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관세 부과 최종판결…한국 태양광업계에 기회일까, 위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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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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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국시장서 중국 태양광기업 도려내다! 그 결과는 과연?

 

김 미 선 기자


태양광 둘러싸고 2011년부터 이어진 미·중 간 힘겨루기

사실 이번 최종 판결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중국은 여러 해 동안 태양광 제품을 둘러싸고 무역 다툼을 벌여왔다. 첫 도화선이 된 것은 2011년 10월 19일 글로벌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인 솔라월드를 위시로 한 총 7개의 미국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들이 회원으로 포함돼 있는 ‘미국 태양광제조업연합(CASM : Coaliton for American Solar Manufacturing)’이 중국의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들에 대해 상계관세와 반덤핑관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하는 제소장을 미국 상무부와 ITC에 제출하고서부터다.


이들이 제소장을 제출한 이유는 미국시장에 유통 및 판매된 중국의 태양전지 수출량이 2011년 당시 31억달러로 2009년 6억4,000만달러 대비 4배 이상 급증하는 등 미국시장 내 중국 태양전지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 중 50% 이상을 차지하면서 미국에 생산시설을 둔 기존 태양광 제조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에 기인한다 하겠다.


더욱이 일부 미국 태양광 제조업체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시장에서 급격한 성장률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 내에서 통용되던 공정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염가로 판매를 했기 때문이며, 또 중국 태양광 제조업체들이 이처럼 공정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부당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CASM의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여 미국 상무부와 ITC는 중국산 태양전지에 대한 덤핑 및 보조금 관련 조사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중국산 태양전지가 미국 태양광산업에 피해를 입혔거나 향후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2012년 3월 예비판정을 내렸다. 또한 11월 7일에는 중국산 태양광 제조업체들이 보조금 및 반덤핑 등의 불공정한 행위로 미국 태양광산업에 피해를 줬다는 미국 상무부의 최종결정을 인정하며, ITC 위원들은 6대 0의 만장일치로 이를 통과시켰고, 이로써 향후 5년간 중국 태양광 제조업체들에 상계관세와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게 됐다. 트리나솔라의 경우 총 23.75%의 관세가 부과됐으며, 선텍파워의 경우에는 35.97%의 관세가, 그리고 이 외 60개에 달하는 중국 태양광 제조업체들이 총 30.66%의 관세를 납부하고, 그밖에 나머지 업체가 총 249.96%에 달하는 관세 부과의 부담을 지게 되면서 태양광을 둘러싼 미·중 간 무역다툼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종판정 후 당시 시장 전문가 및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 같은 판결은 결과적으로 중국 태양광 제조업체들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관세 적용 대상이 중국에서 생산한 태양전지로만 한정돼 있었기에 중국 제조업체들이 타국에서 생산한 태양전지로 모듈을 만들어 수출하면 반덤핑 세율 부과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관세 부과를 피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텍파워 등의 중국 태양광 제조업체들은 대만에서 태양전지를 구입하고 중국에서 모듈화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회 전략을 펼쳤으며, 이와 더불어 중국 태양광업체들이 잠시 주춤한 틈을 타 상대적으로 대만 태양광 제조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 7월에는 반덤핑관세 및 상계관세의 대상이었던 중국산 태양전지는 물론 중국산 웨이퍼 및 잉곳과 모듈, 그리고 중국 제조기업들의 우회 전략 대상이었던 대만산 태양광 제품도 함께 ITC의 반덤핑관세 및 상계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받게 되는 등 다시금 미·중 간 무역다툼에 불이 붙게 됐다. 그리고 이는 지난 2014년 12월 16일 미 상무부가 중국 태양광 제품에는 최고 165.04%, 대만산 태양광 제품에는 최고 27.55%의 반덤핑관세를 적용한다는 최종판결로 이어졌으며, 이후 올해 1월 21일에는 미국 ITC도 총 6명의 위원이 찬성 4표, 반대 1표, 무효 1표에 표를 던지며 미 상무부의 결정을 승인한다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미국 태양광 제조업계와 설치업계 반응은 ‘희비교차’

