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진화해가는 수요자원 그리고 시장
  • 이주야 기자
  • 승인 2018.09.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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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중소형DR 프로그램이 새롭게 생겼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긴 덕분에 기존의 DR도 표준 DR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중소형DR의 대표적인 특징은 감축량이 크지 않은 일반용 건물과 교육용 건물 그리고 전기사용 계약전력이 2,000kW 미만의 산업용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중소형DR의 성장통 그리고 시장활성화 방안

[파란에너지 김성철 대표] 큰 건물이나 대학은 전기사용 계약전력이 10,000kW도 넘는 경우가 있어서 차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건물이나 대학에서 산업용 공장처럼 감축가능한 용량이 많이 나오기 쉽지 않다. 이러한 수용가의 감축량을 모아봤자 10MW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최소용량을 2MW로 대폭 줄였다.

중소형 DR의 매력은 RRMSE 검증을 하지 않는 것이다. 당장 사용패턴이 불규칙하더라도 시장참여가 가능하다. 그동안 DR에 참여하지 못했던 고객들에게 길이 열린 것이다. 감축 지속시간도 표준DR처럼 2시간, 3시간, 4시간 등 장시간을 면제해준다. 1시간 감축요청만 내려진다. 이런 점으로 중소형DR이 활성화되고 있고 중소형DR전용 수요관리사업자가 배출되고 있다. 뻔한 수요관리사업자들만 있었던 곳에 뉴페이스가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중소형DR이 활성화되고 있고 중소형DR전용 수요관리사업자가 배출되고 있다. [사진=dreamstime]
중소형DR이 활성화되고 있고 중소형DR전용 수요관리사업자가 배출되고 있다. [사진=dreamstime]

수요자원시장의 신뢰성DR 감축요청이 년 최대 60시간이라 하지만 발생빈도가 매우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초기 감축요청 조건을 볼 때 첫 번째 항목인 예비율 500만kW의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두 번째 항목, 직전년도 피크경신 정도가 몇 번 있는 정도이다. 세 번째 항목인 수요예측오차와 발전기 탈락은 규칙대로 시행한다면 연중 60시간도 모자랄 수 있으나 해당조건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 감축요청의 확률이 낮으니 품질이 낮은 감축자원들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낮은 감축빈도와 사례들이 수요관리사업자와 수용가에게 큰 유혹이 될 수 있다. 사실 운영규칙을 기준으로 또 최적포트폴리오를 생각해가며 수용가를 모집하고 자원을 구성하고 운영·관리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그러나 그간 실제 운영되어 온 선례와 데이터를 외면할 수 없다.

한 보험회사가 특수 암보험 상품을 만들었다. 무서운 암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가입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웬만해서는 걸리지 않는다는 기존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가입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엄청난 보장을 걸어놓은 신상품을 기획한다. 특수암-α에 걸리기만 하면 노후가 보장되는 수준이다. 보험회사 입장에서 특수암-α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비율을 근거로 시뮬레이션을 했기에 사업성과 경제성이 보장된 상품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가입했다. 1년이 지날 즈음 이상한 전염병이 돌았다. 그 전염병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신종 바이러스였고 마침 특수암-α를 유발하는 주요인이 되었다. 특수암-α 환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넉넉히 보상을 받았다. 반면 보험회사는 암에 대한 보상을 하다가 자금난으로 파산하고 말았다.

이 사례에서 문제점은 무엇일까? 보험회사는 기존의 데이터만 맹신했고 데이터에 대한 더 깊은 분석과 예측에 너무 안이했다. 아니 아무리 인공지능에 딥러닝 분석과 예측을 했어도 기존의 데이터로는 이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없을 수도 있다. 운이 매우 없는 것이다.

기존의 전력거래소의 수요자원시장 운영패턴의 데이터가 원래 계속 그런 패턴이라면 수요관리사업자와 수용가들은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최적의 의사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간 전력거래소의 운영이 초기의 특수한 경우라거나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운영규칙안에서 얼마든지 다르게 운영할 수 있다는 변수를 생각했다면 어떠했을까? 또한 갑작스런 이상기후가 한반도에 들이닥쳐서 기존의 운영패턴에서 감축요청 발령빈도가 자연적으로 많아질 수 있다는 지극히 기초적인 예측을 한다면 어떠했을까?

