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배터리 품귀, 제조사는 '용량 증설 없다'는 원칙만 고수
  • 박관희 기자
  • 승인 2018.02.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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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가 없다, 사업 추진에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일차로 공급받은 업체에 배터리를 부탁하는 업체도 있는 것 같다.” 최근 기자와 만난 ESS 업체 관계자는 배터리 수급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한정된 업체에게만 공급, 그마저도 올해는 절반으로 줄어'

[Industry News 박관희 기자] ESS 사업은 해야 하는 데 배터리가 동이 났다.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자 인맥을 동원해 우선 공급업체를 통해 물량확보에 나서지만 이 역시 신통치 않다. 배터리 가격도 뛰고 있다. 지난 연말 200,000만원 대였던 배터리가 현재는 kW당 360,000원에 이른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ESS용 배터리 품귀현상이 이어지면서 ESS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LG화학]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ESS용 배터리 품귀현상이 이어지면서 ESS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LG화학]

나주에 있는 ESS 기업 관계자는 “공급받는 업체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싸게 공급받는 업체들은 쉬쉬하니 알 수 없고, 최근 듣기로는 360,000원 이상의 가격으로 구입했다는 업체가 있었다”면서 “3MW면 배터리 비용만 10억원이 넘고, 15억원 규모 턴키 프로젝트의 시공비 70%를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럼에도 배터리 외에 마땅한 가격인하 요인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지난해 44MW 실적을 기록한 업체 관계자는 “배터리를 구할 수 없어 소위 말하는 진행하다 엎어진 프로젝트를 쫓아다니면서 확보했었다”면서 “그렇게 배터리를 구해 프로젝트를 마쳤지만 가장 덩치가 큰 배터리 부분에서 원가절감을 할 수밖에 없어 복잡한 심경이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ESS 배터리 수요가 많음에도 배터리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를 제조사들의 전기차에 대한 우선 공급, 또는 케파 증설에 대한 미온적 태도로 보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 ‘현재 ESS 수요는 정책에 기인’
ESS용 배터리 공급에 나서고 있는 삼성SDI는 지난해 영업이익 1,169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 자동차전지 유럽 공급 확대와 상업용과 전력용 ESS 판매 증가가 매출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특히 자동차전지는 유럽고객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PHEV) 모델용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올해도 매출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LG화학도 지난해 전년대비 24.4% 증가한 연간 매출 25조 6,980억원, 영업이익은 2조9,285억원이다. LG화학은 전지부문의 전기차 판매호조와 ESS 전지 매출 확대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2.2% 대폭 증가했고, 올해 매출 목표도 전년대비 4.7% 증가한 26조 9,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전지를 통해 막대한 영업이익을 기록한 LG화학은 지난달 말 실적발표라는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ESS전지 투자를 언급했지만, 실제 관련 설비 증강 등 대대적인 투자는 현시점에서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LG화학 배터리 담당자는 인더스트리뉴스와의 통화에서 “ESS팀 입장에서는 현재의 수요는 정책의 의한 물량증가라고 판단하고 있고, 추후에도 물량이 많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면서 “일단 현재의 수요를 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게 미래의 물량을 보장하진 않으니까 케파 증설은 현재 시점보다는 향후 생각해볼 문제다”고 밝혔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지난해 ESS전지와 전기차용 배터리를 통한 매출확대를 이뤘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배터리 제조사들은 지난해 ESS전지와 전기차용 배터리를 통한 매출확대를 이뤘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삼성 SDI의 입장도 같다. 삼성 SDI 관계자는 “ESS 시장이 성장세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전제하고 “특히 국내 정책에 힘입어 작년부터 성장 추세에 있고,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시장도 고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케파 증설계획과 중소기업이 물량확보가 여의치 않은 점을 언급하자 “중소기업들이 배터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은 확인해볼 문제다”면서 “생산시설 증대가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고, 장기적인 수요를 확보 후 전략에 의해 이뤄지는 일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기차 증설계획에 대해 질문하자 “전기차 배터리는 시장 상황에 맞춰 대응할 계획이고, 증설 역시 이런 관점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 연말까지 400MW 이상의 ESS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들이 물량 조절에 들어간 게 아닌가 싶다”면서 “지난해 특정 배터리 제조사가 배터리를 공급해준 업체가 총 36개였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절반으로 줄어 십여 사에만 공급하기로 했다고 알고 있다”며 “이렇게 공급 수를 줄이는 것을 보면 공급물량을 줄이면서 배터리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양 제조사는 이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현재 전기협회, 한국전기진흥회, 한국ESS산업진흥회 등 관련 협단체 회원사들을 상대로 신재생에너지 연계 ESS 가중치에 대한 의견수렴에 들어 간 상태다. 일부 회원사들은 ‘가중치가 0.5만 줄어도 매출이 급감하고, 하반기 ROI(투자자본수익률) 잡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ESS 중소기업 관계자는 “ESS 업계는 배터리 수급과 불투명한 정책으로 인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고, 요즘 날씨처럼 북극한파가 엄습한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면서 “산업 활성화를 위해 빠른 정책 결정과 배터리 제조사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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