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8일 임시 주총서 정관변경 통과 여부 소액 주주 표심이 가를 듯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다음달 열리는 한미약품그룹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과 형제(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의 소액주주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형제 “외부투자 유치 지주사 책임 경영” vs 3자 연합 “위법적 경영 막아야”
30일 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29일 소액주주연대의 서면질의서에 대한 답변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24일 온라인 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내용증명으로 회사 운영 방안과 각종 의혹에 대한 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
먼저 형제 측은 답변서에서 “외부 투자자 유치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 해결과 한미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최적의 대안”이라며 상속세 해결과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3자 연합은 신동국 회장 명의로 낸 답변서에서 “형제가 추진하는 투자는 외형상 투자일뿐, 과도한 자신들의 부채를 탕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의심할 수 있다”며 투자 유치는 형제의 부채 탕감을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신 회장은 이에 대해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10만원 수준일 때도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면서 “형제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문경영인 체제와 오너의 책임경영 체제에 대해서도 양측 입장이 엇갈렸다. 우선 형제 측은 사업사인 한미약품에 대해서는 “기업가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중립적인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겠다”면서도, 한미사이언스에 대해서는 “임종훈 대표가 직접 책임 경영을 이끌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3자 연합은 “지배구조가 재편되는 과도기 상황에서 이사회에서 한미를 지원하고 전문경영인이 한미를 이끄는 구조를 속히 만들어야 한다”면서 “대주주로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고 전문경영인과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해 위법적 경영활동을 막고 한미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적극 내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밖에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의 업무를 방해하는지 여부를 놓고서도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최근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의 IT시스템을 통제해 업무 수행을 마비시켰다거나, 직원의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형제 측은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인사, 총무, 관재, 법무, 회계, 전산, CSR 디자인 등 업무 상당 부분을 적법하게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송영숙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있을 때에도 똑같았다”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반면 3자 연합 측은 “한미약품 주주가치를 지주사가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부적절하다”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소액주주 지지가 정관 변경 열쇠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는 오는 11월28일 서울교통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3자 연합은 이번 임시 주총 안건으로 ▲이사회 정원을 최대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 안건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을 제안했다. 현재 이사는 9명인데, 두 안건이 통과되면 이사는 11명으로 늘어난다.
반면 한미사이언스는 자본준비금 중 주식발행초과금에서 1000억원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자본준비금 감액 안건을 올렸다.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주주배당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공시에 따르면 3자 연합은 지분 48.13%를, 형제는 지분 29.07%를 각각 갖고 있다. 형제 측은 3.06%의 지분을 보유한 친인척 4명이 지지하고 있다며 지분 32.13%를 확보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상법에 따르면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에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주주가 출석하고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그동안 지분 5.53%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3자 연합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을 지지해 왔지만, 이를 합쳐도 지분은 53.66%에 그쳐 정관 변경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판가름할 ‘캐스팅보트’를 소액주주가 갖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지난 6월말 기준 소액주주 4만5628명이 발행주식의 총 23.25%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주행동 플랫폼인 액트(ACT)에는 29일 기준 1210명의 소액주주가 2.26%의 지분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오후 수원지방법원에서 3자 연합이 한미사이언스에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관련 법원 심문이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