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빨라지는 조선소 디지털전환… 막오른 스마트야드 시대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1.03.02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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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IoT, 빅데이터, 자동화 시스템 등 혁신기술 적용 박차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선복량 과잉, 후발주자의 맹추격 등에 기인한 저성장 국면에서 생산성 제고로 생존을 구가하려는 조선사들이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이 융합된 스마트야드에 입성하기 위해 잰걸음을 걷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조선업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모양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2000년 말부터 10년 단위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대 비금융사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10년 대비 2020년 가장 큰 폭으로 기업 수가 감소한 분야는 산업재기업 특히 조선·중공업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바이오 및 언택트 기술·제품 관련 기업이 부상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조선·중공업 등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산업들의 비중이 줄어들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첨단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개편됨에 따라 자본시장의 기대감이 옮겨간 것으로 진단했다.

중형선박은 중국에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것이 업계의 관전평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LNG선, 초대형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나 중국이 쫒아오는 속도가 빨라져 이마저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매주 고려대학교 해상법연구센터(김인현 교수)가 주최하는 ‘바다, 저자전문가와의 대화’ 웨비나에서 안광헌 현대중공업 사장은 “최근 중국이 3만TEU급 초대형선을 건조할 수 있는 건조 도크를 짓고 LNG선을 건조할 야드를 대거 완공했다. 초대형선의 경우 3~5년 이내 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최근 핵심기자재까지 자국화하려는 방침에서 따라 한국으로부터 엔진 등 기자재 수입을 통제하는 등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공법의 변화로 주도권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산하 기술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권오익 대우조선해양 전무는 “조선사들이 스마트십, 스마트야드 등 설계부터 생산까지 인공지능을 도입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조선업은 공법 변화에 따라 주도국이 바뀌었다. 과거 유럽이 리벳공법으로, 이후 일본이 용접공법을 필두로 대형화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이끌었다. 현재는 한국이 메가공법을 통한 엔지니어링 맞춤형으로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면 다음은 디지털공법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조선사들은 이제 ICT 기반으로 설계 정보를 공유하고, 지능형 무인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야드 궤도로 진입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정보 공유로 비효율 개선

조선은 복합산업이다. 단가가 비싸고, 자본집약적이며 구조 설계가 복잡하다. 옥외 작업이 다수여서 날씨의 영향이 크고, 대형선박 혹은 해양플랜트에 수 천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업을 수행한다. 이렇듯 산발적인데다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프로젝트 특성상 선행단계에서 변화가 후행단계에서 증폭되거나, 공정 과정 도중 스펙이 변경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이에 효율적인 업무로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공정 단계에서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한편, 자원을 경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여기서 정보 공유가 관건이다. 통상 선행과 후행 작업의 연결선 상에서 일어나는 정보의 변화를 기반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설계 도면의 공유부터 선행돼야 한다.

삼성중공업의 디지털트윈 개념의 블록 정보 공유 화면

2D의 종이도면에서 3D의 도면은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종이는 한 방향으로 통보해주는 역할만 하며, 개인 손바닥에 머물면서 정보 공유가 안 된다. 더욱이, 선박은 갈수록 고부가가치화되면서 집적도가 높아지는 추세여서 도면은 계속해서 복잡난해해지는 양상인데 종이 안에 모든 정보를 다 넣기에 벅찬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2021 플랜트조선 컨퍼런스에서 삼성중공업 박정서 파트장은 "2D형태의 설치도면은 크고 길 수밖에 없었다면 테블릿에 3D 도면을 담아 다닐 수 있게 되면서 해당 공정 나아가 조선소 전체의 공정을 쉽게 파악해 선후, 완급 등을 조절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부서간 엑셀파일, 전화연락 등으로 정보를 공유하면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남기기 일수이다. 하나의 시스템 플랫폼으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3D 모델링이 빛을 발한다. 

정보 공유가 원활하게 진행되면 야드 내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과거에 지게차, 이동식크레인 등이 부서별로 배치돼 있었다면 사물인터넷을 부착하면 그때그때 필요한 적소에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상성중공업의 경우 실제 현장을 모사한 디지털트윈 개념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조 중인 수십 척중 어떤 공정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체 숲을 보게 되면 더 정확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AR 기술은 현장 검사를 더욱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이 또한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스마트 제조 적용해 생산성 배가

표준 모델로 자동차는 50만대 이상 양산이 가능하고 항공기는 1000여대 수준으로 제작 가능한데 반해 주문생산하는 선박의 경우 모델별 생산대수가 1척이다. 조선분야는 공정기간이 길고, 운용 중에 점검이 어렵고, 유지보수가 지속 필요하다는 점에서 타 제조산업에서 검증된 스마트제조 솔루션을 그대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조선사들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디지털 방식을 공정 전 영역으로 적용 확산시키며 획기적인 산업 발전을 위한 길을 트는데 앞장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AI 기반 공정 자동화 시스템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AI 기반 공정 자동화 시스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8년 IoT 및 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선박 이중 곡 성형 작업에 로봇을 적용해 연 1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해 냈다. 다양한 3차원 곡면 형상의 선박 외판을 자동 성형하는 시스템으로 현대중공업은 이를 통해 업계 최초로 공정 자동화의 출발선을 끊었다. 

전통적으로 작업자들이 화염을 가해 곡 성형 작업을 수행하던 것을 이 로봇 시스템을 통해 고주파 전류로 유도 가열해 다양한 형태의 곡 블록을 가공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자동 가열선 생성 기능을 갖춘 6축 다관절 로봇을 이용해 성형 작업을 자동화해 3배 이상 생산성을 높였다.

현대중공업은 복잡한 작업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자율 이동해 작업할 수 있는 선박 용접 및 도장 자동화 지능형 로봇을 개발해 확대 적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병원에서 방사선 검사 일종인 X-레이 촬영과 같이 조선 업계 최초 AI 기반 방사선 품질검사(RT, Radiographic Test) 기술을 개발했다. 선박 다양한 형상을 대상으로 용접부 위치를 3D 모델링을 통해 정확히 파악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비파괴 검사 정보를 수집해 용접 품질 검사를 자동으로 수행, 본격 현장에 적용했다. 인력과 시간을 많이 투입해야 했던 기존 RT검사의 작업효율을 높이고 작업자의 방사선 노출 위험을 감소시키는 등 업무 효율 개선에 크게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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