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산업 퀀텀점프, 협동로봇‧AMR에 달렸다… 제조‧서비스분야 가파른 상승세
  • 최종윤 기자
  • 승인 2022.03.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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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시장 성장세 속 본격적인 경쟁 돌입

[인더스트리뉴스 최종윤 기자] “주문하신 음식이 도착했습니다.” 이제는 어색하지 않은 딱딱한 음성의 서빙로봇이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테이블 옆에 와 있다. 지난 2년 코로나19 국면 속에 비대면이 트렌드가 되면서 각종 협동로봇이 어느 새 우리 일상생활에 속속 스며들었다. 처음에는 놀라웠던 커피를 브루잉하는 로봇, 닭 튀기는 로봇, 서빙 로봇이 더 이상 놀랍지 않다.

협동로봇이 제조분야에서 수년전부터 활약상을 이어가고 있다. 제조 등 산업분야에 이어 서비스 시장까지 열리면서 협동로봇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가 예측된다. [사진=utoimage]

서비스시장에 협동로봇 도입이 늘면서 로봇에 대한 체감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사실 협동로봇은 제조분야에서는 수년전부터 활약상을 이어가고 있다. 제조 등 산업분야에 이어 서비스 시장까지 열리면서 협동로봇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가 예측된다.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은 글로벌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 시장 규모는 2021년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서 연간 43.4%(CAGR) 증가해 2027년 105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기준 753억 달러(약 85조원)로 추산되는 산업용로봇 시장과 비교하면 협동로봇은 이제 막 열리고 있는 시장이다. 산업용로봇과 다르게 서비스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어 잠재력은 그 이상으로 평가 받는다. 협동로봇의 글로벌 판매량이 2018년 1만9,000대에서 2020년 2만2,000대로 증가 추세에 있는 반면, 산업용로봇이 경기부진의 영향으로 같은 기간 40만대에서 36만대로 감소한 것만 비교해 봐도 다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성장률 측면에서는 산업용로봇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로봇산업, 퀀텀점프 기대

금융계도 제조‧서비스시장에서의 협동로봇과 물류 분야에서의 AMR 등이 로봇산업을 견인하며, 로봇산업의 퀀텀점프를 기대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1월 11일 키움 스몰캡 ‘코스닥 시장을 이기는 아이디어’ 보고서를 통해 ‘로봇산업의 퀀텀점프’를 기대했다. 보고서는 로봇산업의 패러다임의 변화 근거로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디지털 혁신 △노동력 인구 감소와 인건비 상승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기술의 발전을 꼽았다.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여건으로 변화했다는 의미다.

실제 AI, 5G, 배터리 등 로봇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들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로봇산업도 변곡점이 오고 있다. 더욱 광범위해진 로봇의 사용 가능성으로 인해 다양한 산업에서 로봇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로봇산업의 긍정적 기류는 대기업의 움직임에서도 읽을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로봇사업화 TF’를 상설 조직으로 격상했으며, 지난해 8월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과 로봇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에 따라 로봇사업 관련 투자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현대와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 역시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로봇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중소 로봇업체들의 동반성장도 예상된다.

주52시간‧안전강화 등 사회적 환경의 변화

최근 협동로봇의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유에는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국내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세는 사회적 변화도 큰 몫을 차지한다. 주52시간제 도입, 고령화에 따른 인력수급 부족, 중대재해처벌벌 시행 등 기업 입장에서 더 이상 기존 인력 구조로는 사업을 영위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더불어 지난 2년간 경험한 코로나19 위기도 무인화‧자동화 수요를 부추겼다. 이런 사회적 여건의 변화는 협동로봇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크게 부각시켰다.

협동로봇은 쉽게 이해하면 기존의 산업용로봇과 달리 펜스 설치 등 공간적 제약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산업용 로봇팔이다. 이에 전통 산업용로봇으로 자동화되지 못했던 영역이나 기존 공정에 얹어 추가적인 자동화를 꾀할 수도 있다. 사람과 함께 일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된 협동로봇은 최근 안전 강화 트렌드와도 일치한다. 도입비용도 산업용로봇의 25~30% 정도로 저렴한 수준으로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던 산업용로봇에 비해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도입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

‘FA저널 SMART FACTORY’ 조사결과 산업분야별로 여전히 협동로봇은 전기/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특정 산업에 편중돼 도입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최근 단순 반복 업무로 노동생산성이 낮은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 등 뿌리산업 분야에서 도입이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2022년에는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utoimage] 

협동로봇 시장, 경쟁 본격화

2022년에는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협동로봇 기업으로 유니버설로봇(덴마크), 화낙(일본), 테크맨로봇(대만) 등이 건재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두산로보틱스, 현대로보틱스, 한화정밀기계 등 대기업을 비롯해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 중견‧중소기업들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새로운 공급기업들이 시장에 뛰어 들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008년 세계 최초로 산업용 협동로봇을 제작한 유니버설로봇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 협동로봇을 6만대 이상을 공급하며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속에서도 지난해 3분기 전년 대비 46%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지역 거점별 ‘공인교육인증센터’ 등을 운영하며 판로개척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전히 협동로봇 표준 라인업을 이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당분간 유니버설로봇의 아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경쟁력 확보한 국내 로봇기업 성장세 높아

다만 국내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 자체 기술력을 내재화한 로봇 전문기업이 성장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의 인간형 이족보행로봇, ‘휴보’(HUBO)를 탄생시킨 KAIST HUBO Lab 연구진이 창업한 로봇 전문기업으로 2019년 9월 RB 시리즈를 본격 런칭하며 협동로봇 시장에 진입했다.

