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대 기지개 켜는 ‘예지보전’, 레퍼런스 축적 노력 배가해야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10.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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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혹은 업체 OT 환경에 근접한 단계적 분석 솔루션부터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결국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로 흘러가면서 제조공장들이 감내해야할 각종 제약들은 지속될 것이 자명해졌다. 이에 제조기업들은 한정된 설비로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지보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예지보전이 좋다는 건 익히 들어 알겠지만 과거 적용 사례나 레퍼런스 찾기 쉽지 않다보니 도입하겠다는데 난색을 표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생산성 및 품질 유지에 대한 인사이트와 시장 현실의 불균형을 해소시킬 전략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으로 예지보전은 전문가가 일일이 데이터를 열어 분석을 하지 않아도 설비에 발생한 초기 결함부터 자동으로 결함을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 [사진=dreamtime]
앞으로 예지보전은 전문가가 일일이 데이터를 열어 분석을 하지 않아도 발생한 설비의 초기 결함부터 자동으로 결함을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 [사진=dreamstime]

영원히 작동하는 설비 가능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제조기업들은 비단 설비의 불량 개선 뿐 아니라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설비 관리를 더 이상 등한시 바라보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가 단기간에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기업들은 장비 수출, 셋업 등의 공정에 차질이 빚어질까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부적절한 설비 상태는 부적절한 공정상태로 이어지고 부적절한 공정상태는 부적절한 설비상태로 되풀이되며 공장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같은 투명한 시대 고객에게 불량제품이 배송돼 금세 쇠락의 길로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사례들이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설비고장 전에 예측하고 조치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인사이트가 형성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8세기 1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곳곳에 기계 설비·부품들이 안착되기 시작했지만 예지보전은 1950년경에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론과 실무에 능한 베테랑 관리자들은 설비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설비의 이상 상태를 발견하고 결함의 원인을 찾아 피해가 커지기 전에 조치했다. 소리를 듣고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타진 검사법 등이 최선책이었는데, 체크리스트를 통해 설비의 상태와 부품 교체주기를 파악하고, 기간 내 해당 문제를 짚고 보완하는 식의 형태가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점점 이들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설비·부품들이 공장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인간의 오감이 닿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관리해야 되다보니 각종 센서나 계측장비의 도입이 불가피해 졌다. 더욱이 앞으로 IoT, 빅데이터, AI 등 스마트 기술들이 속속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인간이 느낄 수 없는 영역까지 상태를 파악하는 고성능 센서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어졌다. 스마트공장 취지에 걸맞게 설비가 스스로 결함을 인지하고 원인과 진전 상태를 관리자에게 통보해주는 예지보전 솔루션이 각광을 받게 된 배경이다. 

예지보전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오늘날 기업의 설비 유지보수 작업 대부분은 설비 각 부품의 수명을 통계적으로 계산해 교체시기를 정하고 이 주기에 맞게 부품을 교체하는 시간 기반 보전(Time Based Maintenance) 방식이다. 하지만 피해 손상은 교체 이전에 발생하기 마련이고 발견하지 못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맹점을 안고 있다. 또한, 통계적으로 도출된 주기이기에 되레 과도하게 보전에 역량을 소진하게 될 가능성도 마음을 못 놓게 한다.

이 보다 개선돼 상태 기반 보전(Condition Based Maintenance) 방식이 대두됐지만 이 또한 임계치 이상 되지 않으면 경고를 발생하지 않는 단점이 있으며, 결함으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번지는 상황을 모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에 기업들의 초점이 초기 단계부터 조치를 단행할 수 있는 예지보전(Predictive Maintenance) 방식으로 옮겨가게 된다.  

