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뒀던 환부 도려내야”… ‘DX·ESG’로 퇴출 압박받는 한계기업에 안전판 마련 시급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1.04.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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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 교육 등 구조조정 전담기구 필요해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한계기업이 막다른 길목에 서 있다. 코로나가 부추긴 DX(디지털전환),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라는 시대적 화두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계기업들을 더욱 불안감 속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방치될 경우 실업과 투자자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는 가운데 구조개혁을 위한 방안에 관심이 모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계기업을 방치할 경우 대규모 실업과 투자자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는 가운데 구조개혁을 위한 방안에 관심이 모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utoimage]
한계기업을 방치할 경우 대규모 실업과 투자자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는 가운데 구조개혁 방안에 관심이 모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utoimage]

한계기업은 핵심 영업능력이 미흡해 정부 및 금융권 지원 없이 파산을 면하기 어려운 실정에 처한 기업으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경우에 해당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수치는 영업활동으로 부채조달비용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했음을 뜻한다.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기업일수록 통상 규모가 작고 수익성은 열악하며, 부채 비율이 높아 소규모·저수익·고차입의 특징을 보인다.

코로나가 이러한 한계기업들을 무더기로 양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0년 3분기 유가증권,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결산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40%를 넘어섰고 특히, 팬데믹 사태로 항공운수 업종에 해당하는 모든 기업들이 한계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업, 호텔, 레저 등 산업에서도 한계기업이 속출하면서 비중이 60%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덮어뒀던 환부가 더 이상 곪지 않도록 한계기업들을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저금리 기조에서 이자상환 부담이 크지 않았다는 반응이었지만, 이제 저금리로 기업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기업의 영업능력이 더 빠른 속도로 저하되는 양상이어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02년 4월부터 2020년 12월말까지 이자보상배율 구간별 포트폴리오 성과를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기업일수록 흑자전환과 같이 영업환경의 즉각적인 개선보다는 기업이 만성적으로 한계상태에 머무르는 양태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한계기업의 저마진 구조는 시장의 가격경쟁 구조를 왜곡해 정상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에 악영향을 미치며, 전체적인 산업 활력도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한계기업의 구조개혁이 힘을 받고 있다.

ESG까지 가세하며 한계기업들의 설자리는 더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사진=utoimage]
ESG까지 가세하며 한계기업들의 설자리는 더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사진=utoimage]

특히, ESG까지 가세하며 한계기업들의 설자리는 더 좁아지고 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 및 지속 가능성 이슈를 중시하면서 기업이 제품 개발 뿐 아니라 모든 경영 과정에서 ESG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최근 공개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모범규준 개정안이 윤곽을 드러내는 등 한계기업들의 대출 문턱은 점차 높아지고 기업 부채를 자본으로 출자전환하라는 압박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은 자체 잣대 모델을 통해 기업의 ESG 활동성을 평가한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 KB금융, 우리금융이 ESG전략위원회를 창설하고, 우수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금리를 낮추고 한도를 늘리는 우대대출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DX도 한계기업들을 낙오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혁신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데 아무도 부인하지 않지만, 적지 않은 투자가 수반돼야 하므로 한계기업들에겐 이 또한 도전이다. 

DX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업무, 생산설비 등을 자동화하고 고도화를 위해 데이터 수집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금융 및 자원 제약으로 이들 기업이 수천만원 인프라 솔루션 도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버거울 수밖에 없고,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전담인력 부재로 인해 연이어 비용과 인력을 투입한다는 점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보안과 개인 정보 위험 관리 등은 언감생심이다. 데이터가 경쟁력인 시대, 데이터경제가 본격화되면 한계기업들이 도태돼 밀려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계기업 구조개혁과 관련해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확대하고 전직훈련을 강화하는 등 구조조정 사유에 한해 고용 안전망이 요구된다. [사진=utoimage]
한계기업 구조개혁과 관련해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확대하고 전직훈련을 강화하는 등 구조조정 사유에 한해 고용 안전망이 요구된다. [사진=utoimage]

충격 완화할 안전판 마련돼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효과적인 한계기업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사전적인 대비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한계기업은 재무구조 부실화가 심각하고, 영업활동의 근본적인 개선이 요원해 자체 역량으로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

구조개혁이 시작되면 대규모 실업과 투자자 피해 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고 국가 전반으로 영향이 파급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에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요구되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한계기업의 경우 청산가치가 낮고 소규모 기업 비중이 높아 시장중심 구조조정 유인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효과적인 부실채권 정리와 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구조조정 전담기구의 설치를 검토해 볼 수 있다”며,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확대하고 전직훈련을 강화하는 등 구조조정 사유에 한해 고용 안전망을 확충해 대규모 실업에 대한 우려로 기업구조조정이 지연되는 현상을 완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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