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자동화에 눈 뜬 제조업계…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도입 1순위 ‘머신비전’에 주목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1.02.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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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 더해져 검사 험지까지 시야 넓혀… 중소기업 보급이 관건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지난해 초부터 불거진 악재로 살얼음판을 걸어 왔던 제조업체들은 올해가 코로나 극복의 원년이 되길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백신이 주효해 회복 분위기가 완연해지더라도 코로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출구 없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제조업체들은 코로나의 향배와 무관하게 스마트팩토리로 가속패달을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검사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머신비전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중소기업에게는 언감생심이다. 업계와 정부가 중소기업들과 보폭을 맞출 솔루션 보급에 역량을 결집해야 할 시점이다. [사진=utoimage]
검사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머신비전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중소기업에게는 언감생심이다. 업계와 정부가 중소기업들과 보폭을 맞출 솔루션 보급에 역량을 결집해야 할 시점이다. [사진=utoimage]

작금과 같은 디지털전환 급변기 봇물처럼 쏟아지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중에 머신비전을 저울질하고 있다면 괜찮은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팩토리 수준은 업체 80% 가량이 초보 단계에 머물고 있다. 자금 여력은 없고 자동화됐다고 해도 겨우 운영되는 업체들이 다반사다. 이런 형국에 당장 스마트팩토리 흐름과 방향에 편승하라고 권해도 잘 와닿지 않는다. 

스마트팩토리는 보이지 않는다. 당장 효과도 의문이다. 하지만 이미지 데이터로 가시화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공장 장비·설비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 필요한 만큼 요율 좋게 양품만을 생산해내는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입력, 출력하는 모든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전체 공정 자동화의 마지막 단인 검사 공정에 센서가 들어가 그것도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해 가시화하면 긴가민가하던 업체들도 단번에 스마트팩토리 궤도에 오른듯한 분위기를 체감 할 수 있다. 

디딤센서 서장일 대표는 “검사 과정에서 얻는 정보가 공장의 가장 필수적인 정보이며 많은 공정들의 성능들을 담고 있는 가장 포괄적인 정보이다”며, “이러한 정보를 디지털화 하지 않고 스마트팩토리를 고도화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검사에서 요구되는 많은 인건비를 그대로 두고 타 공정을 스마트화 하는 것은 공장 입장에서는 거의 실익이 없는 투자가 되고 만다”고 밝혔다. 

한편, 여러 환경적인 여건들도 검사 자동화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혁신제조산업 현장에서는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의 부품·제품들이 생산되는데 일일이 사람이 불량을 찾아낸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또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불량을 짚어내기 위해 검사 자동화로 전환하지 않고는 미묘한 결함도 용납하지 않는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힘들어졌다. 여기에 언택트 시대 단 한 명의 작업자가 전염병에 감염돼도 전체 생산 공정이 마비되는 사례를 목도하면서 검사 자동화의 필요성에 눈을 뜬 업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혁신산업은 빠르게 검사 자동화 궤도에 오르고 있다. [사진=dreamstime]
반도체, 이차전지 등 혁신산업은 빠르게 검사 자동화 궤도에 오르고 있다. [사진=dreamstime]

 
AI 기술로 날개 단 머신비전

검사 자동화의 주역인 머신비전은 제조 공정에서 카메라, 광학계, 이미지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으로 사람이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작업을 빠르고 정밀하게 대신 해준다. 

