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원천 차단한 ‘워터 인 배터리’로 ESS 안전성 높인다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2.03.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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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동서발전-포투원-KTC, 방화 용액 속 담긴 배터리 실증 나서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국내 연구진이 기존 상식을 뒤집는 신개념 배터리 기술개발을 추진하며, ESS의 화재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 이번 기술개발은 ‘배터리는 물속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상식에서 벗어나 특수 방화물질이 포함된 물속에서 작동하는 ‘워터 인 배터리(Water-in-Battery, WIB)’ 시스템이 그 주인공이다.

연구진이 디자인한 WIB 시스템이 적용된 시제품 모식도 [사진=UNIST]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화학공학과 김영식 교수팀과 한국동서발전(사장 김영문), 교원창업기업 포투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은 17일 오후 4시 ‘WIB 시스템 기술개발 과제 착수회의’를 온라인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WIB 시스템’은 방화물질을 녹인 용액 속에서 배터리를 작동시키는 개념을 구현했다. 정상 작동 시에는 배터리의 열을 낮춰 수명을 향상시키고, 배터리가 열폭주를 일으키면 표면의 방화물질이 침투해 산소와 열을 차단하면서 화재를 조기 차단하는 원리다.

열선을 이용한 강제 발화 테스트에서 LIB 모듈(2,600 Wh)은 24분 만에 전소된 반면, WIB는 FPM이 열을 흡수해 84분에 열폭주를 시작했다. 화재는 강제 가열된 셀만 기능중단 후 진압됐다. [사진=UNIST]<br>
열선을 이용한 강제 발화 테스트에서 LIB 모듈(2,600 Wh)은 24분 만에 전소된 반면, WIB는 FPM이 열을 흡수해 84분에 열폭주를 시작했다. 화재는 강제 가열된 셀만 기능중단 후 진압됐다. [사진=UNIST]

이날 착수회의에서는 WIB 시스템 개발 및 실증을 위한 협력방안이 논의됐다. 참여기관들은 WIB가 적용된 100kWh급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 시스템을 설계, 제작해 구축하고 실증하기 위한 협력에 나선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폭발 걱정 없는 ESS 기반 전기차충전소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연구팀의 이번 기술개발 추진은 전세계적인 탄소중립 움직임에서 ESS가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력투자가 신재생에너지에 집중됐고, 이에 따라 ESS 시장은 8년간 연평균 66% 성장, 향후 10년도부터는 연 31%의 가속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1,000만대 규모 시장이 형성된 전기차는 2030년이면 최대 2억3,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확대와 맞물려 전기차충전소의 성장 가속화도 진행되고 있다. 폭발 걱정 없는 안전한 ESS 기반 전기차충전소 운영이 필요한 이유다.

UNIST 김영식 교수는 “최근 5년간 국내에서만 약 30건의 ESS 화재가 보고되는 등 배터리 화재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왔다”며, “바닷물 속에서 작동하는 해수전지가 화재에서 안전하다는 점과, 전기차 화재 진압을 위한 침수 소화 사례에서 착안해 방화물질 속에서 작동되는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WIB는 FPM(Fire Prevention Material, 방화소재)에 함침된 채로 구동되는 이차전지 시스템으로, 정상작동시 온도상승을 방지해 장수명을, 비상시 방화소재가 즉시 내부로 침투해 화재를 차단한다. [사진=UNIST]
장기 충방전 평가에서 일반 LIB의 경우 40℃를 시작으로 54℃까지 온도가 상승한 반면, WIB의 경우 45℃까지 상승해 정상운전시 냉각능력을 확인(온도편차 LIB 14℃, WIB 5℃)할 수 있었다. 또한, 초기용량의 SOH 대비 60% 기준 WIB가 기존 LIB 대비 수명이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사진=UNIST]<br>
장기 충방전 평가에서 일반 LIB의 경우 40℃를 시작으로 54℃까지 온도가 상승한 반면, WIB의 경우 45℃까지 상승해 정상운전시 냉각능력을 확인(온도편차 LIB 14℃, WIB 5℃)할 수 있었다. 또한, 초기용량의 SOH 대비 60% 기준 WIB가 기존 LIB 대비 수명이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사진=UNIST]

김영식 교수 연구팀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울산광역시의 지원을 받는 지역활력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해수전지 및 해양특화전지를 개발해오는 과정에서 WIB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고 이를 실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직접 제작한 ESS 모듈을 활용한 열폭주 시험을 통해 시스템의 성능을 직접 검증하기도 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WIB 기술을 적용한 ESS는 기존 ESS 대비 폭발 및 추가 화재전이도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WIB 시스템의 개념을 국제학술지에 출판했으며, 관련 원천 특허도 다수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영식 교수의 창업기업인 포투원은 한국동서발전과 함께 WIB 시제품 제작에 참여한다. 향후 약 1년의 실증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 상용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수전지와 WIB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포투원은 정부의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에 선정되며, 에너지 분야의 유망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영식 교수는 “WIB 시스템은 기존 ESS 시스템의 개념을 뒤엎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결과물”이라며, “향후 세계 ESS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을 신기술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과제 착수식에는 한국동서발전, UNIST 해수자원화기술 연구센터, 포투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관계자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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