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정용 연료전지로 수소사회 구현 나선다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0.08.0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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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대수 10년 간 100배 이상 증가… 2030년까지 530만대 보급 목표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며, ‘수소경제’ 선점을 위해 노력 중인 정부가 가정용 연료전지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연료전지와 수소전기차를 양대 축으로 정하고, 전년 대비 약 5배 증가한 2,000억원을 관련 예산에 편성했다.

지난해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연료전지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따르면,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 규모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46.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9년 103억3,200만 달러(12조5,895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2022년까지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부분에서 국내 누적 50MW 보급, 2040년 2.1GW를 보급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일본은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 확산을 통해 수소에너지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utoimage]

이처럼 국내에서 가정용 연료전지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는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이 빠른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 확산을 통해 수소에너지 개발에 앞장서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은 오랫동안 시장 내 경쟁기업들의 꾸준한 연구개발과 관·민·학 간 협업으로 기술개발과 실증실험을 거듭하며, 수소사회 진입을 위한 기반을 다져왔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가정용 연료전지 시장 성장한 일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시장뉴스 일본 후쿠오카 김대수 무역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친환경 가정용 연료전지를 상용화한 일본이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대수를 2009년 대비 100배 증가시키며, 수소에너지 개발에 앞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가정용 연료전지의 본격적인 상품화 연구를 시작한 일본은 2009년 5월부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정용 연료전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2020년 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2009년 전국 보급 대수가 3,000대 뿐이었던 에네팜이 2019년 12월 말 기준으로 약 33만6,000대가 보급됐다. 2009년 대비 보급대수가 100배 이상 증가했다.

에네팜(Ene-Farm)은 에너지(‘Ene’rgy)+농장(Farm)을 합친 조어로, 일본에서 가정용 연료전지를 지칭한다. 에네팜은 도시가스나 LP가스에서 추출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고, 이때 발생한 열로 가정용 열수도 만들 수 있는 열병합발전(Cogeneration) 구조이다.

일본이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률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난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서 찾을 수 있다. 화력 및 원자력발전소 등 기존 일본 전역 대부분의 전력을 책임졌던 발전소들이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으면서 에너지 수급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기존 원전의 안전성 제고,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추진, 에너지절약, 열병합 발전, 스마트 그리드 그리고 연료전지를 중심으로 한 분산발전시스템 도입 등에 정책의 초점을 두기 시작하면서 가전용 연료전지 시장의 성장을 촉진시켰다.

또한, 일본 내 도시가스기업 및 지자체와 구축한 협력 체계는 연료전지 시장 확대에 공헌하는 결과를 낳았다. 도시가스기업들은 인프라를 활용해 에네팜 보급에 앞장섰고, 지자체들은 에너지 자립형 마을 조성에 앞장섰다.

일본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현황(단위: 만 대) [사진=코트라]

친환경적이며, 재해에 강한 ‘에네팜’

일본 연료전지보급추진협회(Fuel Cell Association)에 따르면, 에네팜은 가스 급유기나 가정용 에너지시스템과 비교해 △친환경성 △높은 에너지 효율 △방재성에서 특징적인 모습을 보인다.

친환경성과 관련해 일본 연료전지보급추진협회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 가정에서 에네팜을 1년간 사용하면 석유, 천연가스 등의 1차 에너지 사용량을 23%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38%(1,330kg) 억제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에너지 효율의 경우, 기존 발전방법 대비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고 소개했다. 기존 화력발전소 등을 통해 전기를 발전할 경우 열 손실(약 55~60%)과 송전손실(약 5%)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발전량의 35~40%대에 그친다.

가정용 연료전지를 사용할 경우에는 각 가정에서 전기와 열을 생산해 그중 70~90%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성에서 기존 발전방법 대비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 또한, 에네팜과 함께 태양광발전을 통해 잉여전력을 생산할 경우 잉여 전기를 전력회사에 판매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방재성(防災性)에선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해 정전사태가 일어나도 자가 발전이 가능해 비상용 전원과 용수의 확보가 가능하다. 특히, 일본은 지난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에네팜이 가진 방재성에 주목하는 소비자가 증가했다.

가정용 연료전지는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성에서 기존 발전방법 대비 뛰어난 모습을 보이며, 태양광발전을 통해 잉여전력을 생산할 경우 잉여 전기를 전력회사에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utoimage]
가정용 연료전지는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성에서 기존 발전방법 대비 뛰어난 모습을 보이며, 태양광발전을 통해 잉여전력을 생산할 경우 잉여 전기를 전력회사에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utoimage]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에네팜의 보급 확산에 주력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019년 3월 발표한 수소연료전지전략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에네팜의 보급대수를 530만대까지 늘리고, 나아가 2050년까지 5,300만대의 종래형 에너지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에 에네팜 활성화를 방해했던 설치 시 발생하는 높은 초기 비용도 최근 신기술의 등장과 비용절감 노력, 정부보조금 등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에네팜 1대당 가격은 2009년 300만 엔에서 2018년 12월 기준 100만엔 수준까지 내려갔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2020년경까지 이 가격을 80만~100만 엔, 투자회수기간을 7~8년까지 낮춤으로써 공적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인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의 기술개발과 정부의 지원 필요

국내 시장 역시 본격적인 상용화 준비에 돌입했다. 2019년과 2020년 미코, STX 중공업, 에이치앤파워 등의 일부기업에서 1~2kW급 소형 SOFC 연료전지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하며, 핵심기술의 고도화 및 국산화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5월 24일 국내 업체가 개발한 고체산화물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에 ‘산업융합 신제품 적합성인증’을 부여하며, 시장 출시의 길을 열었다.

KOTRA 김대수 무역관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배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일본의 연료전지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잠재성이 큰 가정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개발 노력과 함께 수소 핵심기술 고도화 및 국산화를 위한 정부의 중장기적인 제도적 지원과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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