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당겨진 로봇시대, 정부도 선제적 규제혁신으로 ‘순풍에 돛’ 단다
  • 최종윤 기자
  • 승인 2020.11.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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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는 '서비스로봇', 공장에는 ‘자율주행 물류로봇’ 도입 속속

[인더스트리뉴스 최종윤 기자] “죄송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 지난 10월25일, 경기도 K 리조트의 한 식당에서 익숙지 않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음식을 가득 실은 ‘서빙로봇’이었다. 홀만해도 2군데로 구분된 대형식당이었지만, 종업원은 홀담당 1명씩이었고, 빈자리는 로봇이 대신하고 있었다. 음식을 가득 실은 서빙로봇은 사람과 테이블 사이사이를 지나 정확히 주문테이블 앞에 멈춰 섰다.

‘비대면’ 일상화와 데이터, AI, 5G 등 기술의 동시다발적인 발전은 로봇산업의 급격한 발전을 불러왔다. [사진=utoimage]

코로나19 팬데믹 속 ‘비대면’ 활동이 일상화되면서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지표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 4차 산업혁명 지표’에 따르면, ‘데이터’ 산업 전체 시장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8.5% 증가한 15조5,684억원으로 나타났고, 초연결사회로의 진입 현황을 나타내는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가입수는 올해 6월 기준 2,607만개로 지난해에 비해 21.6% 증가했다. 인공지능 분야의 매출액도 2,9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에 비해 11.5%가 늘어났다.

‘비대면’ 일상화와 데이터, AI, 5G 등 기술의 동시다발적인 발전은 로봇산업의 급격한 발전을 불러왔다. 대형식당, 영화관, 쇼핑몰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 로봇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고, 산업 현장에도 협업로봇 등 산업용 로봇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실제 국제로봇연맹(IFR :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이 발표한 ‘2020 산업용 로봇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공장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270만대로, 최근 5년 사이에 약 85%가 늘어난 수치다.

로보월드서 주목 받은 ‘자율주행 물류로봇’

지난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로봇산업전문전시회인 ‘2020 로보월드’에서도 로봇산업의 현주소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전시회장에서는 부스와 상관없이 서비스로봇이 관람객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고, 대형부스는 협업로봇, 물류로봇 등 산업용 로봇 전시가 주를 이뤘다.

2020 로보월드에서 '자율주행 물류로봇'을 선보인 시스콘의 김흥수 대표  [사진=인더스트리뉴스]

특히 협동로봇의 수준을 넘어선 ‘자율주행 물류로봇’도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2013년 공장자동화 전문기업으로 스마트팩토리 관련 종합 솔루션을 제공해온 시스콘(대표 김흥수)은 사이즈별로 다양화된 자율주행 물류로봇을 선보였다. 시스콘 김흥수 대표는 “3년전부터 협동로봇 붐이 일었고, 올해부터는 자율주행 물류로봇이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이미 몇몇 대기업에 납품했고, 생산현장에서 수십대의 로봇이 운영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흥수 대표는 시스콘의 노하우와 다양한 라인업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공장별 필요에 따라 소형에서 대형까지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고, 이미 실제 대기업 생산라인에 적용을 통해 다양한 초기 변수에 대한 노하우도 쌓여 있다”고 설명했다. 시스콘은 물류로봇에 적용하며 연구한 자율주행 플랫폼으로, 내년에는 서비스 로봇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협동로봇’으로 스튜디오 촬영까지

제조업용 협동로봇이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고 있는 낯선 부스도 눈에 띄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대표 이정호)는 협동로봇으로 스튜디오를 구성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관계자는 “협동로봇이 스튜디오 촬영 등 서비스 분야에도 쓰일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2020 로보월드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으로 스튜디오를 구성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KAIST HUBO Lab 연구진이 창업한 로봇전문 기업으로, 로봇 개발에 필요한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 생산하고 있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정호 대표는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RB 시리즈를 지난해 9월에 런칭하면서 시장에 진입했다”면서 “후발주자 입장이지만 약 200대 정도의 판매를 기록하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호 대표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강점으로 커스터마이징을 꼽았다. 이 대표는 “외산 협동로봇은 도입했을 때, 자체적으로 수리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지만, 우리는 모두 자체 개발로 제작하기 때문에 개선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기 때문에 신규기능에 대한 구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2023년, 거리·공원·주차장·승강기에서 로봇 만난다

로봇산업의 발전에 발맞춰 정부도 지난 10월 28일 2020 로보월드 현장에서 ‘로봇산업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로봇과 함께 미래를 걷다, 로봇산업과 규제혁신’을 주제로 현장대화를 주재하면서 함께 이뤄졌다. 현장대화 행사에서는 로봇이 행사장 안내부터 음료 제조, 배달·서빙까지 전 과정을 진행하는 등 비대면 시대 로봇서비스의 발전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월 28일 로봇산업 관련 규제혁신 현장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국무조정실]

정세균 총리는 “신산업은 성장잠재력이 크고, 산업간 경계를 허물며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낡은 규제가 발목을 잡지 않도록 신속히 정비해야 한다”면서 “특히 로봇산업은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이자 우리나라의 미래성장동력인 만큼, ‘선허용·후규제’ 원칙하에 각 분야에서 로봇활용을 저해하는 규제를 선제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 총리는 “2023년 글로벌 4대 로봇강국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내년도 로봇 예산을 올해보다 32% 증액한 1,944억원으로 편성하고, 뿌리·섬유·식음료 등 3대 제조로봇과 돌봄·웨어러블·의료·물류 등 4대 서비스 로봇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로봇 산업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은 총 33건의 개선과제로 범분야 공통적용 규제 11건과 산업·상업·의료·공공 등 4대 분야별 과제 22건이 담겼다. 공통과제로는 성능 및 안전성 평가방법 마련, 로봇보헙 도입 추진, 로봇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한국표준산업분류 및 관세통계통합품목분류에 서비스 로봇 코드 신설 등 11개가 선정됐다.

분야별 과제는 대표적으로 산업분야는 ‘협동로봇 설치 작업장 안전규제 개선’, 상업분야는 ‘보도·승강기·도시공원 통행허용 추진’, 의료분야는 ‘비대면 재활서비스 실증’, 공공분야는 ‘방역로봇 성능평가 기준 개발’ 등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향후 산·학·연·관 협의체를 구성해 로드맵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기술발전 양상과 환경변화를 고려해 로드맵을 주기적으로 정비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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