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재인 정부의 3만개 스마트공장 구축, “거짓말”로 끝날까
  • 김관모 기자
  • 승인 2020.04.01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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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보여주기식 정책으로는 생태계 못 바꿔... 현장 목소리 듣는게 우선

[인더스트리뉴스 김관모 기자]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3만개를 구축하는 한편, 2030년까지 스마트산업단지 20개와 AI팩토리 2,000개도 조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산업통상자원부와 벤처중소기업부 등 주요 부처들이 구체적인 사업 추진을 벌이면서 스마트공장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노력과는 달리, 기업과 제조업 현장에서는 냉담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 대기업의 간부는 “스마트공장 3만개는 정치적인 선언일 뿐 거짓말”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스마트공장과 관련한 솔루션을 다루는 업체들도 현장에서는 스마트공장 사업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자조 섞인 말을 자주 토해내기도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을 두고 현장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현장과 생태계의 이해 없는 변화는 '거짓말'이라는 것. [사진=dreamstime]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을 두고 현장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현장과 생태계의 이해 없는 변화는 '거짓말'이라는 것. [사진=dreamstime]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나 여러 객관적인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은 분명 정치적이고 보여주기식 ‘거짓말’에 가깝다.

먼저 지난해 1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공장의 스마트화 수준은 37점(2017년 기준)에 그쳤다. 특히 진정한 스마트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전사적 스마트화(부문간 연결성 강화)’를 이룬 공장은 극히 드물었다.

같은 시기에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제조업의 실태조사에서도 63.7%가 스마트공장(4차 산업혁명)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80% 이상이 이에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공장 구축도 대부분이 공장 자동화나, 기초적인 ICT를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는 수준의 1~2단계에 그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제조업체에서는 엑셀을 사용하지 않고 있거나 ICT 설비도 돼있지 않은 곳이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남은 3년간 무려 2만 개에 가까운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한 해에 무려 5,000~6,000개를 새롭게 만든다는 것인데 누가 봐도 무리수다. 사업이 남발될 위험성도 크다.

정부 정책과 현장의 불협화음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많은 업체들은 정부가 한국의 제조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짧은 시간 동안 긴축성장을 이룬 한국 제조업은 여전히 노쇠한 장비나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ICT나 소프트웨어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지만, 물리적인 비용이 많이 드는 하드웨어는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경제적인 비용과 그동안 해오던 업의 관습 때문에 쉽사리 변화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정부의 정책을 단순히 돈 타먹는 용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변화를 시도하려는 기업들에게는 여전히 규제가 많고 지원책은 부족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스마트공장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있다는 지적이다. 4차 산업혁명 혹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시대는 단순히 ICT나 AI, IoT 같은 기술발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술과 함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식구조와 업무형태가 완전히 바뀌어야 가능하다. 그것은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것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제조 생태계를 바꾸는 역할은 결국 기업이 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더욱 자유롭게 좀더 도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스마트한 전환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스마트공장과 4차 산업혁명을 고민하는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이 아직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을 모은다. 독일의 사례만 봐도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부터 철저히 분석한 뒤, 충분한 테스트베드 구축과 실험을 통해서 최적의 조건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저 시류 따라가기식, 보여주기식 정책에 급급하다는 비판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정부의 스마트공장 선언은 지금까지는 ‘거짓말’이다. 이 거짓말은 미중 무역전쟁이나 우한발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를 핑계 삼을 수 없다. 거짓말이 거짓말로 남지 않으려면, 스마트에 집중하기보다 공장의 현장에 집중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가 없는 변화는 결국 시간과 돈만 낭비시킨다.

“남보다 빠른 것보다 남보다 앞서갈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업계 스페셜리스트들의 이야기를 다시금 귀담아들을 시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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