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LA에 ‘모션랩’ 설립… 모빌리티 시장에 출사표
  • 최기창 기자
  • 승인 2019.11.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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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호주‧동남아‧중동 등에도 꾸준히 투자

[인더스트리뉴스 최기창 기자] 세계적으로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팔을 걷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미국 LA에 모빌리티 서비스를 목적으로 ‘모션랩(MOCEAN Lab)’을 설립했다. 모션랩은 카셰어링 서비스를 비롯해 로보택시, 셔틀 공유, 다중 모빌리티 서비스(Multi-modal), 퍼스널 모빌리티,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UAM) 등 각종 첨단 모빌리티 서비스의 실증 사업을 위한 현지 법인이다.

특히 미국 최대 교통 도시인 LA를 전략적 지역 기반으로 삼은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쌓아온 모빌리티 기술을 미국 현지에서 충분히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 셈이다.

현대차그룹과 LA시가 14일(현지시각) 미국 LA에서 열린 ‘LA 코모션(LA Comotion)’ 행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사업 협력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이날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과 LA시가 11월 14일(현지시각) 미국 LA에서 열린 ‘LA 코모션(LA Comotion)’ 행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사업 협력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이날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미래, LA에서 답을 찾다

현대차그룹은 11월 14일(현지시각) LA시가 주최한 차세대 모빌리티 박람회인 ‘LA 코모션(LA Comotion)’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모빌리티 서비스 전문 법인 ‘모션 랩’ 설립을 공식화했다. 이날 행사에는 LA의 에릭 가세티(Eric Garcetti) 시장, 니나 하치지안(Nina Hachigian) 국제부문 부시장, 현대차 윤경림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사업부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먹거리로 ‘MECA(Mobility, Electrification, Connectivity, Autonomous Driving)’를 꼽았다.

윤 전략사업부장은 “LA와의 모빌리티 사업 협력을 통해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며, “현대차그룹은 ‘모션 랩’ 사업을 발판 삼아 모빌리티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과 LA의 협력은 큰 의미가 있다.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모빌리티 혁신을 함께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동의 자유(Freedom in Mobility)’를 실현하겠다는 공동의 목표에 따라 경제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합친 것은 큰 시사점이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모션랩’을 활용해 모빌리티 서비스 실증 사업을 진행한다. 이달부터 LA 도심 주요 지하철역(유니온역, 웨스트레이크역, 페르싱역, 7번가/메트로센터역) 인근 환승 주차장 네 곳을 거점으로 지하철역 기반(Station-based)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환승 구간이거나 인구 밀집 지역이라는 특징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하철역을 기반으로 카셰어링 서비스 제공 지역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며, 한인타운, 할리우드 지역에도 차고지 제한 없는 카셰어링(Free-Floating) 형태의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할 방침이다. 또한 앞으로도 다양한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철학,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 조성의 방향성과 관련해 LA시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현대차그룹이 LA를 거점으로 삼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LA는 세계 최대 첨단 교통 도시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LA는 대중교통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현대차그룹이 밝힌 통계에 따르면, LA 시민들은 1인당 평균 9,741달러를 버스 및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지불한다. 이는 뉴욕(7,907달러), 영국 런던(5,445달러)보다 많다. 더불어 미국에서 사용 중인 전기차의 약 20%가 LA에서 운행한다. 대중교통 관련 스타트업도 뉴욕보다 2배 이상 많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LA는 오는 2028년 LA 올림픽을 앞두고 도심 교통 개선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LA를 통해 모빌리티 서비스 확대를 시도하는 이유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역량을 실현할 최적의 실험대라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모션랩을 통해 LA 시내 교통 체증 해소 및 편의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LA시 산하기관인 LA 메트로(LA Metro), LA 교통국(LA DOT)과 협업할 예정이며, 로보택시, 셔틀 공유, 다중 모빌리티 서비스(Multi-modal), 퍼스널 모빌리티, 도심 항공 모빌리티를 비롯한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와 관련한 다양한 실증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모션 랩’은 미국 내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 지역과 제공 차량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직장인, 관광객 등 다양한 고객층이 이 회사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윤경림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사업부장(부사장)과 에릭 가세티(Eric Garcetti) LA 시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 윤경림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사업부장(부사장)과 에릭 가세티(Eric Garcetti) LA 시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한국과 호주, 동남아시아, 중동 지역에도 투자 이어져

현대차그룹은 LA 이외의 지역에서도 글로벌 모빌리티 사업에 지속해서 투자하고 있다. 우선 올해 3월 인도 최대 차량호출업체인 올라(Ola)와 ‘투자 및 전략적 사업 협력’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각각 2억4,000만달러와 6,000만달러 총 3억달러를 이 회사에 투자했다.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업체인 ‘그랩’에도 투자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 기반의 차량 호출 서비스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그랩’에 2,500만달러를 투입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1억7,500만달러와 7,500만달러씩 총 2억50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호출 서비스 실증 사업을 위해 싱가포르 지역 ‘그랩’에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200대를 공급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랩’이 진출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실증 사업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미국과 호주의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 ‘미고(Migo)’와 ‘카 넥스트 도어(Car Next Door)’ 등에도 전략 투자를 단행하는 등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스콜코보 혁신센터’와 함께 준비한 차량 구독 서비스 ‘현대 모빌리티’를 최근 개시했고, 아랍에미리트(UAE)의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인 ‘카림’에도 올해 안에 총 5000대의 차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투자는 국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서울과 제주도, 대전 등에서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플랫폼인 ‘제트(ZET)’ 구축을 마쳤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 운영업체들과 협력해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국내 라스트마일 물류업체 메쉬코리아와 마카롱 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에 전략투자하는 등 한국형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을 위해 꾸준하게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유망한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를 계속 발굴해 협업하고,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과 공유경제를 결합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개발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다양한 글로벌 투자를 바탕으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미래 먹거리로 삼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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