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태양전지 산업화의 태동, 태양광시장, 진흙 속 진주를 발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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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7.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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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태 희 기자

 

유기태양전지의 난제 ‘효율’

태양전지 분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결정질 태양전지가 25%의 광전변환효율을 넘보고 있다. 반면 유기태양전지는 아직까지 효율 면에서는 1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일까. 곳곳의 연구기관에서 꾸준히 연구개발을 진행해 온 것에 비해 아직까지 산업계에서는 유기태양전지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다. 문제는 바로 낮은 효율. CIGS, 염료감응 태양전지 등이 순차적으로 상용화의 문턱을 넘어가고 있는 지금, 유기태양전지가 아직 상용화의 수순을 밟지 못한 것도 역시 이 낮은 효율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코나카(Konarka), 솔라머(Solarmer), 독일의 헬리아텍(Heliatek), 그리고 한국의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의 기업들이 유기태양전지 연구개발에 꾸준한 실적을 올리며, 이를 상용화 시키거나 또는 상용화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사례가 없지만, 미국·독일·일본 등 태양광 분야를 선도하는 여러 국가에서는 제도적 차원의 지원 또한 아끼지 않는 추세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을 유기태양전지로 불러모으는 것일까.

현재 여러 기업 및 연구기관들은 차세대 태양전지, 특히 유기태양전지의 미래 가능성을 일찌감치 내다보고 광전변환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에 돌입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코오롱인더스트리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유기태양전지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정석 박사는 “유기태양전지의 현재는 비록 효율면에서 다른 무기태양전지에 비해 떨어질지 모르지만, 향후 5년 뒤에는 상황이 어떻게 뒤바뀔지 모른다”며, “이는 지금까지 유기태양전지의 효율 상승 곡선을 보면 쉽게 예측 가능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15년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무기태양전지는 과거에 비해 현재까지 약 1% 정도의 효율만을 향상시켰을 뿐이다. 반면 유기태양전지는 1990년대 중반 미국 알란히거 교수에 의해 첫 등장했을 당시 1% 대의 에너지 효율을 보이던 것이 현재는 최고 9.2%까지 기록한 발표 자료가 있을 정도로 성장해 왔다. 이는 앞으로 5년 후, 또는 10년 후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한다. 유기태양전지의 이 같은 변신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태양전지의 효율을 좌우하는 광활성층 재료에 있다.


낮은 효율을 극복하는 몇 가지 방법

무기태양전지와 유기태양전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 광활성층 재료다. 유기태양전지의 경우 광활성층 소재로 고분자 및 유기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분자제어를 통해 새로운 고효율 소재 개발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을 가진다. 이는 효율 상승의 가능성이 얼마든지 넓게 열려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리콘계열이나 CIS 계열 등 무기태양전지의 경우 이 광활성층에 변화가 없다. 때문에 그만큼 효율 상승에 제약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유기태양전지는 최근 3년 내에 광활성층의 다양한 개발이 이루어져 5% 대에서 8% 이상의 효율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2015년 이내에 10% 이상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는 유기태양전지의 상용화가 멀지 않았음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유기태양전지는 결정질 태양전지에 비해 효율이 낮은 만큼 더 오래 발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정질 태양전지가 하루 최대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 세 시간이라고 가정했을 때, 유기태양전지는 그보다 2배 이상 오래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늦은 오전이나 이른 저녁, 또는 흐린 날씨 등 광량이 다소 낮은 때에도 발전할 수 있다는 유기태양전지의 특징 덕분이다. 이밖에도 플라스틱 기판을 적용할 수 있고, 롤-투-롤 연속 인쇄공정 적용 시 제조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 역시 유기태양전지의 장점 중 하나다.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인 플렉시블 태양전지 제작이 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지금까지 무기태양전지는 인듐(In)과 같은 유해물질이 사용된다는 이유로 환경 문제에 자유롭지 못해왔던 반면, 유기태양전지는 환경에 무해한 유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최적화된 친환경 대체에너지 기술로 꼽혀왔다. 물론 단점이 없는 완벽한 태양전지는 아니지만, 차세대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이어갈 유망한 기술력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기존 유기태양전지 대비 20% 이상 효율 개선된 원천기술 개발