한편, 이번 중국 및 대만산 제품에의 반덤핑관세 부과 결정에 대한 미국 태양광 업계의 반응은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반덤핑관세 및 상계관세를 적극적으로 주도해왔던 일부 미국 태양광 제조업계는 이후 미국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을 테지만, 그 외 시공업계 및 실리콘 제조업계의 경우에는 오히려 시장 위축 및 폐업까지 고려하면서 반발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12월 28일에는 다우코닝 계열사로서 태양전지와 모듈 제조에 사용되는 폴리실리콘 등을 제조해온 헴록반도체가 미국 테네시주 크락스빌에 위치한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때 폴리실리콘 세계시장 점유율 2위 업체였던 헴록사는 2013년에 이미 태양광 업황 불황 및 높은 반덤핑 관세율 등의 이유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축소하는 대신 반도체용 제품 생산에 집중키로 결정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중국 및 대만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 결정 이후에는 곧바로 미·중 간 수입관세 상승 등을 이유로 태양광사업에는 아예 손을 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헴록사의 사례와 같이,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인해 앞으로 관련 제조업체들이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태양광이 고용창출 효과가 큰 산업인 만큼 이로 인한 대다수의 인력 정리해고 등의 역기능도 생길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미국 태양광 설치업계의 경우 이번 결정에 대해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및 대만산 태양광 제조업체들이 미국시장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자국산 제품보다 가격적으로 훨씬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으로, 이 덕분에 설치업체들도 보다 저렴한 발전시스템을 제공하면서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설치업체들이 이전보다 더 높은 비용에 동일 제품을 구입해야 하므로 그만큼 수익성도 낮아지게 됐다.


모듈과 인버터 등을 포함한 태양광발전시스템 가격이 오르는 만큼 총 설치비용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실제로 태양광을 설치하고자 하는 최종소비자들의 부담도 높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앞으로 미국 내 태양광 설치시장 성장 폭이 다소 둔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즉, 미국 내 태양광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수출입은행 강정화 박사도 이번 반덤핑관세 결정에 대해 다소 염려스러운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미국 태양광 제조업체들 중에서도 잉곳이나 웨이퍼 등 중국에서 태양광 소재를 수입하는 업체들도 있을 텐데, 관세 부과로 인해 이들 소재 가격이 올라가면 미국산 태양광 모듈 가격도 올라가지 않겠냐”면서, “미국산이든 중국산이든 결과적으로 모듈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발전시스템 가격도 높아지게 됨으로써 태양광 수요를 낮추는 결과까지 초래하는 등 오히려 미국 태양광산업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 태양광시장이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거대시장인 만큼 이번 결과가 향후 전 세계 태양광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한국 태양광업계, ‘무관심하거나 철저히 적극적이거나’

그렇다면 이번 반덤핑관세 이슈 결정에 대한 한국 태양광 업계의 반응은 어떨까?

