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모듈의 변화, 효율 정복 향한 레이스 시작됐다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1.04.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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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적, 하프컷 기술 적용 대세… 차기 시장 선점 위한 n타입 개발 활발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모듈은 변화의 물결이 가장 거센 분야다. 1954년 미국의 Bell 연구소가 효율 4%의 실리콘 전지를 개발한 이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온 태양전지는 PERC 기술개발과 함께 커다란 변혁을 이뤄냈다. 이전까지 주를 이뤘던 다결정(Poly)에서 단결정(Mono)으로 무게 추가 옮겨진 것이다.

다결정 대비 높은 효율이라는 장점과 함께 높은 가격이라는 단점도 보유했던 단결정은 PECR 기술개발과 함께 가격에서 경쟁력을 얻게 됐고, 상용화에 속도를 올렸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가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탑티어 제조기업들이 매출 및 수익성을 강화하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단결정 모듈의 가격이 더욱 하락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출력, 고효율이라는 트렌드는 태양광 모듈 시장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utoimage]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태양광 모듈가격은 단결정 실리콘 모듈 0.208달러/W, 다결정 실리콘 모듈 0.187달러/W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각각 19.7%, 17% 하락한 수치다. 2021년은 폴리실리콘 가격하락 및 웨이퍼 기술 발전 등 추가적 절감요인으로 인해 태양광 모듈 가격은 2020년 대비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수출입은행은 ‘2020년 1분기 태양광 산업동향 보고서’를 통해 모듈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해 단결정 모듈의 경우 0.2달러/W가 깨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가격경쟁력에서 앞섰던 다결정이었지만, 효율에서 강점을 보였던 단결정이 큰 폭으로 원가가 하락함에 따라 다결정은 가격면에서도 경쟁력을 잃어버린 상황이다. 이후 전세계 태양광 시장은 빠르게 단결정 모듈로 재편됐다.

바야흐로 고출력, 고효율 시대

단결정이 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하면서 태양광 모듈의 효율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단결정 태양전지의 전환효율은 약 20% 전후를 기록 중이다. 이는 단결정의 부상뿐만 아니라 셀의 구성을 달리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기업간 노력도 곁들여진 결과다.

이전까지는 일반 풀셀 모델이 시장의 대세였지만, 현재 대부분의 기업이 하프컷 모델과 하프컷에 멀티버스바(MBB)를 적용해 효율과 내구성을 높인 태양광 모듈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하프컷 기술은 열 손실 및 온도 감소, 약 5% 모듈 발전량 및 장기 신뢰성 증가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류저감 현상을 방지해 음영에 대한 영향이 적고, 핫스팟 온도 10~25℃가 감소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출력의 경우 2018년부터 시작된 웨이퍼 사이즈 확대와 함께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당시 주를 이뤘던 M2(156.75mm) 보다 M3(158.75mm)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하는 단결정 모듈이 등장하면서 크기를 키운 웨이퍼로 인한 출력량 증가가 발전소의 BOS 비용을 절감하고, 셀 및 모듈 제조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최근의 M6(166mm)부터 M12(210mm)까지 더욱 높은 출력에 도달하기 위한 기업간 모듈 크기 경쟁도 여기서부터 기인한다. 출력을 높이기 위해 웨이퍼 셀의 크기를 키움에 따라 모듈 크기 역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주도한 중국 글로벌 톱티어 모듈 제조기업들은 최근의 고출력에 대한 니즈 아래 600W+급 모듈도 세상에 내놓고 있다.

모듈 출력 확대만이 능사는 아니다. 크기를 키운다는 것은 모듈 한 장의 무게가 무거워짐을 의미하고, 이는 유통 및 시공 과정에서 파손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조심스레 M12 셀 크기 이상의 제작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더욱이 최근 입지를 넓혀가는 양면모듈의 경우 G2G 적용 시 전후면 모두에 글라스가 사용되기 때문에 무게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지난해부터 셀 크기를 키운 양면모듈을 공급 중인 현대에너지솔루션은 G2B를 채택, 크기는 키우면서 모듈 무게를 줄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신성이엔지 모듈영업팀 이민영 팀장은 “지난해부터 셀 사이즈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신성이엔지 역시 올해 3분기부터는 M10 셀의 모듈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이엔지 역시 투명 백시트를 활용한 G2B를 채택, G2G가 가진 단점을 상쇄시켰다.