예지보전이 잘 구축된다면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퓨처메인 이선휘 대표는 “설비·부품 상태가 갈수록 악화되는 것을 열화라고 한다. 우리가 병에 걸리듯 설비도 열화로 원래 기능이 현격히 저하된다”며, “중병에 걸리면 회복하기 어렵듯 설비도 초기에 열화를 측정해 회복 불가능 상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과 설비가 다른 점은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지만 설비는 진단 관리를 통해 영원히 작동할 수 있다. 설비가 폐기될 때는 세상에 그보다 진화된 설비가 나왔을 때뿐이다. 

클라우드 중심의 확장, 예지보전의 가시성과 직관성 개선을 위해 예지보전에도 AR에 대한 요구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퓨쳐메인]
클라우드 중심의 확장, 예지보전의 가시성과 직관성 개선을 위해 예지보전에도 AR에 대한 요구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퓨쳐메인]

클라우드, AI, AR 기술 뭉쳐 시너지 유발

예지보전 구축은 설비 상태를 어떻게 측정·관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모드 설비의 상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곳곳에 센서들을 덕지덕지 달 순 없다. 센서가 방대해지면 그만큼 비용 부담도 커진다. 

또한, 이상한 상태 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제어가 가능하다. 주로 진종, 전류, 온도 등을 측정하며 기준대비, 최고점, 변동폭 등을 포인트로 두는 것이 통상적이다. 

모터, 감속기, 구동장치 등 회전기계는 진동법, AE(Acoustic Emission)법 등으로 진단한다. 진동의 경우 변위, 속도, 가속도, 주파수, 위상, 방향 등을 알면 대부분 발생 원인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단련됐다. 국내 소음·진동분야 유수 기업인 퓨처메인의 이선휘 대표는 “동력을 전달받아 회전 운동하는 모든 기계에는 결함을 진단할 수 있는 주파수 특징들이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하면 결함 초기부터 설비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며, “운송수단부터 건물, 각종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주요 설비가 있는 곳이면 모두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프레스스탠드, 배관가대 등 구조계에는 균열 및 내부 결함을 검출하는 기술, 각종 비파괴 검사 기술, 적외선 모니터링 등이 실용화 됐다. 또한, 산업전기분야에서는 각종 고압기기의 절연 진단, 유입변압기의 유중 가스 분석 등의 전기제어계 진단기술도 쓰이고 있다. 

이러한 상태 정보들을 바탕으로 관리 기준을 설정하면 기준치 초과 여부를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설비들은 복합적인 이상 상태를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들 결함을 검출할 수 있도록 센서도 혼합해 사용한다. 

완성도 높은 예지보전을 위해선 실시간 데이터가 끊임없이 축적돼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이를 건지는 센서도 많아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천태만상의 데이터들을 확보했다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수집된 데이터를 필요와 목적에 맞게 옥석을 가리고, 나누고 뭉쳐 정상적인 상태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가시화해야 한다. 

현장은 광대하고 너무 많은 설비와 부품들이 존재한다. 한 곳에 결집할 수 있는 HMI 기반의 제어 기술도 필수적이다. 현장 관리자가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근 트랜드이다. 로크웰오토메이션 김의식 차장은 “국내외사례를 통해 본 예지보전은 현장 도메인 지식을 기반으로 한 유의미한 분석이 가능해야 할 뿐 아니라 이러한 현장 도메인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 OT 현장 인력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추세에 있다”며, “이를 위해 기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분석할 수 있도록 엣지 혹은 OT 환경에서 근접한 단계적 분석의 솔루션이 보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지보전 솔루션도 클라우드 중심의 확장성을 제고하고, 가시성과 직관성을 개선하기 위해 AI 기술을 입히고 있다. 이들 기술의 융합은 결함의 원인을 보다 명확히 규명하고 신속하게 이상 상태를 확인 가능함으로써 효과를 크게 높이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계측된 데이터를 보고 나름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판정한다고 하지만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무의식적으로 실수도 한다. 1,000번에 단 한번 한 실수가 기업의 존망을 가르는 경우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욱이, 스마트제조에 방점이 찍힌 시점에서 앞으로는 데이터 분석 혹은 진단 전문가가 일일이 데이터를 열어 분석하지 않아도 설비에 발생한 초기 결함부터 자동으로 진단해 통보하며, 상황에 맞는 유지보수 방안까지 제시해야 한다. 예지보전에도 머신러닝 기반의 AI 기술이 탑재돼야 하는 이유이다. 

