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생태계 구축하는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으로 산업 성숙도 높인다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1.07.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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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기술 고도화, 센터 구축 및 제도 시행으로 시장 활성화 지원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2001년 FIT(발전차액제도) 도입과 함께 첫 발을 뗀 국내 태양광 시장도 어느덧 20여년의 시간이 지났다. 태양광발전소의 통상 수명을 20년으로 판단하는 만큼, 국내 1세대 태양광발전소가 그 역할을 다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이처럼 1세대 태양광발전소가 정년퇴직을 앞두면서 국내 태양광 시장에 폐패널 처리방안이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태양광발전소에는 규모에 따라 작게는 수십 장부터 많게는 수만 장의 태양광 모듈이 설치된다. 여기서 수명이 다한 폐패널은 그동안 알루미늄 프레임을 제외한 나머지 소재 전체를 파쇄하거나 매립하는 방식으로 재활용(Recycle)돼왔다. 이렇게 처리된 폐패널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이어져온 것이다.

국내 태양광 시장이 활성화된지 20여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태양광 폐패널 처리 방안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사진=utoimage]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으로 밝혀졌다. 산업부는 지난해 10월 폐패널에 함유된 중금속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빠르게 해명에 나섰다. 국내에 공급 중인 결정질 실리콘계 태양광 모듈에는 크롬, 카드뮴 등 유해 중금속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은 태양광 모듈 제작 시 크롬, 카드뮴 등의 유해 중금속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결정질 실리콘계 태양광 모듈에는 이러한 중금속이 사용되지 않으며, 정부가 이러한 성분이 사용된 태양광 모듈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성분은 셀과 전선 연결을 위해 사용되는 납이다. 이마저도 매우 소량으로, 산업부는 국내에서 사용 중인 태양광 모듈의 납 함량이 0.009%~0.0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관련 환경기준(0.1%,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 대비 매우 낮은 수준으로, 일반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폐패널 대란? 2막 준비하는 태양광 모듈

2023년 이후 쏟아져 나올 폐패널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업계 관계자는 문제없다는 설명이다. 폐패널이 전부 재활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활용뿐만 아니라 재사용(Reuse)되는 폐패널로 인해 우려하는 폐패널 대란이 쉽게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폐패널이라고 부르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인식한다”며, “그러나 발전효율이 국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지 발전 자체가 안 되는 폐기물이 아니다. 충분히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모듈은 시간이 지날수록 초기 대비 발전효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모듈 수명 20년은 초기 성능 대비 80% 이하의 성능을 보이는 시점을 뜻하는 것이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시점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태양광 패널은 20년을 사용하고도 규정된 조건 하에서 운전이 보장된 최대출력 기준으로 평균 정격출력 80% 이상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태양광 패널은 평균 연간 0.3~0.9% 효율 저하가 발생한다. 현재 국내에서 수거되는 대부분의 폐패널이 이러한 효율 저하가 원인이다. 수거되는 폐패널의 90%가 재사용이 가능하며, 이미 중동 등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으로 상당량 수출되고 있다.

노후 태양광발전소 철거 및 재시공 전문기업 라인테크솔라의 강정일 대표는 이에 대해 “많은 사업주들이 이를 모르고 기존 모듈을 파손해 폐기하는 경우가 잦다”며, “멀쩡한 모듈을 단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기하는 것은 잘 타던 중고차를 폐기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물론 파손, 결함, 불량 등의 이유로 해당 시점을 채우지 못하는 폐패널도 매우 많은 상황이다. 이러한 제품이 리사이클, 바로 재활용돼 새롭게 태어난다. 정부 역시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폐패널에 등급을 매겨 재사용과 재활용 가능한 폐패널로 구분하는 업계 표준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부터 태양광 패널 생산자는 수거, 운송 등의 재활용 체계를 구축해 환경부가 부여하는 재활용 의무율에 해당하는 양의 폐패널을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해야 한다. [사진=utoimage]

