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발주 봇물 신호… 한국 싹쓸이 수주 재현되나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11.2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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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창 엔지니어링 서비스 입찰 할 수 있는 길 열려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크고 작은 액화천연가스(LNG: Liquefied Natural Gas)운반선 수주 낭보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코로나로 멈췄던 조선3사 ‘수주 싹쓸이’가 재개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중공업은 유럽 선사와 총 25억 달러(한화 2조8,072억원) 규모의 쇄빙LNG선 선박 블록 및 기자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1월 23일 공시했다. 단일 선박 계약에 있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LNG운반선(17만CBM)은 같은 규모의 벌커선에 비해 3배 이상 가격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utoimage]
LNG운반선(17만CBM)은 같은 규모의 벌커선에 비해 3배 이상 가격이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사진=utoimage]

이로써 삼성중공업은 수주목표 절반 정도를 일거에 달성했다. 누계 수주실적은 총 38억 달러로 급등했으며, 수주잔고는 5개월만에 다시 200억 달러를 상회(211억 달러)하게 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체결된 선박 건조의향서(LOI)와 추가 옵션 안건들을 올해 내에 최대한 실제 계약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1월 2일에는 한국조선해양이 유럽 선사와 대형 LNG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동급 LNG선 2척에 대한 옵션이 포함돼 향후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코로나 사태와 유가하락 여파로 좀처럼 열리지 않던 선박 건조 입찰이 진행되면서 그동안 국내 조선사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LNG 운반선 수주가 다시 제역할을 해줄지 업계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TOTAL사가 주도하는 200억 달러 규모의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의 운반선 16척과 관련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절반씩 건조 의향서를 받았으며 연내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2기의 액화 트레인을 건설하는 Saipem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수 천만 달러 수준의 화물운송주선계약들을 추진 중에 있다.

2027년까지 1억2,600만톤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인 카타르는 올해 6월 국내 조선 3사와 2027년까지 100척 규모의 슬롯예약 약정 계약을 맺었으며, 연내 100척 슬롯예약에 대한 본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나라 홀로 수혜가 유력

LNG 수요가 계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장 내년도 LNG운반선 시장도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클락슨(Clarksons)은 2021년 LNG 물동량을 전년 대비 7.1% 증가한 3.91억톤으로 전망했다. 다만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소폭 상승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LNG운반선 수주가 업계 실적과 맞닿아 있는 우리나라에게는 유리한 전망이다. 10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1,914만CGT로 선종 중 LNG선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LNG운반선(17만CBM)은 같은 규모의 벌커선에 비해 3배 이상 가격이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기존에 우리 조선3사가 LNG선 상당 부분을 싹쓸이 하다보니 타 경쟁사들이 시장에 파고 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과 조선 1, 2위를 다투는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LNG운반선 건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선박공업집단(CSSC)과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가 LNG선 건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2019년부터 현재까지 LNG선 5척을 수주했지만 자국선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이 가운데, 중국은 지난 4월 카타르와 CSSC의 Hudong Zhonghua간 8+8척의 슬롯 계약을 채결한 바 있다. 척당 1억8,000만달러(약 2,200억원), 총 28억8,000만(약 3조5,000억원)달러 규모로 CSSC의 LNG관련 선박 건조계약 중 역대급이다. 지난 2017년 'Hudong-Zhonghua' 조선소가 건조한 LNG운반선이 호주 인근 해역에서 멈추는 사고가 발생하고 이후 CSSC가 프랑스 선사로부터 수주한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도 기술력 부족 탓에 인도가 지연되는 등 중국의 LNG선 관련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대규모 수주는 중국이 카타르 가스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체결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LNG운반선 건조 기술력이 우리나라에 필적하는 일본도 단가 경쟁력이 달려 손을 놓은 모양새다. 최근 일본 1, 2위 조선사 이마바리-JMU 간 합작사는 LNG선을 사업계획에서 배제시켰다. 지난해 이마바리 조선소의 히가키 유키토(檜垣幸人) 대표는 기자 회견에서 “LNG선박 건조는 비용을 감안할 때 건조가 힘들다. LNG선박 10년 내에 채산성이 만족되면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장된 화물창의 내외부 열전달을 막고 기화 현상을 방지하는 기술이 LNG운반선의 핵심인데 이와 같은 화물창 기술력은 프랑스 GTT가 선두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저장된 화물창의 내외부 열전달을 막고 기화 현상을 방지하는 기술이 LNG운반선의 핵심인데 이와 같은 화물창 기술력은 프랑스 GTT가 으뜸이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LNG선 핵심 서비스 수주 가능해져

한편, 앞으로 LNG운반선 건조 뿐 아니라 핵심 서비스 분야에도 발을 넓힐 수 있게 돼 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11월 25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는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Gaztransport & Technigaz S.A., 이하 GTT)가 LNG 선박을 건조하는 국내 조선업체를 대상으로, LNG 화물창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면서 엔지니어링 서비스까지 구매하도록 강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125억2,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한, 조선업체가 특허권의 유효성을 다툴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

-163℃ 초저온에서 액화된 천연가스가 기화되지 않도록 화물창의 내외부 열전달을 차단하는 기술이 LNG운반선 건조의 핵심인데 이와 같은 멤브레인형 화물창 기술은 GTT가 선점하고 있다. GTT는 LNG화물창 기술 라이선스 시장에서 9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GTT 실시료 매출액은 3,387억원에 달했다. 대우조선해양의 SOLIDUS, 현대중공업 KMS, 삼성중공업 KCS 등 우리 조선사들도 독자적으로 화물창을 개발했지만 선사들의 요구가 완강해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었고 상당한 로열티(100억원대)를 지불하며 GTT 화물창을 도입해 왔다. 

이는 차치하더라도 GTT는 설계도면 작성, 설계 각종 실험 및 계산노트 작성, 현장 감독 등의 엔지니어링 서비스도 끼워팔면서 우리 조선사들은 속절없이 적잖은 비용을 내야 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LNG 화물창 엔지니어링 서비스 시장에서 신규사업자의 진입 여건이 조성되면서 우리 조선사들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2015년 전후로 조선 3사는 다른 사업자 기술에 관한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수행하며 경험을 쌓았다. 

LNG운반선이 다시 우리 조선업의 효자 노릇을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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