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브스카이트, 대량생산 가능해졌다… OLED TV처럼 진공 박막 증착공정 적용 성공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2.08.01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UNIST 박혜성 교수팀, 효율 저하 없이 수분·열 자극 보호 기능 뛰어난 피막 활용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박막증착 공정방식으로 제조된 최고 효율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모습을 드러냈다. 전지를 대량생산하는데 유리한 방식으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보호피막을 적용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구조 [사진=UNIST]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현재 태양전지 시장의 주를 이루는 실리콘 태양전지와는 다르게 다양한 조성 조합을 통해 광·전기적 특성을 쉽게 변화시킬 수 있다. 얇고 가볍게 제작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공정 과정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실리콘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차세대 태양전지로써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박혜성 교수

UNIST(총장 이용훈) 박혜성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고효율·장수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진공 박막증착 공정으로 제조하는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진공 박막증착은 원료물질을 진공상태서 증발시켜 기판에 얇게 입히는 방식으로, 이미 대형 OLED TV 제조 등에서 널리 쓰이는 기술이다.

페로브스카이트 광활성층 표면에 있는 유·무기 양이온과 할로겐 이온의 공극결함(원래 원자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있는 결함)과 결정립 경계간에서의 결함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성능과 안정성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이다.

고성능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제작을 위해서는 결함제어 연구가 필연적이다. 이를 위한 해결책 중 하나로 페로브스카이트 표면에 보호층(passivation layer)을 형성해 결함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성능 저해요소를 차단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외부 환경 요인에 대한 내구성이 우수한 2차원 루델스덴–포퍼 구조의 보호층을 사용하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물질은 배향(정렬 방향)에 따라 전하 수송 성능에 큰 차이를 보이는 특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이를 이용해 태양전지의 안정성과 효율을 동시에 향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진공증착 기반의 2차원 루델스덴–포퍼 구조의 페로브스카이트 보호층을 페로브스카이트 광활성층위에 형성시켜 안정성뿐만이 아니라 효율까지 향상된 결과를 얻었다.

개발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태양광-전기 변환 효율이 21.4%를 기록했는데, 이는 진공 박막증착 공정으로 제조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중 최고 수준이다. 또한, 전지 전체를 보호물질로 감싸는 봉지막(encapsulation) 공정 없이도 60~70% 습도에서 1,000시간 전지를 작동시켰을 때 초기 효율의 60% 이상을 유지하는 등 뛰어난 내구성을 보였다.

고효율·장수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진공 박막증착 공정으로 제조하는데 성공한 UNIST 박혜성 신소재공학과 교수팀. (사진 왼쪽부터) 김형민 연구원, 최윤성 연구원(제1저자), 구동환 연구원(제1저자) [사진=UNIST]
고효율·장수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진공 박막증착 공정으로 제조하는데 성공한 UNIST 박혜성 신소재공학과 교수팀. (사진 왼쪽부터) 김형민 연구원, 최윤성 연구원(제1저자), 구동환 연구원(제1저자) [사진=UNIST]

제1 저자인 최윤성 연구원은 “페로브카이트 물질 위에 증착된 보호 피막 덕분”이라며, “이 보호 피막은 수분, 열 자극 보호 효과가 탁월하면서도 기존 보호 피막과 달리 전지 효율을 떨어뜨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페로브스카이트 물질 바로 위에 얇은 막(passivation layer)을 형성시켜 수분과 열에 약한 페로브스카이트를 보호한다. 하지만 기존에 보호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루델스덴-포퍼’ 구조 피막은 내부 입자 배열이 불규칙해 전기를 만드는 효율을 떨어뜨렸다. 무질서한 입자 배열 때문에 전하 입자(전자)가 전극까지 제대로 흘러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2차원 보호층을 포함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의 결정 구조와 전자 수송 개략도. 페로브스카이트층에서 생성된 자유전자가 구조적 정렬이 잘 이루어진 진공증착 기반의 2차원 보호층(BABr (V))을 통해 원활히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UNIST]
2차원 보호층을 포함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의 결정 구조와 전자 수송 개략도. 페로브스카이트층에서 생성된 자유전자가 구조적 정렬이 잘 이루어진 진공증착 기반의 2차원 보호층(BABr (V))을 통해 원활히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UNIST]

이에 연구팀은 내부 원자의 정렬 방향을 맞춘 보호 피막을 합성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증착 과정에서 박막 형성 속도와 같은 공정 변수를 조절하는 기술을 사용했다. 이 보호 피막을 입힌 페로브카이트 태양전지는 수분뿐만 아니라 열 내구성 실험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박혜성 교수는 “박막 증착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상용화 가능한 큰 크기로 제작하는 데 매우 유리한 제조방식”이라며, “이 방식으로 만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이 20%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진공증착 기반의 보호 피막 기술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뿐만 아니라 탠덤 태양전지(실리콘 전지와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를 결합한 전지),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발광다이오드, 광센서 등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피인용지수: 39.714)’에 6월 21일자로 온라인 공개돼 정식 출판을 앞두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