고도화되는 태양광 산업 대응 위한 기술개발 필요

다결정에서 단결정으로, 단면에서 양면으로, P타입에서 N타입으로. 태양광발전소의 핵심 설비인 태양광 모듈은 태양광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기술적으로 가장 빨리, 많이 변화하고 있는 설비다. 폐패널 재활용에 대한 기술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인 유럽은 이미 이러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산업부,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가 지난 2021년 1월 발간한 ‘신재생에너지 BRIEF-산업·정책·기업 동향 보고서’에 실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진석 책임연구원의 전문가 기고에 따르면, 최근 유럽은 재사용과 리페어에 의한 수명 연장까지 포함하는 등 연구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 수명연장을 위한 고장 수리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태양광 모듈을 위해 업그레이드된 재활용 계획 및 기술 수립, 지속가능한 태양광 모듈을 위한 소재 개발 및 신규 태양광 모듈 디자인 등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기존 폐패널 원자재와 부산물을 더욱 효율적으로 회수 및 정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을 결합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비단 유럽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중국 역시 총 18개 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태양광 재활용 기술에 대한 대규모 R&D를 수행 중이다. 중국의 경우 친환경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기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일본은 태양광 폐패널 처리기술에 대한 경제성 목표만을 지정한 후, 각기 다른 방법의 연구 개발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Mitsubishi Materials, NPC, Solar Frontier 등의 기업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폐패널 처리기술을 개발 중이다.

진천 태양광모듈연구센터 조감도 및 폐패널 재활용 처리 공정 [자료=충북테크노파크]

재활용 시장 활성화의 첫 걸음 ‘진천 태양광모듈연구센터’

정부는 폐패널에 대한 국민적 불안 확산에 앞서 이미 관련 제도 도입과 설비 구축으로 폐패널 발생에 대해 차근차근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단순히 폐패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함이 아닌, 폐패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바로 폐패널 전문 재활용센터 구축 및 전국적인 확산이다.

오는 9월 준공을 완료하는 ‘진천 태양광모듈연구센터’는 이러한 노력의 첫 걸음이다. 충북테크노파크가 운영하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녹색에너지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등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국내 첫 재활용센터다. 이를 시작으로 전국 각 지자체에 재활용센터를 추가한다.

2023년 시행 예정인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발맞춰 윤진테크, 라인테크솔라, 원광에스엔티 등 공익성에 목적을 둔 민간기업들이 참여하며, 전문성과 사업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2022년에는 연간 9,700t에 달하는 폐패널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태양광 모듈은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 알루미늄, 실리콘, 구리 등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적정 회수 및 재활용을 할 경우 최대 90%까지 회수 및 재활용이 된다. 이를 통해 자원 절약이 가능하다.

설비 구축에 발맞춰 기술개발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변환저장소재연구실 이진석 박사 연구진이 상온에서 동작해 에너지소모량을 기존 공정대비 3분의 1수준으로 줄이고, 고품위 소재 회수가 가능해 수익성이 2.5배 우수해진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기술을 개발했다,

상온에서 스크레이퍼를 이용해 패널을 분리시킴으로써 기존 열적 공정 대비 연간 64%의 수준으로 전력소모를 줄였다. 또한, 비파쇄 방식이기 때문에 파·분쇄로 인한 부품·소재들이 한데 섞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고순도 물질 회수가 가능하다.

기존의 태양광 재활용 기술은 봉지재를 열분해해 패널 내 부품·소재들을 고순도로 회수하거나 패널 전체를 파쇄하는 방식으로 공정비용을 줄인 기술이다. 연구진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재활용 공정 중 열원 사용이 극도로 억제돼 하루 2t 처리량 기준 연간 약 205.6MWh 이상의 에너지소모가 절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시 연구책임자인 이진석 책임연구원은 “깨끗한 에너지인 태양광발전이 폐패널로 인한 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을 적정처리기술로 해결해야만 진정한 지속가능 에너지로써 의미가 있다”며, “현재 해당 분야 선진국인 독일과의 국제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개발 기술을 국내 활용만이 아닌 해외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재활용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변환저장소재연구실 이진석 박사 연구진이 개발한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공정 개념도 [사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2023년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의무화

국내 태양광 재활용 시장의 활성화를 예상하는 이유는 오는 2023년부터 시행되는 태양광 패널 생산자가 의무적으로 폐패널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태양광 패널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는 태양광 패널 생산자는 수거, 운송 등의 재활용 체계를 구축해 환경부가 부여하는 재활용 의무율에 해당하는 양의 폐패널을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해야 한다. 재활용을 위한 폐기물 분담금 납부도 의무화된다.