한화큐셀, 신성이엔지 등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기업들은 셀간 간격을 최소화해 모듈 면적당 효율과 출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큐셀의 갭리스(Gapless) 기술은 이러한 노력을 대표하는 결과물이다. 셀과 셀 사이의 간격을 줄이고 확보된 공간만큼 더욱 많은 셀을 배치해 출력을 향상시켰다. 셀 사이 2~3mm 간격을 제거하면, 전체 패널 표면적에 더욱 많은 셀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태양광 흡수량이 증가해 전체 패널 효율을 향상시키는 이론이다. 이는 매우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며, 한화큐셀을 비롯해 다수의 기업들이 셀간 간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면, 또는 양면모듈 선택에 앞서 발전소 주변 환경, 입지 및 설치조건 등을 고려한 후 더욱 유리한 모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진=utoimage]

입지 넓혀가는 양면모듈, 아직은 선택의 시대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

최근 일부 국내 태양광발전 사업주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우스갯소리로 양면모듈의 우수함을 알리고 있다. 후면 추가 발전량을 통해 단면모듈 대비 최대 30%까지 얻을 수 있는 양면모듈은 최근의 트렌드에 완벽히 부합하는 제품이다. 더욱이 지속적인 REC 하락으로 인해 수익성 극대화 방안을 찾는 태양광발전사업에게 양면모듈은 더욱 매력적인 제품이 될 수밖에 없다.

제조기업들 역시 이러한 수요에 발맞춰 양면모듈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화큐셀, 신성이엔지, 현대에너지솔루션 등의 기업들은 이미 양면모듈을 시장에 선보였거나 올해 내로 출시 계획을 밝혔다. 중국 기업들은 초고출력 양면모듈로 국내 태양광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화큐셀 M&S 영업2팀 이다진 팀장은 “하나의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더라도 높은 출력과 효율, 나아가 제대로 된 AS를 보증할 수 있어야 태양광발전 설비단가가 낮아지고, 그리드 패리티 달성도 당겨진다”며, “이에 한화큐셀은 LCOE를 낮추기 위한 노력으로 고출력, 고효율의 양면모듈을 지속 출시할 계획”이라고 양면모듈 출시 계획에 대해 밝혔다.

그러나 양면모듈이 ‘항상 옳다’고 할 수만은 없다. 단면모듈 대비 확실히 좋은 제품이라는 것에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지만,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양면모듈 선택 시 지면 활용도, 주변 환경 요건 등 후면을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아스트로너지쏠라코리아 임영화 이사는 이에 대해 “양면모듈의 경우 설치환경에 따라, 또는 모듈 설치 높이 및 각도 등에 따라 발전량이 큰 차이를 나타낸다”며, “무조건적인 양면모듈 사용을 지향하기 보다는 태양광발전소의 주변 환경, 설치조건을 고려한 모듈 선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n타입, 새로운 태양전지 시대 이끌까

최근의 태양광 모듈 시장 트렌드를 정의하는 단어는 ‘고출력, 고효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트렌드가 모듈 발전을 이끌어왔고, 앞으로의 태양광 시장도 이끌 것이라는 견해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지는 점으로, 앞으로는 효율에 기업간 경쟁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바로 ‘n타입’ 모듈의 부상이다.

