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전통 문창호 구조 닮은 ‘종이 태양전지’ 개발
  • SolarToday
  • 승인 2012.06.11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주 야 기자


국내 연구진이 창살 및 한지로 대표되는 한국의 전통 문창호(門窓戶) 구조를 응용한 신개념의 ‘종이 태양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침체된 태양광 산업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태양전지 시장을 개척할 기술로 평가되며 해외 과학계로부터도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창의원천연구본부 이동윤·차승일 박사팀은 나노기술과 섬유기술을 접목, 가벼우면서도 마음대로 구부릴 수 있고, 다양한 형상으로 제작이 가능하며, 가격도 저렴한 새로운 형태의 유연(Flexible)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2월 28일 밝혔다.

이는 유연성이 없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나 유리기판 및 금속기판을 사용해 유연성이 있더라도 굽힘에 한계가 있는 박막 태양전지의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특히 내구성과 통기성을 동시에 지닌 한국의 전통적 문창호 구조를 지닌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기존 유연 태양전지 한계 극복

이 새로운 구조의 태양전지는 기존의 ‘유연 태양전지’가 갖던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 기존 유연 태양전지가 기판을 포함한 소재와 구조의 문제로 유연성에 한계가 있는 반면, 이 박사팀이 새로 개발한 태양전지는 금속격자, 세라믹종이와 나노섬유를 사용하고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가볍고 내구성이 있으면서도, 종이처럼 구부러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아울러 가격이 저렴하고, 모바일 기기나 건물의 창문 등에 부착하거나 의복에도 탈부착이 가능해 새로운 태양전지 시장을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태양광발전 분야는 지금까지 주로 이용되던 태양광발전소가 토지의 과대한 이용 문제나 환경적 요인으로 설치가 제한을 받고 있고, 중국의 저가 공세에 따라 국내외 시장의 확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원자력에 의존하는 국내 에너지시장을 대체할 유력한 신재생에너지원으로서 태양전지의 사용을 확대하는데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물에 쉽게 설치가 가능하거나, 자동차를 포함한 모바일 기기 및 해양용과 같은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뛰어난 기능성(가볍고, 다양한 형상으로 제작이 가능하고, 유연하여 적용성이 우수하고, 아무 곳에나 쉽게 부착이 가능한 특성)을 갖춘 새로운 태양전지의 개발이 절실하다. 이번에 KERI 연구팀이 개발한 종이형 유연 태양전지는 이러한 요건을 모두 만족하고 있어, 다양한 모바일 기기뿐 아니라 건물용, 군사용, 해양용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해 큰 시장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나노 세라믹 종이, 중앙집중형 설계로 문제 해결

기존의 유연 태양전지는 기판의 한계 때문에 굽힘 반경이 30cm를 넘는 것이 보통이고, 내구성에도 큰 문제를 지니고 있다. 또한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경우 나노 티타니아(Titania :  산화타이타늄)가 입자로 구성되어 굽힘을 받을 때, 균열이 가서 내구성이 크게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나노 티타니아를 입자의 형태가 아닌 긴 섬유로 뽑아내고, 이를 이용해 전통 한지와 같은 나노종이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제조된 나노종이는 내구성이 있고 자유로이 휘는 것이 가능해 근본적으로 균열의 문제를 제거할 수 있었다. 기존의 플라스틱 기판을 없애기 위해서 스테인리스 강선의 표면을 특수 처리해 한지의 문살에 해당하는 도전성(전기가 통하는 성질) 금속메시를 제작했고, 또한 액체전해질이 마음대로 퍼져나가지 않으면서도 태양전지의 강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리섬유로 만든 유리종이를 부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각 부품을 모두 연구팀이 특수하게 제작한 세라믹접착제를 이용해 접합함으로써, 최종적으로 기판이 필요 없고, 내구성이 우수하고 마음대로 굽히는 것이 가능한 태양전지 제작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와 관련해 4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해당 기술성과는 에너지 환경 분야의 세계 저명 학술지인 ‘에너지 앤 인바이런먼털 사이언스(Energy and Environmental Science)’의 이슈논문으로 선정되어 무료 공개되고 있다. 또한, 영국왕립화학회에서 발간하는 ‘케미스트리 월드(Chemistry World)’에도 소개되어 해외 학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현재 10년 이상의 연구개발 경험을 통해 국내 염료감응 태양전지 분야를 선도하고 있으며, 2004년 세계 최초로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개발에 성공했고, 태양전지와 관련해 3건의 기술을 기업에 이전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한층 발전시켜 양산화에 유리한 신공정 및 소재의 개발을 진행 중에 있으며, 조기에 기업에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양산화에 성공 시, 태양전지의 가격은 와트당 0.5달러로 기존의 Si 태양전지의 절반 이하가 될 것으로 추정되며, 효율은 상용화가 가능한 3% 수준을 넘어 최대 5%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Mini Interview

이동윤 한국전기연구원 박사

전통 한옥문 구조 모방한 구부릴 수 있는

염료감응 태양전지 개발 쾌거

 

