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기치 내건 바이든, 미국 에너지 시장 대전환 예고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0.12.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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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탄소제로 목표 설정, 2050년 태양광 및 풍력 전체 발전량의 63% 점유 전망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미국 정부가 조 바이든(Joe Biden)이라는 새로운 조타수의 취임을 앞두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양한 정책에서 상반된 방향을 보이던 두 후보였기에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에너지 부문은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친환경 재생에너지의 적극적인 확산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지구온난화를 사기라고 주장하며, 미국을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시킨 대표적인 기후변화 부정론자이다. 취임 당시부터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을 제시하고, 화석 에너지를 강하게 지원해왔다.

미국 제46대 대통령에 취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민주당 당선인의 정책 방향에 따라 미국 에너지 산업이 커다란 변혁의 시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사진=utoimage]
미국 제46대 대통령에 취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민주당 당선인의 정책 방향에 따라 미국 에너지 산업이 커다란 변혁의 시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사진=utoimage]

이에 반해 바이든 당선인은 향후 4년간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2조 달러 투자를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우며, 적극적인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 의지를 드러낸 바 있어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이 크게 기대되는 상황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가격 하락 및 효율 상승으로 인해 세계적인 흐름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35년 탄소배출 발전시설 중단, 전기차 대폭 확대 추진

향후 4년간 2조 달러 투자를 선언한 바이든 당선인은 2035년까지 탄소배출 발전시설 중단, 친환경 재생에너지 도입 추진, 2050년까지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하는 탄소 중립경제 달성을 약속했다. 2019년까지 미국 전체 에너지시장의 80%를 차지하던 석유, 천연가스, 석탄을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최대 1,0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이성은 미국 달라스무역관은 “저탄소, 또는 넷 제로(Net zero) 에너지 생산, 녹색산업 제조 및 기후 친화적인 규제를 강조하는 녹색 성장(Green Growth) 의제를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재생에너지 기업들에는 큰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풍부한 연구 보조금과 관세 혜택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내건 에너지 정책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면,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한 고효율 주거단지 150만개 건설 △기존 빌딩 400만개와 주거시설 200만개 업그레이드 △정부 이동수단 전기차로 변경 △자동차 업계에 친환경 자동차 생산 인센티브 제공 △주택 소유자에 친환경 가구 도입 지원 △내연기관 자동차 소유주가 친환경자동차로 변경 시 인센티브 제공 등이 포함됐다.

이는 역대 미국 대통령 후보 중 가장 공격적인 기후 의제 제시로, 바이든 당선인은 최우선 기후 관련 의제로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선언했다. 미국이 협약에 재가입하게 되면, 지구온난화 저지를 위해 188개국과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노력한 에너지 산업의 규제 철폐와 반대되는 입장에서 북극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같은 연방 토지개발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는 미국 LNG 업계에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후보 중 가장 공격적인 기후 의제를 제시한 바이든 당선인은 최우선 기후 관련 의제로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선언했다. [사진=utoimage]
역대 미국 대통령 후보 중 가장 공격적인 기후 의제를 제시한 바이든 당선인은 최우선 기후 관련 의제로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선언했다. [사진=utoimage]

오일가스, 생산은↓ 가격은↑ 전망

미국은 2019년 연방 토지와 해역에서 하루에 약 300만 배럴의 원유와 132억 입방피트의 천연 가스를 생산했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와 관련해선 신규 사업의 건설 허가를 얻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경제적, 환경적 영향 평가 과정 강화 계획도 밝혔다.

이성은 무역관은 “바이든 당선인이 연방 지역에서의 화석에너지 개발을 제한한다면, 미국의 오일가스 생산을 급격히 감소시키고 가격을 상승시켜 미국이 에너지 수입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경제 회복과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미국은 오일가스 수출국으로서의 새로운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이 무역관은 “화석에너지 생산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 때와 같은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은 화석 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오일가스 기업들이 받는 보조금은 매년 약 2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물론 바이든 당선인의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LNG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부분은 있다. 바이든 당선인의 무역정책을 통해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회복되면, 한때 안정적이었던 LNG 판매 재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초 미국과 중국 간에 타결된 1단계 협상에도 불구하고 LNG 수출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며, 중국은 여전히 미국 LNG 수입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관세 부담이 낮아지게 되면, 파이프라인 건설과 같은 인프라 부문에 영향을 미치게 돼 에너지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다.