국내시장에는 적은 투자비용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디바이스, 장비, 기계 레벨에서부터 물꼬를 터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사진=dreamstime]
국내시장에는 적은 투자비용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디바이스, 장비, 기계 레벨에서부터 물꼬를 터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사진=dreamstime]

국내 여전히 낮은 인식의 변곡점 찍어야

잘만 사용하면 잡음 없이 물 흐르듯 운영되는 스마트공장을 구현할 주역이 될 솔루션이지만 국내 제조기업들 사이에서는 후순위로 밀려난 모양새다.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얼마나 비용이 드는지에 대한 관심도 저조하며, 여전히 일각에서만 선호하는 특수한 솔루션이라는 인식이 완연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월간 FA저널 SMART FACTORY가 실시한 ‘2020 예지보전 제품·솔루션 시장 설문조사’ 결과 예지보전 시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 아직 적용이 미흡한 단계이며, 사업적 인지 단계라는 관전평들이 이어졌다.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 측면에서는 예지보전에 대한 시장 규모가 작고, 수요기업의 관심도가 저조해 영업선을 발굴하기 만만치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었다.   

수요업체 측면에서도 우리나라의 예지보선 솔루션 현주소를 점쳐볼 수 있다. 도입할 의사가 없는 이유에 대한 답변으로 비용이 만만치 않다(46.3%)는 평이 가장 높았다. 여전히 예지보전 시장형성이 미흡하고 비용효율성이 요원한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서 예지보전에 대해 잘 몰라서라는 답변이 26.9%, 현장 도입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답변도 26.9%를 차지했다. 기술적 어려움이 26.9%, 관리운영담당자의 부재도 19.4%로 나타났다. 솔루션에 대한 신뢰가 낮아서라는 답변도 13.4%를 차지했다. 기업들은 분완전해 보이는 솔루션보다 설비 가동 중단에 따른 생산 손실과 유지·보수 부담이 차라리 더 낫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예지보전 시장은 2018년 까지 연평균 40.6%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이 추세대로라면 2024년에는 약 9억 달러의 시장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티공간 이영규 대표는 “일본은 매출액 대비 12%의 설비보전비용을 쓰고 있다. 일본은 평균 설비수명이 30년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12년에 불과하다. 예지보전으로 설비 수명이 늘어나면 연간 22조원의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설비보전비를 10% 절감하면 매출은 74%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청신호가 켜진 예지보전 시장에 대한 업계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치화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적은 투자비용으로도 효과 낼 수 있는 디바이스, 장비, 기계 등에 예지보전 기술의 발을 넓혀면서, 관련 사례 및 레퍼런스를 확보한 공신력 있는 기업으로서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 

수요기업 측면에서는 설비의 중요도에 따라 예지보전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섬세한 가이드 역할이 요구된다. 예지보전에 서툰 기업과 동떨어져 있는 전략으로는 공급기업들이 결코 시장에 파고 들 수 없다. 이선휘 대표는 “회사에 맞는 예지보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적용코자 하는 해당 공장이나 기업에 대한 평가를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이 시스템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한 최종 목표, 대상설비에 대한 범위, 예산 및 조직 구성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수치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설비의 상태를 정확히 해석하고, 결함의 메커니즘을 찾아 결함의 원인을 도출하고, 이를 제거 또는 대처할 수 있는 해법까지 제시해야 하므로 고도의 기술을 갖춘 설비 전문가의 육성도 따라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산성과 품질이 기업의 존망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부상한 지금, 예지보전이 꽃을 피우기 위해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고 속도감 있게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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