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국내 태양광 모듈용 부품소재 업계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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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2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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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태양광 부품소재 시장의 키워드는 ‘생존’

 

이 민 선 기자

 

이번에 진행한 기획특집은 태양광 모듈용 부품소재 분야로 범위를 잡았다. 태양광 산업이 성장통을 겪으면서 타격을 받은 모듈 관련 업체들이 최근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해 시장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모듈에 사용되는 부품소재인 백시트, EVA, 리본 등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들을 만나 부품소재 시장은 물론이고 이들의 수요처인 모듈사들의 동향까지 파악해 봤다.

30여곳의 태양광 모듈용 부품소재 업체들에 인터뷰 요청을 하면서 일부는 위축된 분위기로 선뜻 인터뷰에 응하지 못하는 눈치였으나, 또 일부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많아진 수요 덕에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한 곳들도 눈에 띄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업체들 상당수는 올해 상반기에 이미 시장 상황이 나아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는 듯 보였다. 물론 모듈사들은 아직까지도 힘든 상황을 겪고 있지만 올해 들어 모듈사들의 부품소재 수요가 부쩍 늘었다는 게 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인 듯했다. 또한 최근 폴리실리콘, 모듈, 셀 등의 가격이 미세하게나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 또한 시장 상황이 나아지고 있음을 대변한다.

 

태양광 업계 구조조정 가속도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급불균형과 더불어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및 저렴한 노동력을 무기로 저가 제품을 쏟아내는 중국 업체들이 야기한 제품의 가격 하락 현상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태양광 산업의 성장세를 단숨에 끌어내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태양광발전 업체들의 누적된 적자와 시장침체로 인한 경영난으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다. 1~2년 전부터 진행된 업계의 구조조정이 근래 들어 속도를 내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특히 중국 업계의 구조조정은 공급과잉 상태가 조금이나마 해소되고 있는 신호로 보인다.

최근 세계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들의 고전과 가격 경쟁이 가장 치열한 웨이퍼, 모듈 관련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추락하고 있는 모습도 구조조정이 더욱 빨라질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엘에스티에너지의 장규성 대리는 “중국 기업들의 위기상황에서도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지 않은 점 등을 미뤄봤을 때 정부가 태양광 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국 태양광 업계가 저가공세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부실기업이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지난해 말부터 정부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증설을 통제하고 보조금을 축소하는 등 방편을 마련한 것이다.

 

기획특집으로 진행했던 업체들 역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듯했다. 또한 지난해 진행됐던 구조조정 단행이 올해 들어 조금씩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에스에프씨의 오승섭 부장은 “태양광 산업의 불황기 속에서 업체가 양분화되고 난립하던 업체들 역시 상당 부분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영향으로 당사의 경우 정상적인 거래가 살아나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물론이고 국내에도 태양광 시장 구조조정의 양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향후에도 업계 정리는 계속될 터. 업계는 현재 ‘견디기’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조정 뒤에는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올 하반기에는 새 판이 짜여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과도한 단가 하락 압력

글로벌 경제 위기와 수요 감소, 무엇보다 중국산의 저가 제품이 시장에 마구잡이로 풀리면서 폴리실리콘, 모듈 등의 가격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값싼 중국산 제품이 물밀듯 쏟아지면서 그동안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던 중소업체들은 대책 없이 무너졌다.

 

이어 정부가 RPS 제도로의 전환을 공표함으로써 가격 하락 압력은 더욱 심화된 모습이다. 발전사업자들이 정부로부터 일정량을 할당받으면서 시공업자들에 하청을 맡기는 과정 중에 저가 제품이 우선 선택되는 일이 당연시됐으며, 이로 인해 제품의 질보다는 싼 가격의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시장에서는 고품질의 제품도 일단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등 업계의 제살 깎아먹기 행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일단 공장은 돌려야지 않겠냐’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다. ‘가격하락 압력’은 이번 기획특집에서 만난 업체들 모두 입을 모아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고품질의 제품을 제 가격을 받지 못한 채 시장에 공급하면서 업체들 모두 경영 악화까지 겪게 되고 이렇게라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관계자들은 ‘일단 시장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만’이라는 단서를 걸고 사업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 하락 압력 속에서도 일부는 그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는 등의 생존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에스에프씨는 중국 시장을 주 타깃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낮춘 제품을 연달아 출시함으로써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높여오고 있었으며, 엘에스티에너지의 경우 그동안 가격이 다소 높아 국내에 적용이 어려웠던 STR의 EVA 제품을 국내 시장 가격 수준으로 과감히 낮춰 국내에 선보이고 있었다.

 

모듈 효율 상승을 위한 고효율 전쟁

반면, 아예 타깃 자체를 고효율에 국한시킨 업체도 있었다. 현재 시장은 저가와 품질로 승부를 거는 시장으로 양분됐다고도 할 수 있는데, 저가 제품만으로 시장을 공략하기엔 장기적으로 승산이 없다고 여기는 업체들도 최근에는 많아졌다.

 

알포아신재료의 경우 전기도금 방식의 고효율 리본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는데, 주얼리나 반도체에서 적용돼 온 전기도금 방식을 리본에 채용함으로써 국내에서는 아직 테스트 진행 중이지만 세계적으로 이미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리본만으로 추가로 2~5W의 효율을 낸다고 하니 획기적인 제품인 것은 분명하다.

 

엘에스티에너지가 국내에 선보이고 있는 STR사의 EVA 제품 역시 UV CutOff를 통해 자외선까지도 전부 흡수해 효율 상승으로 이어지게 만듦으로써 모듈 효율 상승에 기여하는 제품으로, 이미 전 세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제이앤알머티리얼스가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메디코사의 EVA 역시 밝은 화이트 층으로 코팅해 미세하지만 모듈 효율 상승을 이끌고 있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먹구름 걷히나

태양광 산업이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불황에 접어들면서, 업계는 반등을 꿈꾸며 살아남기 위한 숨고르기를 계속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일부 업체들이 최근 속속 소기의 성과를 내놓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 태양광발전 시장에서 잇따라 수주에 성공을 거두고 최근 태양광 관련 제품 가격도 상승세를 타는 등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효성은 아프리카 동남부 모잠비크에 1.3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및 송배전망 구축 사업을 일괄 수주했으며, OCI는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에 총 400MW의 전기를 공급하는 1단계 태양광발전소 착공식을 진행한 바 있다. 한화솔라에너지 역시 미국 하와이주에 5.9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STX솔라·남동발전 컨소시엄도 일본 미야기현에 45MW급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유럽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발전 설치수요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40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아시아 및 미주 시장의 수요 상승이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유럽권의 급속한 성장을 안정적인 수요 기반이 마련됐다는 의미로 분석했다.

 

수요의 증가는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태양광의 핵심 연료인 폴리실리콘의 국제 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OCI의 전북 군산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률이 거의 100%까지 회복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는 긴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신호탄이라며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 말만 하더라도 전체 설비의 절반만 가동하는 데 그쳤던 태양광 업체들의 가동률이 빠르게 상승하고, 재고 소진 및 단가 상승 등 출하량도 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해외 업체들의 구조조정까지 착착 진행되면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시장이 점차 살아나는 조짐이 확연히 보이고 있다.

 

실제로 기획특집에 참여한 업체들도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한 수요로 인해 생산을 늘리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업계는 지금까지처럼 제품 연구개발은 물론 더 다양한 시장 개척을 위해 오늘도 묵묵히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

 

SOLAR TODAY 이 민 선 기자 (st@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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