현재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n타입 태양광 모듈을 공급 중인 기업은 LG전자가 유일하다. 그만큼 P타입 모듈이 대부분의 시장 수요를 소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전세계로 범위를 확대 적용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n타입이 가지는 장점은 분명하다. P타입 모듈과 n타입은 모듈은 어떠한 웨이퍼를 사용하느냐에 따른 차이로, 기본적으로 P타입 대비 n타입 모듈의 발전효율이 더욱 높게 나온다. 글로벌 탑티어 제조기업간 모듈 효율 비교 시, n타입 IBC 모듈을 공급 중인 Sunpower, LG전자가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일반적인 단결정 모듈이 Boron과 산소 결합체 생성에 의한 초기 출력저하현상(Light Induced Degradation, LID)을 겪는데 반해, N타입 셀은 LID로 인한 출력저하현상도 거의 없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n타입 모듈이 시장 규모를 키우지 못하던 이유로는 가격적인 부분이 작용한다. 그러나 최근의 괄목할만한 성장으로, P타입 단결정 모듈 효율이 실험실 효율 수준에 근접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더욱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는 n타입 개발에 눈을 돌리며, n타입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돌입한 모습이다.

JA솔라 영업부 이유미 팀장은 “Energy Trend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P형 PERC 셀 생산능력은 2020년 199.7GW”라며, “단결정 PERC 전지의 전환효율은 21.8~23%, 실험실 단결정 PERC의 효율은 약 24%에 달한다. 이는 양산하는 PERC 셀이 실험실에서 생산한 셀의 전환효율에 근접했으며, 대량 생산이 실현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라고 최근의 셀 제조현황에 대해 밝혔다.

이어 이 팀장은 “단기적으로는 TOPCon 기술 방식이 원가절감에 효과적이고 생산효율에 이점이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HJT기술을 적용한 셀의 대량 양산 잠재력이 더욱 크다”며, “Energy Trend 분석에 따르면, 현재 모든 기업의 중장기 계획은 HJT+IBC(HBC), TOPCon+IBC(TBC) 및 셀 중첩 기술연구개발”이라고 n타입 모듈이 점차 시장점유율을 넓힐 것으로 전망했다.

n타입 모듈에 대한 도전은 비단 중국 기업만의 트렌드가 아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차기 태양전지 주자로 유력한 n타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월 진행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차세대 셀·모듈은 1차적으로 올해부터 내년 사이 N타입 탑콘(TOPcon) 모듈 개발에 나설 것”이라며, 현재 모듈 대비 N타입 탑콘 모듈은 셀 효율 1% 향상을 목표하고 있음을 밝혔다.

최근 국산 모듈 제조기업들은 탠덤 셀 등 한 발 빠른 기술선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utoimage]

국내 기업들, 3세대 태양전지 개발 열기 ‘후끈’

지난해 9월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국산 태양광 모듈 점유율은 67.4%를 기록, 전년 상반기(79.8%) 대비 12.4% 하락했다. 국내 태양광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가도에 오른 이후, 시장점유율 향상을 국내외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린뉴딜’이라는 훈풍으로 인해 더욱 성장이 예상되는 국내 태양광 시장이기 때문에 점유율 향상을 위한 경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최근 국내 모듈 제조기업들은 한 발 빠른 기술선점을 통해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에너지솔루션 김기범 부장은 “탑콘(TOPCon), 헤테로정션(heterojunction) 등 24% 이상의 고효율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다”며, “2025년까지 효율 30% 이상의 초고효율 탠덤 태양전지를 사용한 모듈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큐셀은 국내 학계·중소기업과 함께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며, 이들 한화큐셀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주관한 2020년 하반기 신재생에너지 R&D 신규평가에서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 태양광 셀’ 국책과제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다수의 기업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당장 상용화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보편적으로 2024년에서 2025년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안전성 및 신뢰성 부분에서 부족하기 때문이다.

영남대학교 화학공학부 박진호 교수/공학박사는 이러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 전망에 대해 “현재 실리콘 태양전지의 최고 효율이 25%에 육박하고 있는데,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는 30~35%에 육박하는 태양전지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품 특성에 걸맞은 적절한 수명과 높은 효율, 유연성 및 반투명성, 칼라구현 가능성 등 장수명 이외의 특성 구현과 함께 상용화 가능한 수준의 제조단가 구현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리라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2021년 국내 태양광 시장은 차기 패권을 잡기 위한 기업간 기술개발 경쟁이 매우 치열할 전망이다. 차기 태양광 시대를 열 주자는 누가 될지, 어떠한 태양전지가 새로운 왕좌에 올라설지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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