Q.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 연구진에 의해 종이 태양전지가 개발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지금 소감이 어떤가?   현재 태양전지 기술과 사업이 전반적으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전환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기존의 기술로는 세계시장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 뚜렷한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개인적으로 깜짝 놀란 것이 연구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용하기에 불편한 기존의 태양전지에 비해 보다 친근하고 어디서나 사용이 편리한 태양전지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내면에서 지속되어 왔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들의 기술이 비록 잘 완성된 기술은 아니지만, 새로운 시장을 열거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는 제안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우리 연구진도 계속 노력하겠지만, 역량이 뛰어난 국내 연구진들과 기업들이 더 좋은 새로운 개념의 신기술을 속속 개발해 태양전지가 차세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Q. 유연 태양전지의 한계를 극복한 종이 태양전지의 개발 동기는 무엇이었나?   본 연구진이 종이형 태양전지에 주목하게 된 것은 크게 사회 경제적인 측면과 기술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사회 경제적인 측면이라 하면 기존의 Si 태양전지의 한계성과 관련이 있다. 현재 태양전지의 위기는 Si 태양전지 시장의 혼란에서 비롯되었는데, Si 태양전지가 과연 태양전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알다시피 대규모 발전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Si 태양전지 시장은 결국 토지의 효율적인 활용을 저해하고, 숲을 제거함으로써 환경문제를 오히려 유발하는 문제가 있다.

이런 점에서 태양전지는 향후 건물이나 모바일용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Si 태양전지는 이런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모바일이나 건물 또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 태양전지는 박막형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개발된 박막형 태양전지로 과연 효율적인가에 대해서는 역시 의문이 많다. 즉 태양전지의 대량 활용을 위해서는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되는 기술이 있어야 하고, 이 새로운 기술은 경량, 유연, 저가, 설치 용이성을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들은 이것을 모두 갖춘 태양전지가 바로 종이형 또는 섬유형 태양전지라고 결론을 내렸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섬유를 도입해 유연성을 제공하기에 가장 유리한 형태라는 것과 p-n 접합을 이용하는 반도체 방식의 구조를 섬유 사이에 도입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전극과 염료 그리고 전해질을 이용하는 전기화학적 원리에 의해 작동하므로, 손쉽게 섬유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공정비용이 낮고 소재도 저렴하며, 진공 공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 등 많은 장점이 있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종이형으로 만들 때 특히 우리가 주목한 것은 기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유연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지연시키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유연기판이다. 주로 사용하고 있는 ITO나 ZnO 기판은 결국 굽혀 펴는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산화물 전도체가 모두 파손되어 내구성이 매우 나쁘다. 이 때문에 태양전지를 구부리는 것에 한계가 있어, 현실적으로 30cm 이하의 작은 곡률로는 제작이 힘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판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고, 결국 세라믹 전극을 모두 종이화하여 금속 메쉬 위에 접착함으로써 기판의 제거에 성공했다.


Q. 현재 국내외의 유연 태양전지 연구개발 상황은 어는 정도인가?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유연 태양전지는 크게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하는 것과 금속기판을 사용하는 것이 있다.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할 때,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경우 원래 450℃의 온도에서 소결법에 의해 제조해야 할 TiO2 전극을 무소결로 제작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유리기판에서 제조하는 것에 비해 효율이 급감한다. 또 밀봉이 매우 어려운 문제점도 지니고 있다. 유기 태양전지의 경우에는 ITO 플라스틱 기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 위에 전도성 폴리머나 그래핀을 증착하는 방법이 최근 많이 연구되고 있다.

금속기판을 사용하는 유연 태양전지의 경우, 금속기판이 가격도 저렴하고 열처리가 가능해 효율을 높이기에는 유리한 반면, 금속 특유의 소성변형 때문에 사용에 제한을 받는다. CIGS 태양전지는 금속기판을 사용하는 기술이 상용화 개발 중에 있으며, 비정질 Si 태양전지도 플라스틱 기판 위에 제작해 유연성을 지니도록 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모두 진정한 의미에서의 어느 정도 구부리는 것이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유연 태양전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종이형 또는 섬유형 태양전지는 2년 전에 MIT에서 자세한 기술소개 없이 간단하게 유기태양전지를 종이 위에 직접 인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소개한 정도가 지금까지 보고된 내용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 대부분 개념을 만드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적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가는 연구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Q. 유연 태양전지가 실제 설치되는 상용화 시기는 언제쯤 될까?   유연 태양전지는 언제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말하기 보다는 언제 어느 수준까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수준으로는 거의 구부리지는 못하지만 가볍고 가격이 저렴한 플라스틱 기판을 이용하는 태양전지는 1~2년 내에라도 판매되는 제품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또 금속기판을 이용하는 태양전지도 개발의 마무리 수준에 있으므로, 3년 이내에는 여러 형태로 상용화 되리라 생각한다.

본 연구진이 개발한 종이형 태양전지의 경우는 역시 이제 원천기술이 개발된 상태이므로, 상용기술을 개발하는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단, 공정이 단순하므로 기업의 능력에 따라 양산장비의 개발이 순조롭다면 2년 내에라도 상용화의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으로 유연 태양전지의 본격적인 상용화 시기가 언제냐고 하면, 2015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Q. 향후 연구 방향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종이형 태양전지는 기판이 없이 섬유를 사용해 태양전지를 제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섬유를 사용하는 방법은 종이형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으므로, 각각의 연구팀이 지닌 장점을 활용하면 다양한 섬유형 태양전지가 개발되리라 생각한다. 본 연구진은 염료감응 태양전지로 개발했지만, 양자점이나 다른 나노구조 등의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면 보다 더 효율이 높고 활용도가 높은 태양전지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최근 국내의 연구진들이 재미있는 나노 신소재들을 많이 개발하고 있으므로, 이들 기술을 적용한 신구조의 태양전지가 속속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SOLAR TODAY 편집국 / Tel. 02-719-6931 / E-mail. st@infoth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