은 “납기, 품질, 안전 등 사업 전 부문의 높은 경쟁력을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 각인시켰다는데 긍지를 느낀다”며,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강엠앤티는 대만 해상풍력 발전단지 등 재킷 위주의 이전 계약들에서 한 발 나아가 석션버킷, 후육강관 등 다양한 관련 부문 기술력을 세계 무대에 선보일 중요한 변곡점도 맞이 했다. 삼강엠앤티는 지난 7월 영국 해상풍력 발전단지 공급사인 아랍에미리트 람프렐(Lamprell)과 576억원 규모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136억원 규모의 1차 계약을 포함하면 총 금액은 712억원에 달하는 규모이다. 삼강엠앤티는 2021년 4월까지 영국 씨그린 해상풍력 발전단지(Seagreen Offshore Wind Farm)에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석션버켓 90세트와 하부구조물 본체인 재킷 제작용 후육강관 7,100톤을 납품할 예정이다.

특히 이와 같은 결실을 ‘언택트’ 업무로 급전환해 일궜다는 것이 눈여겨 볼 점이다. 삼강엠앤티는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2월부터 즉각 매주 1회 이상 정기 화상 회의(Video Conference)를 통해 세부 계약 내용을 점검하는 한편, K-방역의 우수성을 알리며 신뢰를 이어갔다. 해외 출장 소요 시간을 절감하고 설계도면 등 다양한 자료를 즉각적으로 검토할 수 있어 전통적인 대면 영업 방식보다 정확하고, 수월한 측면도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송 회장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모든 업무 영역의 비대면 전문성을 강화하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해외 풍력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우이머션, VR 기술로 안전한 조선해양 환경 구현

삼우이머션(대표 김대희)은 실효성 있는 솔루션으로 디지털화에 더딘 호흡을 보여주는 조선해양 업계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혁신의 견인차 역할을 맡고 있다. 삼우이머션은 융복합 기술 기반 지능형 모니터링 솔루션 개발 전문기업이다. 2011년 설립 이후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며 벤처기업, 기술 혁신형 중소기업, 부산광역시 우수기업, 선도기업, 스마트팩토리 공급기업 등 인정받으며 꾸준히 존재감을 키워 왔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문화, 작업자 안정성 향상 등의 이슈들이 뭉쳐지면서 VR 시장도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VR을 활용하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몰입형 가상 환경에서 기술을 배우고 업무를 숙달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효율 차원을 넘어 새로운 훈련시스템으로 학습자들의 참여도와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교육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특히, 위험한 작업이 많은 곳에서 이런 기술들은 강점이 꽃을 피운다. 

삼우이머션은 특화된 많은 제품들을 출시해 왔다. ‘SAR(Safe Accident Response) 산업 현장 안전훈련’ 시스템은 밀폐 작업과 고소 작업 등 산업 현장의 상황을 가상현실에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삼우이머션은 SAR 컨테이너 터미널 안전대응 훈련 프로그램과 SAR 항만 안전대응 VR 시뮬레이터, SAR MEP, SAR MSP, 해양경찰 사고대응 훈련시스템 등 선반 실습, 승강기 실습 등의 환경을 VR로 폭넓게 구현했다.

삼우이머션은 LNG운반선 해기사 양성에 대한 업계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VR기술을 해결책으로 내놨다. 사진은 LNG운반선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삼우이머션은 LNG운반선 해기사 양성에 대한 업계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VR기술을 해결책으로 내놨다. 사진은 LNG운반선 [사진=삼우이머션]

스마트팩토리가 급진전 될수록 이러한 기술들의 도입을 저울질하는 분야도 늘기 마련이다. 최근 삼우이머션은 지난 9월 23일 한국해양대에서 KLCSM, 로이드선급, 한국해양대와 함께 ‘VRㆍAR을 활용한 LNG운반선 및 해양플랜트 전문가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기관·업체들은 LNG운반선에 승선할 고급 해기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VRㆍAR을 활용한 교육 콘텐츠 개발 및 트레이닝센터 사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LNG운반선(17만CBM)은 같은 규모의 벌커선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건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주지 않는 분야이다. 고급 선박에 걸맞게 선원 교육도 억소리나기로 유명하다. 앞으로 수주할 LNG운반선에 많은 해기사들이 필요지만 해기사 1인당 교육비가 약 1억원을 훌쩍 넘는데다 교육받는 시간 또한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다 보니 선사 입장에선 많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런 부담을 해소를 위해 세계 최초로 LNG운반선 해기사를 위한 VR기반 훈련 콘텐츠 및 시뮬레이터을 개발하고 교육센터를 구축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LNG운반선 수주 뿐만 아니라 운항, 유지보수, 사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프로세서에서 우리나가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 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우이미션 김대희 대표는 “최근 VR 직무훈련 교육 콘텐츠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초로 VR LNG 직무훈련 콘텐츠를 만들고, 직무센터를 구축해 관련 VR 콘텐츠 시장의 초석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삼우이머션은 본사가 소재한 부산과, 한국을 넘어 국대 무대에 국산 VR·AR 솔루션을 등판 시키겠다는 결의를 내비치고 있다. 2019 부산ㆍ울산ㆍ경남 스마트팩토리 컨퍼런스 & 엑스포(SMART FACTORY KOREA 2019)에서 김 대표는 “VR과 AR 산업의 다양한 솔루션을 갖춘 기업으로써 삼우이머션을 IT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이다”며, “제품 중 하나는 점유율 세계 1위를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호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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