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한현실 기자] 국가유산청은 광복절을 하루 앞둔 오늘,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을 통해 환수 문화유산을 선보인다고 14일 밝혔다. 공개된 유산은 우리나라의 자주독립과 관련된 '한말 의병 관련 문서', '한일관계사료집', '조현묘각운' 시판(詩板)이다.
2024년 7월 복권 기금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한말 의병 관련 문서'는 13도 창의군에서 활동한 허위·이강년 등이 작성한 문서 9건과 항일 의병장 유인석의 시문집인 '의암집(毅庵集)'이 제작되던 현장에서 일제 헌병이 빼앗았던 유중교와 최익현의 서신 4건이다.
이 13건의 문서는 비단이나 두루마리로 표장돼 있다. 표장은 두꺼운 종이를 발라서 책 등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각 두루마리 첫머리에 덧붙여진 글로, 일제 헌병경찰이었던 개천장치(芥川長治)가 이 문서들을 수집하고 지금의 형태로 만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국가유산청은 설명했다.
일제 헌병경찰이던 개천장치는 각각의 두루마리에 대한제국 말 일본을 배척한 우두머리의 편지라는 뜻인 ‘한말배일거괴지척독’과 한 말 일본을 배척한 폭도 장수의 격문이라는 뜻인 ‘한말배일폭도장령격문’이라고 제목을 적어 두었는데, 이를 통해 당시 탄압 대상이었던 의병에 대한 일제의 부정적 시각도 엿볼 수 있다.
또한 허위와 이강년을 체포한 사실이나 '의암집' 제작 현장을 급습한 사실에 대한 기록에서도 일제의 의병 탄압 및 강압적 행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일제의 입수경위가 명확하게 기록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국가유산청은 강조했다.
13도 창의군 제2대 총대장 허위가 붙자힌 음력 1908년 5월 13일 작성한 문서와 허위의 체포를 통탄하면서도 각 의진의 협력을 촉구하는 허겸과 노재훈의 문서는 불굴의 항전 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한일관계사료집'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제연맹에 우리 민족의 독립을 요구하기 위해 편찬한 역사서다. 지난 5월 한 개인 소장자가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국민이 함께 누리길 바란다며 아무 조건 없이 국외재단에 기증했다.
편찬 당시 총 100질이 제작됐으나, 현재 온전하게 다 갖춰진 상태는 국가등록문화유산인 독립기념관 소장본과 미국 컬럼비아대학 동아시아도서관 소장본까지 2질뿐이라는 점에서 이번 환수는 그 의미가 크다. 질은 여러 권으로 된 책의 한 벌을 세는 단위라고 국립국어원은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각 권의 첫머리에 집필자 중 한 명인 독립운동가 김병조의 인장이 날인돼 있어, 그의 손때가 묻은 책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향후 한국 독립운동사 연구에 있어 활용 가치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마지막 환수유물은 '조현묘각' 시판이다. 해당 유물은 독립운동가 송진우의 부친이자 담양학교 설립자인 송훈의 작품이다. 여기에는 전남 담양군 창평면 광덕리에 있는 옛 지명인 ‘조현(鳥峴)’에 묘각을 새로 지은 것을 기념해 후손이 번창하길 축원하는 칠언율시가 적혀 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이번에 공개하는 환수 문화유산은 단순히 국외에 있던 문화유산을 국내로 되찾아온 물리적 회복이라는 의미를 넘어 우리 선조들이 조국을 지켜왔던 정신을 오롯이 회복하는 값진 성과"라며 "정부와 민간의 협업, 그리고 소장자의 관심과 선의가 모두 맞물려져 가능했던 적극행정의 결과라서 더욱 뜻깊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