해외 신재생에너지 선진국들 역시 EPR 제도 시행 이후 폐패널 시장이 급격히 활성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산업부,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가 지난 2021년 1월 발간한 ‘신재생에너지 BRIEF-산업·정책·기업 동향 보고서’에 실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진석 책임연구원의 전문가 기고에 따르면, 유럽은 꾸준히 폐패널 재활용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앞선 2012년 폐전자제품처리지침(WEEE)을 개정해 태양광 패널에 대한 재활용을 의무화한 바 있는 유럽은 규정 이후 폐패널 처리 실적을 정확히 집계하고 있다. 폐패널 처리 업무를 대행하는 대표적 협회 중 하나인 PV CYCLE은 2019년 3분기 기준 누적 약 3만5,000t의 폐패널을 처리했을 정도로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최근 들어서는 폐패널 처리 실적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내 국가별로 폐패널 처리량을 살펴보면, 독일이 34%로 가장 많았으며, 프랑스가 26%로 두 번째, 이탈리아가 세 번째로 그 뒤를 따랐다. 2016년까지는 독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2018년에 프랑스에 태양광 폐패널 전용 플랜트가 구축되면서 프랑스의 처리 실적이 급격하게 많아졌다.

EPR 제도 시행을 앞둔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차근차근 준비단계를 거치고 있다. 유럽연합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환경부는 애초 2021년 시행을 계획했다. 그러나 당시 국내 현실은 반영하지 않은 채 너무 빠른 제도 도입이라는 반대에 부딪혔고, 제도 시행 시기를 2023년으로 연기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019년에는 원활한 EPR 제도 도입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한국태양광산업협회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태양광 패널의 향후 발생량 예측을 위한 조사를 추진하고, 재사용·재활용 기준 마련 등 재활용 비용의 적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2022년이면 세부적인 제도 시행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PV CYCLE 협회의 폐패널 연간 처리 현황 [자료=PV CYCLE,
PVSEC-29, Xi’an, 2019]
2010년부터 2018년까지 PV CYCLE 협회의 폐패널 국가별 처리 현황 [자료=PV CYCLE,
PVSEC-29, Xi’an, 2019]

재활용 시장 활성화 위한 기준 정립 선행돼야

여타 신재생에너지 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출발이 늦은 우리나라의 경우 폐패널 재활용에 대해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산·학·연·관이 힘을 모아 제도 정립 및 기술개발을 통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있지만,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폐패널 발생량 전망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지 못해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수치 파악보다는 선별 기준 확립이 중요하다”며, “재활용 또는 재사용이 필요한 폐패널을 선별하는 기준이 마련된 뒤, 폐패널 발생량 수치를 전망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재활용 또는 재사용되거나 폐기해야 되는 폐패널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지로 인해 폐패널 관리가 제대로 안됐고, 관련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무지가 발생했다. 기준이 정립되고, 해당 기준이 산업 전반에 퍼진다면 폐패널 재활용 시장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국내 태양광 산업은 확산기를 지나 고도화 단계에 진입했다. 생산에 집중하던 시기에서 이제는 관리와 폐기가 중요한 시기로 접어들었다. 노후발전소에 대한 리파워링, 폐패널에 대한 재활용, 재사용 등에 산·학·연·관이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생산-소비-폐기는 제조산업이 하나의 완성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다. 모든 제조산업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하나의 완성된 생태계를 구축하고 발전해왔다. 국내 태양광 산업 역시 이러한 단계를 거치며, 고도화되고 있는 것이다.

진천 태양광모듈연구센터 구축 기반 조성사업 수행기관인 충북테크노파크 차세대에너지센터 최종서 센터장은 “태양광 재활용센터 구축은 꼭 필요한 사업이며, 잘 하는 사업”이라며, “생태계 구축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더욱 성숙한 국내 태양광 산업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고,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현재의 국격을 갖출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산업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매경한고(梅經寒苦), 매화꽃은 추운 고통을 겪고 피어난다. 현재 국내 태양광 산업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국내 태양광 산업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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