검사 분야는 자동화하는데 난해한 공정으로 손꼽히기 때문에 머신비전은 결코 간단한 솔루션은 아니다. 머신비전은 카메라, 렌즈, 조명 혹은 3D센서 등과 같은 수단으로 영상 형태를 획득하는데 조명, 카메라 등 부분별 편차가 심한 조도환경에서도 깨끗한 이미지를 수집해야 한다. 하지만 조명에 따라 결함의 크기, 유형, 위치 등이 수도 없이 바뀌기 때문에 하나하나 알고리즘화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샅샅이 파악해 정확하게 판독하려면 그만큼 성능 좋은 하드웨어가 요구되고 현장에 적확한 솔루션을 적용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최근 머신비전이 AI 기술로 성능에 날개를 달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양상이다. 트윔 김재현 전무는 “전통적인 비전검사에서는 엔지니어들이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검사 조건을 일일이 직접 프로그래밍 해야 했다. 이제는 규칙 기반의 머신비전 기술 발전으로 AI 기술이 이러한 수고를 덜어 줄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획득한 영상을 처리해 불량을 찾아내는 ‘영상처리 기술’은 크게 논리 연산을 이용한 Rule based와 학습 및 직관을 활용하는 AI로 구분된다. 특히, AI 기술은 단순 검사, 측정 등의 역할에서 벗어나 복잡난해하거나 미묘한 차이까지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우수하다. 머신비전은 이제 난이도 높은 텍스트 판독, 다양한 부품의 조립 검사 등 많은 항목들을 검사 자동화 시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머신비전이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역할에 국한한다면 그저 로봇 신세를 면키 어렵겠지만 AI 기술을 발판으로 존재감은 그 이상으로 커지게 된다. 공정 전반의 비전 데이터를 수집·활용·분석해 프로세서를 개선하고 데이터를 통한 예지보전 등 고도화된 혁신 기술로 가치를 높이는데 AI 기술이 기여할 수 있다. 즉, 머신비전은 공장에서 정확한 품질 검사로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제품 품질을 개선하는 등 전 과정에서 다양한 궤적을 그리며 제품에 대한 고객 신뢰도를 높이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다만, 업계가 AI가 머신비전을 모든 것을 해결할 만능 기술로 낙점한데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Rule based 머신비전은 개발자가 룰을 찾아서 알고리즘으로 구현하면 즉각 실시할 수 있는데 반해 AI는 다양한 이미지를 취득하고 학습시켜며 라벨링 해야 하는 등 적지 않은 시간이 요구된다. 당장 적용해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Rule based 솔루션이 더 적합하다. 

AI(딥러닝) 기반 머신비전은 신경망 학습에 필요한 방대한 양의 학습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GPU 등 고성능 하드웨어 도입이 불가피하므로 비용 부담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8~19년부터 본격 딥러닝 기술이 머신비전 분야에서 화두로 떠오르면서 현재 30% 정도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 머신비전 구축에 몇 천 만원 가량이 투입됐다면 딥러닝 기반 머신비전은 GPU 등 고성능 하드웨어에다 소프트웨어도 추가해야 돼 웬만한 중소기업에 직접 엔지니어링하더라도 비용이 1~2억원은 훌쩍 넘긴다”고 밝혔다. 게다가 현존 최고 딥러닝 기반 불량 검출률이 95% 정도로 알려져 있다는 점도 좌시해서는 안 된다. 

다이트론코리아 남기훈 부장은 “고객사들에게 AI 솔루션만 수용해서 안 된다고 적극 권고하고 있다. 이미지 수집비용, 엔지니어링, 교육비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비용에서부터 개발 시간 비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염두해 두고 검사항목의 난이도와 중요도를 고려해 기존 Rule based 솔루션과 AI 솔루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검사 공정에 투입되는 인력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 대부분은 적확한 머신비전 솔루션을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사진=utoimage]
여전히 검사 공정에 투입되는 인력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 대부분은 적확한 머신비전 솔루션을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사진=utoimage]

중소기업에 보급이 관건

머신비전에 청사진이 켜진 것은 분명하지만,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의 한 부문인 만큼 시장은 그리 크지 않다. 자동화가 잘 됐다고 자평하고 있는 공장들도 아직 검사 자동화는 하지 못하고 인력을 대거 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칠곡 쿠팡 물류센터 택배분류노동자 사망원인을 분류작업으로 인한 과로사로 인정한 사례는 검사하고 분류하는 공정에 투입되는 인력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이 같이 좁은 시장에서도 코그넥스, 키엔스 등 외산 업체들이 상위단에 포진됐다. 대부분의 머신비전 공급기업들이 공신력을 확보하지 못하다 보니 기존 실적이 있거나 브랜드 명성이 자자한 업체에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 렌즈, 조명, 소프트웨어, 3D센서 등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나, 반도체 후 공정, SMT 공정 등 유사품종을 검사하는 공장에 솔루션을 납품하는 공급기업은 매출이 좋은 편이다.  