경쟁사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코스닥 시장 진입도 성공했다. 로봇공학의 정점에 있는 인간형 이족보행로봇의 핵심부품 및 요소기술을 내재화해 보유하고 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핵심부품 가운데 감속기만을 제외하고 △구동기 △제어기 △브레이크 △엔코더 등을 100%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에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에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정호 대표는 “협동로봇에서는 핵심부품 5가지가 차지하는 원가율이 65% 정도로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를 핸들링하지 못하면 절대 완성품에서의 가격경쟁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뉴로메카는 처음부터 중소기업 환경을 고려한 제품을 기획, 출시하며 시장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Indy(인디)’는 뉴로메카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조한 협동로봇으로 혁신적인 충돌 감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한다. 임피던스 제어를 통해 더 직관적인 직접 교시(Direct Teaching)를 지원하며, 안드로이드 태블릿 기반의 티치펜던트 앱을 통해 온라인 및 오프라인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 뉴로메카도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외산 로봇 대비 60%의 가격대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1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우수기업연구소에 선정된 것은 물론, 140억 규모의 시리즈 D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며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어느 정도 제품 라인업 등을 확보한 협동로봇 기업들은 이에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제조사별로 독창적 기능 또는 산업분야별 특화된 협동로봇 개발로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로봇 분야에서는 물류 분야가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utoimage]

서비스로봇 시장, 물류 분야가 견인… 핵심 키는 AMR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동로봇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용으로 당연히 활용될 수 있다. 이에 전세계적으로 서비스 로봇에 대한 전망은 아주 밝다. 2020년 세계 서비스로봇 시장 규모는 111억달러(13조 2146억원)로 전체 로봇시장에서 43.5%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국내는 전체 로봇시장에서 서비스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23%로 여전히 잠재력이 큰 상태다. 정부도 물류, 의료, 웨어러블, 돌봄 등 4대 서비스로봇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며 실증보급 사업 등을 통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성장폭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서비스로봇 분야에서는 물류 분야가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쇼핑 위주의 소비자 구매 패턴 변화는 물류환경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물류업계는 배송단계 중 가장 비효율적인 ‘라스트 마일’ 구간의 해결책으로 배달‧물류 로봇시장 선점을 앞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물류로봇 도입 대수는 2018년 5.2만대에서 2023년 25.9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상하차‧이송‧저장 등 물류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 대체가 가능한 AMR(Autonomous Mobile Robot)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판단된다. 규제 상황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소비자 배달 인력과 협력이 가능한 실내외 배송로봇의 상용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AMR은 자율이동로봇으로 AGV(Automated Guided Vehicle)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형태다. AMR은 별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지 않으며, 이동공간만 확보하면 된다. 센서, 3D카메라 및 최신 레이저 스캐닝 기술 등을 통합해 복잡한 환경에서 동작이 가능하게 설계됐다. 자동으로 장애물 회피, 즉각적인 경로 조정 및 자동 자재 전달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AMR 글로벌 기업 속속 한국지사 설립, 시장공략 시작

시장 활성화와 동시에 AMR 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 덴마크의 미르(MiR, Mobile Industrial Robots)가, 올해 1월에는 중국의 긱플러스(Geek+)가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한국시장 공략을 본격화 했다.

미르의 포이 퉁 탕(Poi Toong Tang) 아시아 태평양 지역 세일즈 부사장은 “미르는 한국시장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면서, “아태지역 상위 3대 시장으로 보고 있고, 특히 전기‧전자, 자동차 분야에서 중요한 시장”이라고 밝혔다. 미르는 전 세계 수백여 개의 중견 및 대규모 다국적 제조업체 및 물류센터를 비롯해 여러 병원들이 MiR의 혁신적인 로봇을 이미 운용하고 있다. 뉴욕, 샌디에이고, 싱가포르,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도쿄, 상하이에 지사를 두고, 60개국 이상에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미르는 한국시장에서 전기/전자 분야와 자동차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전통 산업용로봇은 업종 및 공정별로 차이가 존재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재사용이 힘들지만, 협동로봇은 한 대로 다목적 활용이 가능하다. 그리퍼류만 교체하면 다른 공정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산업용 이외에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용으로도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기업들을 우선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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