이번 취재를 위해 관련 업계의 의견을 사전에 청취하고, 최종판결 이후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국내 여러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활동상을 모아봤다. 그 결과, 국내 태양광 업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기는 하나, 지금까지의 상황과는 크게 변하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던 반면, 태양광 셀&모듈을 제조하는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경우에는 미국시장에서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생산거점을 국내로 이전하거나 태양전지 및 모듈 생산규모를 증설하고 있는 등 숨가쁜 행보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다수의 국내 태양광 중소기업들이 이번 결정에 대해 다소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국내 태양광 업계 대다수가 아직 미국시장에 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REC 및 SMP 가격 하락 등 최근 내수시장이 불안정해짐으로써 많은 국내 태양광기업들이 국외진출을 모색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준비 단계에 있을 뿐이며, 더욱이 진출을 진행 중인 국가도 가까운 일본 혹은 경제도상국인 동남아시아 등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미국시장 내 태양광시장 변화를 체감할 수 없는 게 사실이며, 사실상 이번 최종결정에 따른 파급효과도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화그룹을 비롯한 신성솔라에너지, 한솔테크닉스 등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은 미국시장 진출에 이미 성공했거나 향후 적극적인 진출을 고려 중이기 때문에 이번 반덤핑 이슈에 누구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그동안 미국시장에서 활발한 판매고를 올려왔던 중국 톱 티어들을 따돌리고 미국시장 내 경쟁력을 한층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솔라원이 담당했던 태양광 제조사업과 한화큐셀이 담당했던 태양광 다운스트림사업을 하나로 통합하고, ‘한화큐셀’이라는 세계 최대 태양광기업으로 전 세계에서의 시장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통합회사의 본부도 한국에 마련하고 충북 음성에는 230MW 규모의 모듈 공장을 신설하는 등 ‘Made in Korea’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해 나가고 있다. 그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3.28GW에 이르는 셀 및 3.23GW의 모듈 생산능력(2015년 말 예정)을 바탕으로 글로벌 태양광시장에서 원가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재무구조도 개선해 경쟁사 대비 경쟁력 향상 및 전략적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나감으로써 2015년도에는 더욱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태양광 셀 및 모듈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중견기업인 신성솔라에너지도 최근 140억원을 투입해 충북 증평에 태양전지 공장을 증설키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 하반기에 증설이 마무리된다면 신성솔라에너지는 기존 350MW에서 420MW로 태양전지 생산규모가 늘어나게 되는데, 신성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의 태양광산업 회복세와 더불어 미국의 중국산 및 대만산 반덩핌 관세부과 조치를 의식한 전략으로 보인다. 신성솔라에너지 외에도 한솔테크닉스 역시 충북에 위치한 오창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을 증설하면서 미국시장 점유율 확대를 모색하려는 의도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화그룹 및 신성솔라에너지, 한솔테크닉스 등과 같은 국내 태양광 기업 외에도 반덤핑 이슈 이후 중국 태양광기업들의 한국시장 내 움직임도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2012년 이후 국내시장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던 잉리솔라도 한국시장을 통해 세계시장에서의 영업력을 확대해 나간다고 밝혀 왔다. 잉리솔라의 국내 유일한 에이전트인 해마루에너지의 경우 지난번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5년부터는 다시금 기지개를 켜고 잉리솔라의 태양광 모듈 판매와 함께 국내 EPC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를 개발할 것이라는 포부를 보인 바 있다.


이처럼 중국산 및 대만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반덤핑 이슈와 관련한 국내 태양광업계의 반응은 무관심하거나 혹은 반대급부적으로 철저히 적극적인 모습을 띠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덤핑관세, 한국은 안전한가?

한편, 최근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 및 유럽의 반덤핑관세 부과와 관련해 ‘국내 태양광 제조업체들은 과연 안전한 것인지’ 국내 업계의 고민과 혼란도 대두되고 있다.

이번 반덤핑관세 부과 결정에 따르면, 중국산 및 대만산 태양광 셀은 물론 웨이퍼, 잉곳, 모듈이 모두 관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중국산 및 대만산 태양광 소재를 사용하는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업계도 덩달아 긴장한 모습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에서 태양광 셀을 직접 생산하는 곳은 LG전자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신성솔라에너지 등 일부분인 데 반해, 모듈을 제조하는 업체는 십수여개에 이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한국의 경우 가격경쟁력 및 공급량 등을 고려해 대만산 및 중국산 웨이퍼나 셀을 수입해 태양광 모듈을 최종 생산하는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가 많으며, 바로 이 점 때문에 향후 대미 수출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덧붙여 국내의 경우 대외 수출에 있어 타국의 태양광 소재를 사용해 모듈을 제작한 경우에도 ‘Made in Korea’로 수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향후 유럽 및 미국 등 중국산 및 대만산에 반덤핑관세가 부과된 국가로 수출할 경우에는 국가 간 무역 분쟁까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전문가는 “미국의 반덤핑관세 규제 범위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미국 태양광산업에 피해를 야기한 중국산 및 대만산 태양광 모듈 수출업체 외에도 우리나라와 같은 제3국에까지 영향이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주도의 신속하고 정확한 진위 파악 및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OLAR TODAY 김 미 선 기자 (st@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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