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시장, 민간 에너지 프로슈머 등장할 수 있나
  • 이건오 기자
  • 승인 2018.09.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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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에너지 전환 특히, 태양광·풍력을 핵심으로 하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이제 흐름이라기보다 세계 각국의 직면 과제가 됐다.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을 공급하고 소비하는지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몇몇의 국가가 유지하던 전력 생산 및 판매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

전력산업 경쟁체제 전환··· 서비스 중심의 규제 개선 필요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전력, 가스, 통신, 철도, 상하수도와 같은 네트워크 산업은 국가 인프라 차원에서 조성돼 운영돼 왔다. 빠른 기간 내 안정적인 공급 시스템을 갖췄지만 시간이 흘러 경영비효율과 가격왜곡 등의 부작용 초래라는 독점적 폐해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 이러한 폐해를 줄이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 자료에 따르면, 전력산업은 관련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와 장기간이 소요돼 규모의 경제를 통한 자연독점적 또는 공기업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개인 및 민간 기업이 쉽게 참여하기 어려운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전력산업 경쟁 도입은 시대적 요구사항으로 전력회사는 경영효율성 제고, 이업종 간 결합을 통한 다양한 상품 출시로 고객확보를 통한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음을 다루고 있다.

[사진=iclickart]
강원도 매봉산 일대의 풍력발전소 전경 [사진=iclickart]

한국전력은 발전6사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며, 이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한 경영효율성 제고에 한계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전력가격이 발전원가를 제대로 반영치 못해 전력가격의 왜곡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발전, 중개, 판매 시장에서 단계별로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추세로 발전사의 경영효율성 제고를 통한 가격인하와 소비자 선택권 보장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발전, 판매부문은 분할분리 또는 신규 진입방식 중에서 선택하고, 중개는 송배전 운영을 발전·판매부문과 분리해 독립 운영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OECD 회원국 중 전력산업 경쟁체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 멕시코, 이스라엘에 불과한 상황이다.

전력산업 경쟁체제 도입은 소비자에게 최적의 발전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것으로, 전력회사 간에는 무한 경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소비자 선택에 따라 전력회사의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 변화와 전력가격 인하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소비자는 전력가격, 발전원별 포트폴리오, 경영성과, 사회적 활동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최적의 전력회사를 결정할 수 있으며, 소비자의 선택권이 전력회사의 경영방식과 사업구조를 변화시키는 촉발제로 작용할 가능성 높다.

우리나라도 지난 25년간 전력산업 경쟁체제 도입을 검토 및 추진했으나 정책의지 부족과 발전노조 반대로 발전부문 외에는 답보상태다. 과거 국민의정부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2000년)’을 수립해 ‘한국전력’ 발전부문을 6개사로 분리하고 발전부문 경쟁체제 도입을 성사시킨 바 있다. 그러나 안정적 설비예비율, 다수 시장참여자, 관련 인프라 구축 등 경쟁체제 도입 여건 성숙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경쟁체제 도입은 미진한 상태다.

[자료=]
주요국 전력산업 경쟁체제 도입 비교 [자료=포스코경영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2014b) 재인용]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의 경우, 수차례의 전력시장 경쟁 도입에도 불구하고 지역독점의 폐해가 심화돼 지난 2016년 4월 일반 가정용 소매시장까지 전면 개방을 추진했다. 일본 정부는 소비자 선택에 따라 탈원전, 재생에너지 등 발전원의 변화 모색, 기업체의 효율성 제고에 따른 전기요금 하락까지 기대하며, 지역독점적 폐해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전기공급을 위한 제도 개선 및 소비자 보호장치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장기윤 수석연구원은 “향후 전력산업은 전력시스템 최적화로 구성되고, 밸류체인상 부가가치 창출이 생산에서 중개·판매부문으로 확산될 전망”이라며, “이에 정부는 가상발전소(VPP), 수요관리, 신재생에너지 프로슈머 등 판매시장의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된 사업기회 확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추진될 중개부문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해 유관기업은 ‘에너지자립섬’ 같은 유관사업 참여를 통한 사업경험과 역량 축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래 전력시장은 저탄소 발전원 중심으로 생산자 및 소비자가 연결되고 국가 간 계통연결을 통한 전력시장 통합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사회의 변화는 기후변화, 저성장 고착화, 기술혁명 등의 메가트렌드에 따라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전행 중에 있다.

에너지산업 또한 이러한 메가트렌드에 맞춘 제도 및 규제 도입, 수급 밸런싱, 업종 간의 경계 파괴 및 통합, 기술융복합 등의 모습으로 구체화될 것을 보인다. 특히, 미래 전력산업은 저탄소 발전, 판매시장(도소매) 경쟁체제 도입, 재생에너지 같은 분산전원 확대, 이업종 간의 융복합을 통한 에너지신산업 확산 등 광범위한 변화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 연구원은 “이에 정부·기업·소비자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도록 조정과 이해가 필요하며 이에 적합한 정책개발, 인프라 구축, 기술혁신, 사업화 등 전력산업의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과 같은 정책 목표 아래 재생에너지의 효과적인 계통연계 및 공급안정성 확보를 통해 분산전원 확대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한, 분산전원 확대에 따른 송배전 시장 참여자 증가 및 프로슈머의 증가 전망에 따른 생산-판매의 양방향 계약이 상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참여자가 증가하면서 생산 및 운영, 그리고 연료부문에서 창출됐던 부가가치가 중개·판매 등 서비스 부문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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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회사별 전기요금 결합상품 예시 [자료=닛케이BP클린테크연구소(2016)]

업계 관계자는 “거래라고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차익 발생에서 시작되는데, 경쟁적으로 뭔가 비즈니스가 만들어지고 효율화하는 것이 전력거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며, “거래 시장이 열리고 있는 국제적인 흐름에서의 특징은 분산 자원이 많이 깔려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만 봐도 봄철의 심한 경우, 전체 전력의 60%를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채우고 있다”며, “일본도 독점적인 에너지 사업자가 있었지만 현재 400여개가 넘는 새로운 판매 사업자가 나타나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 산업 자체가 규제에서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업계 관계자는 “앞서 언급한 일본 전력 시장의 경우, 한 달에 한번 전기를 점검해주겠다, 통신서비스와 연계하겠다 등 다양한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너지 사업자가 늘고 있다”며, “규제를 없애는 방향보다 중요한 것은 전기를 어떻게 서비스할 것이냐가 관건이고, 소비자를 이해하고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화가 에너지 산업의 혁신적 변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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