2020년 11월 기준 국가별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점유율 [자료=코트라]
2020년 11월 기준 국가별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점유율 [자료=코트라]

2041년, 재생에너지가 천연가스 추월

재생에너지 기술의 가격 하락은 전력 및 운송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 요소이다. 태양광 모듈, 풍력 터빈, 배터리 팩 등 관련 제품은 기술 발전과 함께 가격 하락이 진행 중이고, 이와 함께 효율성은 증가하고 있다. 태양광 단결정 모듈의 경우 2012년 말 15.8%였던 효율이 2019년 말에는 19.3%로 증가했다. 풍력발전의 설비 이용률 또한 높아지고 있어 미국 해상 풍력의 경우 2020년 기준 약 45%에서 2045년에는 약 55%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 이성은 미국 달라스무역관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가장 저렴한 에너지 발전은 풍력과 태양광발전이다. 2019년 미국 재생에너지 투자 중 99%가 풍력과 태양광발전이 차지할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보여준다.

2020년 미국 풍력, 태양광 발전 관련 투자는 약 550억 달러로 신규 발전량 중 풍력이 44%, 태양광이 32% 점유로 예상되며, 지속적인 투자로 인해 2050년 풍력과 태양광발전은 미국 전체 발전량의 약 63%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월 미국 에너지정보청이 발간한 2050 에너지 전망보고서(Annual Energy Outlook 2020 with Projections to 2050)에 따르면,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의존도는 2019년 19%에서 2050년 3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형태별로는 태양광이 46%로 가장 높았고 풍력(33%), 수력(14%), 지력(3%) 순으로 나타났다.

2050년 캐나다의 풍력, 태양광발전은 전체 발전의 약 90%, 독일은 약 8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적으로는 중요도가 높아져 2050년 풍력과 태양광은 발전량의 56%를 차지할 것이며, 이에 반해 화석 연료는 발전량의 24%를 차지해 중요성이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미국 내 석탄 사용은 감소하고, 재생에너지 및 천연가스 사용이 증가했다. 향후 10년은 풍력, 태양광 및 천연가스의 중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2041년에는 재생에너지가 천연가스를 추월해 주요 발전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성은 무역관은 “해상풍력,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미국 재생에너지 시장의 확장이 가속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부문 성장이 크게 기대되는 동시에 오일가스도 여전히 장기적으로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향후 미국 에너지 시장을 전망했다.

2010~2050년 미국 전력원별 비중(왼쪽)과 미국 신재생에너지 형태별 비중(단위: 10억kwh) [자료=코트라]
2010~2050년 미국 전력원별 비중(좌측)과 미국 신재생에너지 형태별 비중(단위: 10억kwh) [자료=코트라]

국의 에너지 대전환,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12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했다. 산업과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탄소중립’을 강력히 추진하며, 임기 내 확고한 ‘탄소중립 사회’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최근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 등 전세계적인 움직임으로 번져 가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 역시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 달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어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 변화는 에너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지난 12월 10일 ‘바이든 정부와 한중일 경제협력 방향 보고서’를 발표하며, “그린뉴딜 등 친환경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한중일 3국도 바이든 당선인의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상호 경쟁과 협력 분야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친환경 분야에 대한 삼자간 협력이 활발하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 협력이 유망한 분야”라고 평가했다.

이어 보고서에는 “또한 친환경 산업 부문에서도 4차 산업 기술들이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만큼 한중일 협력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을 선언한 바이든 당선인. 이는 한국 친환경 기업들에게는 커다란 기회로 작용할 반면, 기존의 한국 10대 수출 품목이었던 석유화학, 자동차, 자동차부품, 전자제품, 기계장비 등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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