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미 입찰 논란에 휩싸인 해경 ‘반도체 레이더’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11.2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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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검토 수용해야 업계 성토 그칠 듯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해양경찰(이하 해경)이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전 함정에 고성능 디지털 레이더(SSPA)를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첨단 레이더가 현장에서 제 기능을 못하는데다 되레 기존 레이더 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레이더(RADAR)는 전파를 통해 상대 및 위험요소 등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선박의 눈에 해당하는 항해장비이다. 해경 함정 레이더의 경우 일반선박과 달리 선박의 항해안전뿐만 아니라 경비작전, 불법 외국어선 단속, 수색구조 등 다양한 업무에 활용돼 그만큼 고성능이 요구된다. 

해경함정 [사진=인더스트리뉴스]
해경 함정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점진적인 기술 발전으로 현재는 반도체 증폭기 방식의 SSPA 레이더가 주력으로 떠올랐다. 기존의 12KW급 마그네트론 보다 SSPA 레이더는 200W 정도로 출력이 대폭 감소했다. 기상악화에도 탐지능력이 양호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또한, 마그네트론 레이더는 고장 없이 평균 3,000여 시간 운용할 수 있었던데 반해 SSPA 레이더는 5만 시간 이상 쓸 수 있어 승무원들이 유지 관리하기에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   

해경은 올해부터 경비함정에 설치된 기존의 마그네트론 레이더를 SSPA 레이더로 순차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100톤, 200톤, 500톤, 3000톤급 등 예정된 신규 건조 20여척을 비롯해 기존의 경비함정 120여척에 SSPA 레이더를 탑재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VTS와 신조 500톤급 경비함정 등에 탑재됐다.  

이 가운데 큰 기대를 한 몸에 받아 왔던 신형 레이더가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면서 신뢰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레이더의 기본 성능으로 대두되는 해면반사 제거, 물표 현시, 분해능력 등에도 의구심이 생긴다는 반응이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승조원들이 레이더 운용 중에 장비가 셧다운 되는 현상이 다반사이며, 소형물표(타켓) 포착이 잘 안 된다고 토로하고 있다”며, “레이더의 분해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중국어선 등을 개별적으로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승조원 A씨는 “레이더에 사각지대가 많아 전방포착 성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전했다. 이에 많은 비정상 알람(경고음)이 발생해 레이더가 먹통이 되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승조원이 임시방편으로 관련 센서를 차단(비활성화)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SSPA 반도체 레이더 성능 비교 [자료=해경청]
SSPA 반도체 레이더 성능 비교 [자료=해경청]

이렇듯 크고 작은 흠결이 나오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해경은 개의치 않고 해당 레이더 도입을 고수하고 있어 업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최근 3000톤급 함정 건조와 관련해 실제로 조달청 입찰에 들기 전 단계인 사전규격공개가 진행되고 있다. 해경은 사전규격상 레이더는 고출력(S-BAND의 송수신부 출력이 Soild-State 300W 이상)이 필수라고 못을 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레이더의 핵심은 최대출력을 낮추고 평균출력을 높이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서 탐지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차세대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며, “해경은 특정 제품 외에 효율이 떨어져 제조하지도 않는 방식의 해상 레이더 출력사양과 규격을 정확히 일치시켜려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관련 업체들이 주축이 돼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출력을 200W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의견 검토 결과 해경은 함정 업무 특성상 고출력 레이더가 수반돼야 한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해경은 탑재할 SSPA레이더는 현재 건조중인 3000톤 경비함 레이더의 출력 기준을 삼고 있으며, 임무 범위가 동해 북방해역 등 원양임을 고려해 충분한 출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일축했다. 

높은 출력이 높은 등급인 것으로 읽혀지는 해경의 항변은 기술적 근거 없는 근시안적인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출력 뿐 아니라 제반 성능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으면 과거 마그네트론 레이더와 전혀 다를 바가 없거나 그 보다 성능이 더 떨어질 소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해양계 대학의 모 전문가는 “기존 마그네트론 방식에는 최대출력이 탐지에 영향을 끼쳤으나 반도체 SSPA 레이더의 경우 평균출력이 성능을 결정한다”며, “SSPA 레이더는 평균출력이 보장 되지 않으면 타켓 탐지성능 및 분해능 등이 현저히 떨어지며, 기상상황에 대한 적응도 힘들어질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해경청 정보통신과 관계자는 “해경 함정 레이더는 단순히 항해 안전 뿐 아니라, 실종자 찾고, 다목적 용도로 활용돼야 한다. 또한, 새로운 장비가 도입되면 기 운용자 측면에서 혼돈이 생길 여지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서 “특히, 사격통제 장비가 연동돼야 하는데 다른 제조사와 불협화음이 생길 여지를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업계의 반감만 사고 있다. 레이더 성능 자체가 달리는 상황에서 사격장비가 표적을 제대로 맞출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레이더 점검 중인 검사원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레이더 점검 중인 검사원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업계에서는 제 기능 못하는 눈으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악몽이 되살아 날 수 있다는 우려가 파다한데 안전 문제를 도외시하겠다는 것이냐며 성토하고 있다. 레이더 구매규격은 해경이 채택 권한을 갖지만, 저성능의 레이더 탑재의 책임과 하자는 경비함정을 건조하는 조선소가 지고 있어 해경의 부담이 적어진다는 것도 석연치 않은 점이라고.

특히, 레이더 관련 업체들은 사전규격공고에 나열된 기준은 사실상 모 업체 레이더를 쓰겠다는 의도가 역력히 베어있다며 박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에 이 같이 규정해 공고하는 것은 불공정하고 사실관계가 철처히 밝혀져야 한다며 감사원에 제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이지 않은 뿌리깊은 유착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해경 함정 엔진의 경우도 해외 특정업체 제품 도입을 필수 조건으로 내거는 등 이와 같은 병폐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비등점을 넘어섰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덮혀있던 환부들이 더 이상 곪지 않도록 대응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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