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태양광 이슈] 변화하는 태양광, 움직이는 기업 ‘세계는 지금’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2.12.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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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RA 대응 위한 기업 움직임 본격화, 폐패널 증가 따른 재활용시장 참여기업 증가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국내 태양광시장에게는 암울했던 한 해로 기억될 2022년이 지나간다. 새정부 출범 이후 180도 달라진 에너지 정책 기조는 차치하더라도 태양광의 부정적 인식 확산을 위한 노력과 글로벌 흐름과는 반대되는 정책 방향은 국내 태양광 업계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에넬이 설치한 칠레 Chañares 태양광발전소 전경. 40MW 규모로, 연간 최대 94GWh를 생산할 수 있다. [사진=에넬]

기업의 존폐 위기를 걱정할 정도였던 국내와 달리, 해외기업들에게 2022년은 기회의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시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신재생에너지 확산 가속화 등 그 어느 때보다 태양광발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급증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국내기업들 역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시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시장에서 기회를 찾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글로벌 태양광시장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해외기업들의 최근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탈리아 ‘에넬’, 미국에 대규모 태양광 제조설비 구축 추진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에넬(Enel)이 태양광 패널과 태양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태양광 제조설비를 미국 내에서 구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해당 설비의 초기 생산용량은 3GW이며, 최종적으로는 6GW 용량의 태양광 패널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종합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총 투자 규모가 10억 달러를 초과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탈리아 로마에 소재한 에넬 본사 [사진=에넬]

에넬의 설비에서는 현재 미국에서 전혀 생산되지 않는 태양전지도 제조될 예정이다. 과거 미국에서 운영되던 몇몇 태양전지 기업은 폐업했거나 저렴한 수입산 전지 대비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서 퇴출된 바 있다.

‘IRA’ 제정 이후, 태양광 패널 제조사 퍼스트솔라(First Solar) 등을 비롯한 다수의 에너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퍼스트솔라는 2022년 8월 10억 달러를 투자해 2025년까지 연간 3.5GW의 태양광 모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고, 최근 설비 위치를 앨라배마로 확정했다. 에넬의 계획 역시 이러한 투자 계획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향후 더 많은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 내 제조설비에 대한 투자 증가 이유를 IRA로만 한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각국 정부가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전력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면서 미국과 전세계에서 태양광 전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것도 제조설비 투자를 증가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과거 몇 년 동안 미국에서는 연간 20GW의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이 추가돼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2030년대에는 태양광발전설비 증설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 본사를 둔 에넬은 세계 최대 유틸리티 기업이자 재생에너지 전력 개발사 중 하나다. 전세계 풍력, 태양광, 지열, 수력 발전설비용량만 총 55GW에 달한다. 이 중 8GW가 미국과 캐나다에 위치하는데, 2021년 에넬은 미국과 캐나다 내 발전설비용량을 2024년까지 75% 확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에넬의 미국 전지 및 패널 생산 부서를 이끄는 Giovanni Bertolino 대표는 “규모의 경제와 학습 곡선은 태양광 패널 제조 사업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가격과 품질면에서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 제조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생산용량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증가하는 태양광 패널 수요를 충족하는데 자사의 미국 제조설비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텍사스주(州) 오대호(Great Lakes)를 포함해 빠른 운영 개시가 가능한 지역을 우선으로 설비 위치를 물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현재 태양광발전단지 개발자들과 구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자사가 금년 말까지 위치를 확정하고, 2024년 연말까지 태양광 패널 제조를 시작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 ‘이토추상사’, 2024년부터 태양광 패널 리사이클 사업 개시

국내 태양광시장의 2023년 최대 이슈 중 하나가 태양광 모듈에 대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의 시행이다. 이에 따라 재활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제조·수입업자나 회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판매업자는 재활용부과금, 또는 회수부과금을 부과 받는다. 부과금 산정에 적용하는 재활용 단위비용은 1kg당 727원, 회수 단위비용은 1kg당 94원으로 산정됐다.

이러한 태양광 EPR 제도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시장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국내보다 한 발 빨리 태양광 확산을 주도했던 국가들은 이미 태양광 EPR 제도를 활발하게 시행 중이다.

일본 종합무역상사인 이토추상사(伊藤忠商事株式会社, ITOCHU Corporation)는 태양광 패널에서 귀금속 등을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스타트업 로시(ROSI)와 제휴해 2024년부터 일본에서 태양광 패널 리사이클 사업을 개시한다.

이토츄와 로시는 2030년대 이후 일본 내 태양광 패널 폐기물 대량 발생을 전망하고, 일본에 합작회사를 설립해 신기술 도입을 통한 순환형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합작회사를 통해 복수의 리사이클 공장을 건설할 계획으로, 처리능력은 한 공장당 1만~1만5,000t을 고려하고 있다.

이토추상사와 로시사의 태양광 패널 재활용 개요도 [사진=이토추상사]

태양광 패널 회수사업에서 이토츄가 출자하는 신전력사업자 및 태양광발전설비 개발기업 등과 제휴하며, 향후 산업폐기물 처리 기업 및 금속 재활용 기술을 가진 비철기업 등과의 제휴도 고려하고 있다.

일본 태양광발전협회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 리사이클이 가능한 산업폐기물 중간처리업자는 36개사에 달한다. 패널을 재이용하거나 더욱 효율적으로 리사이클 하는 새로운 기술 확립에 나서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일본 내 태양광 패널 리사이클에 대한 수요가 적고, 사업규모를 고려하면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으나, 태양광 도입 확대에 따라 향후 예상되는 대량 폐기에 대비해 신기술 개발 및 비즈니즈모델 구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태양광 패널에서 발전을 담당하는 셀 부분에 실리콘이 사용되고, 전도를 위해 표면 배선에 은 및 동이 사용된다. 현재는 이를 분리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워 매립하거나 정제업자가 매입하고 있으며, 이에 리사이클 기술 확립이 주요 과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는 정부 주도로 태양광 패널 회수 및 리사이클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지정한 기관이 태양광 패널 회수를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2021년에 리사이클 공공입찰을 실시했다. 여기에 로시가 참가한 컨소시엄 등이 선정되며, 2023년에 프랑스에서 리사이클 공장을 가동시킬 예정이다.

일본은 2012년 FIT제도 도입을 계기로 태양광 발전량이 2011년 48억kWh에서 2021년에 861억kWh로 약 18배 증가했다. 환경성에 따르면, 태양광패널 수명을 25년으로 설정시 태양광패널 폐기량은 2020년에 2,800t에서 2039년에 약 280배인 77만5,000t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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