지난 4월 말,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기존 유기태양전지 대비 20% 이상 광전변환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신소재 개발에 성공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단 소자재료연구센터의 윤성철 박사팀이 신규 억셉터 소재와 이를 이용한 에어로졸 인쇄공정 기술을 개발해 기존 기술로는 얻기 어려운 유기태양전지 광전변환효율 5%의 장벽을 뛰어넘은 것이다. 연구진은 유기태양전지의 광활성층 소재중에서 n-형 반도체 소재인 억셉터 소재를 개발했고, 이는 유기태양전지의 효율을 상당부문 개선시키는 해답이 되어주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그램(g)당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광활성층 소재의 국산화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윤성철 박사는 “이번 연구성과는 선진국 대비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국내 유기태양전지 기술력을 좀 더 향상시키고 상업화에 한발 다가선 결과”라고 설명하며,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광전발전효율을 10% 이상 높이고, 2015년 이후 본격적인 상용화에까지 진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존 제작비용의 10%만으로 고효율 유기태양전지 실현 가능

유기태양전지의 효율을 좌우하는 것이 광활성층 소재라면, 보다 저렴한 제조과정을 완성시키는 것이 장비 개발일 것이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지난 4월 18일 인쇄전자연구센터 김동수 박사팀에 의해 초저가 유기태양전지 제작기술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이 기술은 정전기력을 이용해 다양한 소자의 전자잉크를 비접촉식으로 공중에 분사하는 기술로, 입자를 더 곱게 부착할 수 있어 더욱 미세한 선폭과 고품질 표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50~ 500㎚ 두께의 박막 태양전지의 제조가 가능하다는 것이 김동수 박사팀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유기태양전지의 인쇄기술은 인쇄전자방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연속적인 소자 생산이 가능하며, 제작과정에서의 재료소모가 적어 기존 제작비용의 10% 만으로도 태양전지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유기태양전지의 효율 향상 기술과 함께 상용화 실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각국의 정부지원정책

그러나 국내 곳곳에서 유기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국가 정책적인 지원의 부재다. 2010년 기준 국내 태양광 정부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결정질 태양전지 분야에 290억원이, 실리콘 박막 분야에 181억원이 지원되었던 것과는 달리 유기태양전지 분야로는 단 35억원만이 지원됐다. 무기태양전지 분야에 119억원, 염료감응 태양전지 분야에 90억원이 지원된 것과 비교해 봐도 이는 현저히 낮은 수치다.

그렇다면 선진국의 경우는 어떨까. 독일·미국·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유기태양전지의 발전 가능성을 일찌감치 내다보고 정부 집중 지원이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이러한 선진국가들의 움직임은 우리나라와 세계 기술력의 격차를 현저하게 벌어지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실례로 2007년부터 정책적 지원을 시작한 미국은 2009년부터 세계 최고의 유기태양전지 셀 제조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코나카(Konarka)를 통해 시제품 출시 및 마케팅 활동을 시작한 바 있다. 물론 기술적인 면에서는 아직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태양광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국가·기업 차원의 투자 이루어져야 할 때

지난 5월 4일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유기태양전지 상용화 실현의 가장 최전선에서 시장 형성의 기반을 닦아나가고 있는 몇 명의 연구진이 모였다. 한국화학연구원의 윤성철 박사와 한국기계연구원의 조정대 박사를 비롯해, 코오롱인더스트리 신사업연구소의 한정석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자리는 국내 유기태양전지의 발전 가능성을 비롯해, 연구개발 및 산업화를 위한 구체적인 비전을 논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이들 연구진들은 국내 유기태양전지 개발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적 차원의 지원, 그리고 기업차원의 투자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성철 박사는 “이미 실리콘 태양전지 시장은 레드오션이라고 불릴 만큼 모든 국가가 필수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그 안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차세대 에너지 시장을 짊어질 새로운 소재를 찾아야 할 것이며, 유기태양전지는 그 가능성을 충분히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정석 박사 역시 “10년 전 유기 LED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현재 유기태양전지를 바라보는 시각과 닮았다”며 “당시 유기소재를 사용하는 LED는 낮은 발광효율로 인해 상용화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디스플레이는 LED로 대체될 만큼 시장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유기태양전지 역시 기술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진다면 LED 시장 못지않은 시장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자리가 더욱 특별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기계연구원의 최고의 역량을 갖춘 연구진, 거기에 코오롱인더스트리라는 국내 대기업의 참여가 있었다는 것이다. 코오롱은 2007년부터 유기태양전지 연구 개발을 시작해 7.02%의 국내 최고 효율 유기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한 바 있는 기업으로, 최근에는 코오롱이 보유하고 있는 고내열 수지 및 필름 제조기술, 광학용 필름양산 기술 등을 바탕으로 롤-투-롤 연속공정을 적용한 플렉시블 유기태양전지 모듈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이를 통해 코오롱은 2015년까지 유기태양전지의 상용화를 현실화 시키겠다는 목표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은 앞으로 차세대를 선도할 태양전지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었다. 국내 유기태양전지 상용화의 첫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릴 수 있을지,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SOLAR TODAY 편집국 / Tel. 02-719-6931 / E-mail. st@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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