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없어도 된다던 美… ‘혁신의 견인차’ 제조업 부흥에 고삐 죈다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1.02.09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제조 자산의 가치·잠재성, 새로운 눈으로 재평가해야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미국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하이테크 기술적 우위를 견고하게 이어가기 위해 제조 산업 자립에 발 벗고 나섰다. 바이든은 1월 25일 “제조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민주주의의 병기로서 미국 번영의 심장이었다”며 미국산 조달 확대를 위한 ‘Buy American’에 서약했다. 연이어 연방 관용 자동차를 자국 전기자동차로 탈바꿈시키겠다며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정부 초기부터 과감하게 제조업을 띄우는 모양새다.

제조업을 등한시해서는 하이테크 기술도 견고할 수 없는 분위기가 미국 내에서 완연해 졌다. [사진=utoimage]
제조업을 등한시해서는 하이테크 입지도 견고할 수 없다는 인식이 미국 내에서 완연해 졌다. [사진=utoimage]

제조업 강화가 갑작스레 중요해진 화두는 아니다. 오바마 정부가 국가제조혁신 네트워크를 출범시키며 본격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으며,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주의, 자국민 고용 촉진 등으로 제조업의 리쇼어링(Reshoring)을 가속화했다. Reshoring Initiative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8년 리쇼어링과 외국인 직접투자로 76만여개 제조업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Apple, Ford, GE 등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연평균 482개사가 본국으로 회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회도 초당적으로 국방산업기반법(NDAA), 미국수출통제법(Export Controls Act), 외국투자위험검토현대화법(Foreign Investment Risk Review Modernization Act) 등을 제정하며 힘을 실었다. 지난 두 번의 대통령 선거 결과가 제조업이 강한 위스콘신, 펜실베이나, 미시간 주에서 좌우됐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작은 정부를 표방해온 미국이 직접 발로 뛰어 막아보려 하는 것은 일자리 출혈이다. 198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아웃소싱 바람으로 기업은 핵심 역량을 제외하고 낮은 부가가치의 기능들은 해외에 내줬다. 시장이 단기간 수익, 주주가치 제고에 혈안이 되면서 제조업의 육중한 설비 자산들을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졌다. 코트라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 GDP가 1998년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한 반면 제조업 부가가치는 0.6배 늘어나는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계속된 기업의 해외진출 및 아웃소싱에 따른 글로벌가치사슬이 심화되면서 미국 제조업 경쟁력이 약해지고 무역, 투자, 고용도 악화됐다. [사진=utoimage]
계속된 기업의 해외진출 및 아웃소싱에 따른 글로벌가치사슬이 심화되면서 미국 제조업 경쟁력이 약해지고 무역, 투자, 고용도 악화됐다. [사진=utoimage]

글로벌가치사슬이 심화되면서 무역, 투자, 고용 모두 악화일로였다. 미국은 상품 부문 무역수지 적자가 2018년 기준 8,873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이 하이테크 시장의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안일암에 잔뜩 취해 있다가는 무역적자를 해결하고 경제적 파급 효과를 키울 수 없다고 보게 된 배경이다. 

제조업의 아웃소싱이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었다는 이점도 퇴색됐다. 중국의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수백명을 투입해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스마트공장에서 제작하는 것이 생산성이 더 나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중론이 됐다. 

혁신 기술도 제조업이 견인해야 

한편, 경제 안보에 위협을 느껴 최근 반도체 및 회로기판 제조와 함께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 관세를 부과한 것이며, 차세대 통신 기술을 보유한 중국 화웨이를 제재하는 일련의 행보도 결과적으로 미국이 자국 제조업을 두텁게 비호하게 되는 기폭제가 됐다. 

무엇보다 미국을 불안감 속으로 몰아낸 것은 혁신 기술에 대한 제조업의 중요성이다. 산업연구원(KIET)이 조사한 ‘미국 르네상스의 의미와 교훈’ 보고서에서는 혁신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뒷받침하는 제조의 존재감도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R&D를 아무리 완성도 있게 수행했다 한들 단번에 가시화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제조 설비 및 기기들의 상태, 소재의 물성, 온도와 압력 조건 등 제조 공정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도 제조 기반이 구축된 해외에 R&D 투자가 불가피했다. GM는 2017년 중국 상하이에 R&D센터를, Intel은 베이징에 반도체와 서버 네트워크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공장인 중국에 제조 시설과 더불어 지근거리에 R&D 시설도 함께 구축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R&D 투자는 2007년 대비 2015년 1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공장 및 스마트산단 보급사업 등 제조와 R&D의 근접배치와 통합적 접근을 통해 고부가가치 생산과 발전의 가능성이 큰 제조 분야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사진=utoimage]
스마트공장 및 스마트산단 보급사업 등 제조와 R&D의 근접배치와 통합적 접근을 통해 고부가가치 생산과 발전의 가능성이 큰 제조 분야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사진=utoimage]

아이디어를 실현케 하는 제조업의 산파 역할이 재조명되면서 항공우주산업에서도 아웃소싱을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이 스마트제조, 자율주행차, 해상풍력 등을 필두로 자국 산업 체질 강화에 방점을 찍으면서 제조업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부각될 전망이다.

이처럼 하이테크의 번영을 구가하기 위해 미국이 제조업을 상석에 배치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국내 제조업 자산의 가치와 잠재성도 새로운 시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스마트공장 및 스마트산단 보급사업 등 제조와 R&D의 근접배치와 통합적 접근을 통해 고부가가치 생산과 발전의 가능성이 큰 제조 분야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KIET 관계자는 “한국의 제조 산업 현장이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만큼 안전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며 평생 성장할 수 있는 곳인지 냉철하게 질문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는 기술 대신 장기적인 인재로 육성할 전략의 중심을 옮겨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