반면에 디스플레이, 반도체 전 공정, 기타 대부분 검사 공정에는 커스터마이징으로 머신비전을 적용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백 수천억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들은 주로 유사품종 제품 검사 분야에 솔루션을 보급하지만 대부분 공급업체들은 SI 방식으로 수익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인더스트리뉴스>가 진행한 2021년 머신비전 솔루션 시장조사 결과 43.2%가 지난해 머신비전 솔루션으로 벌어드린 수익이 1억원 이하인 것으로 집계됐다. 1~10억원은 31.8%로 75%가 10억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유수의 토종 머신비전 업체들도 매출은 수 억대 정도로 조사됐다. 

작은 파이를 두고 대부분의 SI 업체들은 센서와 소프트웨어 등 아이디어를 차별화하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하지만 저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며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중소기업 현장에 기존에 검증됐다고 하는 머신비전 솔루션이 발붙일 자리는 그다지 많지 않다. 중소기업이 머신비전 도입을 단행하더라도 요구하는 결함을 검출하기 위해 요구되는 카메라, 조명, 렌즈 등을 계속해서 추가해야 해 공급업체의 수익성은 좋지 않다. 민간 차원에서 한국머신비전산업협회가 존재하지만 검사장비 업체, 부품·소프트웨어 판매사들이 뭉쳐 있을 뿐 서로 경쟁 상태에서 협력의 가능성을 탐색하기도 쉽지 않다.

검사 항목의 난이도와 중요도를 고려해 기존 Rule based와 AI 솔루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utoimage]
검사 항목의 난이도와 중요도를 고려해 기존 Rule based와 AI 솔루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사진=utoimage]

국가적 차원에서 업종, 규모를 막론하고 제조공정들을 다 같이 스마트팩토리로 육성해야 하는데 수많은 저부가가치 업종에서 머신비전 솔루션이 파고들지 못하고 특정 혁신산업에만 편중이 심각해지는 것을 방조하는 것도 온당치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지만 결국 상위 업체들에 집중된다. 가만히 놔둔다고 당장 판도가 바뀌지 않는다”며, “작은 업체들이 표준장비를 개발해 시장에 선보여도 단가가 높아 판매가 저조하다. 범용성이 생기면서 특정 검사 항목에 대한 범주가 형성되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단가도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시장을 달래기 위해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내부 자정이 불가능한 현재 상황에서 머신비전 솔루션 관련 정책자금이 투입될 때 컨소시엄으로 형성된 공통된 솔루션에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국책 과제 선정시 표준화 범용 머신비전 장비를 고려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한편, 현재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정부지원금에 크게 의지하고 있으며 여전히 도입 의지가 미약하다. 이는 적확한 솔루션을 찾기 어려워 투자 가치를 느끼기 힘든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인더스트리뉴스> 조사결과 업체들이 검사 자동화로 선 듯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이유로 머신비전에 대한 비용 부담(54.9%)이 가장 크게 조사됐다. 아울러, 기술적 어려움 33.8%, 관리 운영담당자의 부재 31%, 머신비전에 대한 무지 25.4%, 현장에 도입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16.9%, 낮은 신뢰도 9.9%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명확한 사업전략에 기반한 머신비전 솔루션 도입으로 나타나는 효과 및 변화를 정밀하고 체계적으로 가시화해야 해 중소기업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산업연구원(KIET)은 중소기업 동향분석을 통해 소규모 업체일수록 디지털전환이라는 새로운 혁신 흐름의 편익을 향유하지 못하고 되레 Digital Divided로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IET 관계자는 “수용성 제고 측면에서 중소기업 상황에 맞는 실행 용이한 모델을 적극 발굴해 제시하고 운용 역량 제고를 위해 교육, 훈련이 수반돼야 한다”며, “명확한 목적성 사업전략에 기반한 수요기업의 투자 유인과 비즈니스 모델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검사가 필요한 잠재시장까지 포함하면 커스터마이징 부문은 광활한 바다와 같다.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팩토리로 갈 수밖에 없는 숙명인데 장기적으로 보면 머신비전이 현장에 파고들 여지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머신비전 솔루션들에게 중소기업들과 보폭을 맞추기 위한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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