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심할수록 급성 심방세동 위험 높아져”
  • 김태환 기자
  • 승인 2019.04.1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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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이 서울 거주자 12만 4,000여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통해 대기오염 및 초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심방세동 발생 위험성을 확인했다.

초미세먼지 10㎍/㎥ 증가...심방세동 응급실 방문율 4.5% 늘어

[인더스트리뉴스 김태환 기자] 국내 연구진이 초미세먼지가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와 공공의료사업단 권오경 교수 연구팀은 대기오염에 따른 심방세동 발생 위험성을 분석했다.

심장의 정상적 리듬이 깨진 상태를 부정맥이라고 한다. 그 중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심방세동은 심방이 불규칙하고 빠르게 뛰는 질환이다. 보통 안정 시 정상 맥박은 1분에 60∼100회지만 심방세동이 있으면 140회 이상으로 급상승한다. 고혈압, 당뇨병, 기저 심혈관질환 등 위험인자가 동반된 경우에 잘 발생하고 비만, 음주, 과도한 운동 등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미세먼지가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심방세동을 포함한 부정맥은 자각증상이 없거나 비특이적인 양상으로 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면 뇌졸중, 뇌경색, 심장마비, 심부전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하고 사망까지도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이에 강시혁 교수팀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시에 거주한 30세 이상 인구 12만 4,000여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통해 평균 7.9년 간 대기오염이 심방세동에 미치는 장단기 효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연구기간 동안 서울시의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5.0㎍/㎥였고, 미세먼지(PM10) 농도는 49.1㎍/㎥로 확인됐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0㎍/㎥ 증가하면 3일 후 심방세동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율이 4.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세먼지,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오존 등은 심방세동 발생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다른 심혈관계 질환은 대기오염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질환의 위험도가 상승할 수 있지만, 심방세동은 대기오염의 장기간(수년에 걸친) 노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강시혁 교수는 “대기오염은 장기적으로 동맥경화성 질환을 유발하고, 단기적으로는 자율신경계 균형을 파괴할 수 있는데, 심방세동은 심장의 전기적인 심장박동이 저해되면서 발생하는 만큼 자율신경계 균형과 연관성이 높다”며, “이전부터 심방세동이 있었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환자가 고농도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서 자율신경계 균형이 무너지고 결국 심방세동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좌), 공공의료사업단 권오경 교수(우) [사진=분당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좌), 공공의료사업단 권오경 교수(우) [사진=분당서울대병원]

권오경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기오염이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선행 연구들을 뒷받침 하는 결과”라며, “평소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다면 초미세먼지나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심장에 이상 증상이 느껴진다면 바로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유럽 예방심장학회지(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 3월호에 발표됐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먼지는 코로 들어오면 코털과 기관지 섬모에 의해 단계적으로 걸러진다. 하지만 입자 크기가 작은 미세먼지는 몸 속 깊숙이 침투하기 때문에 건강에 해롭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폐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호흡기 내부로 유입돼 호흡기, 심혈관 질환 및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81~150㎍/㎥)’ 단계 이상이라면 실외활동을 피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로 인한 국내 조기사망자 수는 1만 1,924명(2015년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은 ‘심질환 및 뇌졸중’이 가장 많았고 ‘만성폐쇄성폐질환과 폐암’ 등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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