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청정에너지 전환에 부정적 영향’ 화석연료 신규 투자 경고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2.06.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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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단기 대책은 필요하지만, 대규모 인프라 건설 계획은 위험”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침공으로 발발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공급망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이번 전쟁이 세계 각국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유럽 국가들의 석탄과 석유, 가스 등 기존에너지에 대한 신규 단기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utoimage]

지난 5월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이 열렸다. 포럼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와 기업 경영진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50년 만에 최악의 에너지 위기가 촉발됨에 따라 화석연료 신규 투자가 탄력을 받으면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주요 인사들은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유럽의 노력이 석탄과 석유, 가스와 같은 에너지에 대한 신규 단기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일부 인사들은 현재의 에너지 위기가 일부 석유·가스 생산자들이 장기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통해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세운 목표 달성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지멘스 에너지 AG(Siemens Energy AG)의 조 케저(Joe Kaeser) 회장은 “지난 몇 십년간 유지됐던 안정적인 공급이라는 근본적인 가정이 무너졌다”며, “다시는 논의될 것 같지 않던 여러 주제에 대한 논의가 현재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파티 비롤(Fatih Birol) 사무총장은 “에너지 안보를 제공하고, 즉각적인 비상사태를 해소해야 하는 것은 맞다”며, “그렇다고 해서 대규모 화석연료 투자가 잇달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존 케리(John Kerry) 미국 기후특사 역시 “러·우 전쟁으로 현실적인 단기 대책이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전쟁을 이유로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계획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서유럽, 2023년 13GW 규모 석탄화력 공급 전망

이번 위기는 석유와 가스, 석탄 가격이 동시에 급등했다는 점에서 1970년대 석유파동과 같은 과거 충격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조치가 해제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등한 가운데, 러·우 전쟁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유럽 국가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LNG 수입터미널 추가 건설 계획을 수립한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석탄화력 가동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S&P 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트(S&P Global Commodity Insight)의 글렉 릭슨(Glenn Rickson) 애널리스트는 2023년 서부 유럽은 석탄화력으로 13GW의 전력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자, 릭슨이 가스 가격이 급등하기 전인 2021년 내놓은 전망치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또한, 일부 주요 화석연료 생산국도 이미 생산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러한 우려에 힘을 실었다.

카타르는 자국의 LNG 생산용량 확대가 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밝혔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Aramco)는 대규모 자본지출을 통한 자국의 원유생산능력 확대가 세계적인 공급 부족을 해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각국 지도자와 기업 경영진들은 이미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시작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화석연료 투자보다는 현실적인 단기 대책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사진=utoimage]

EU, 재생에너지로의 가속화에 2,100억 유로 투입 계획

화석연료 신규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에너지 위기로 인해 오히려 풍력과 태양광, 원자력과 같은 저탄소에너지 대안의 도입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최근 유럽연합(EU)의 행보다. EU는 이미 러시아산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2,100억 유로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알록 샤마(Alok Sharma) 의장은 “이번 위기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상당히 빨라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서구의 석유기업들은 이미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시작한 바, 화석연료에 대한 장기 투자는 이치에 맞지 않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덴마크 석유생산기업에서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개발사로 변모한 오스테드(Orsted)의 매즈 니퍼(Mads Nipper) 대표(CEO)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탄소배출 자산을 운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신규 용량 개발을 위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엄청난 잘못”이라며, “이들 투자는 운영개시 시점에 이미 좌초자산이 돼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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