사업자의 정확한 분석과 마인드의 부재인지 운영기관의 일관성 없음이 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2017년 여름에서 2018년 초까지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 수요자원용량과 참여고객은 급증했다. 그들 나름의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최적의 의사결정을 했기 때문일까? 그러나 갑작스런 기상이변으로 감축지시가 예년에 있어보지 않았던 모양으로 발생했다. 며칠 연속으로 하루에 두 번까지 감축요청이 떨어지고 참여고객과 수요관리사업자는 불난 호떡집 주인처럼 정신이 없었다.

정부는 수요자원 제도개선 T/F를 가동하여 개선방안을 강구해 발표했다. 내용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면 발령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과 자원의 품질별 우대 및 패널티 강화, 그리고 건전한 시장경쟁과 정보제공의 확대이다. 먼저 기존의 발령기준의 세 가지 항목 중 수요예측 오차와 대규모 발전기 고장 항목을 삭제했다. 두 번째 항목인 최대전력 및 목표수요초과를 목표수요초과로 일원화하면서 감축요청에 대한 예측성을 향상시켰다. 목표수요는 주간과 일간에 예측을 해주기에 수요관리사업자나 참여고객은 규칙상 1시간 전에 요청받는 것은 같지만 꽤 높은 확률로 하루 전이나 더 먼저도 예측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로 잘 참여하는 자원과 고객은 감축시 지원하는 감축지원금을 최고변동비 또는 그 이상으로 올리는 안이다. 보통 SMP와 최고변동비인 MGP는 두배가량 차이가 난다. 단 이는 비상시 감축요청에 대응할 경우라는 제한은 있다. 못 참여하는 자원과 고객은 패널티를 강화하고자 한다. 위약금을 계절에 따른 비중으로 월별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60시간을 연간 균등하게 나누어 위약금 계수를 산정하는 불합리함을 개선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내용이다.

그리고 자원에 대해 위약금이 월 기본정산금을 초과하지 않았던 메리트가 없어졌다. 위약사항이 월 기본정산금을 넘어가면 다음 달 받을 기본정산금에서 잔여 위약금을 제하겠다는 것이다. 잘 참여하는 자원은 전혀 상관이 없는 규정이 되겠지만 위약금이 다음 달까지 대를 이어 내는 손해를 보는 자원이 나오게 될 것이다. 50MW라는 동일한 자원이지만 1년이 지나고 나서 장부를 열어보니 한 쪽은 돈이 많이 쌓여있는데 한 쪽은 바닥이나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건전한 시장경쟁을 위한 정보공개이다. 우선 수요관리사업자의 정보공개를 통해 사업자간 불공정한 과대경쟁을 방지한다. 참여고객이 정보를 기초로 우수한 수요관리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 구체적으로는 수요관리사업자별 자원의 규모, 감축요청별 참여실적, 요금절감DR과 피크감축DR 70%미만 경고여부, 전력거래제한 여부 등이다.

또한 시장운영기관이 전력거래소가 참여고객과 원활한 소통을 하고자 한다. 물론 참여고객은 수요관리사업자의 재량에 맡기고 잘 관리하면 된다. 그러나 일부 사업자들은 시장 전체에 대한 왜곡된 정보와 규칙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참여고객을 혼란케 하고 있다. 감축지시가 연간 최대 60시간이라는 기본적인 규칙조차도 모르고 처음 등록시험 한번만 하면 되거나 분기에 한 번씩만 요청에 참여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보았다.

전력거래소가 참여고객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이런 부작용을 없애겠다는 의도이다. 수요관리사업자의 재량에 시장관리자인 전력거래소가 끼어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사업자 스스로 그런 결과를 만든 것이니 씁쓸할 따름이다. 향후에는 수요관리사업자가 건전하고 능력 있는 모습을 보이므로 멀지 않은 시간 안에 모든 권한을 찾아오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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