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전기차 주행거리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음극 소재 개발…차세대 음극 소재 상용화 성큼”
  • 권선형 기자
  • 승인 2021.07.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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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극 전처리 용액 활용해 흑연-실리콘 혼합소재 초기효율 100% 달성

[인더스트리뉴스 권선형 기자]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배터리를 완충하면 100%로 표시되지만 이론적으로는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중 10~30% 정도가 사라진 수치다. 배터리의 생산과 안정화 공정에서 첫 충전 시 리튬이온의 일정량이 영구적으로 손실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튬의 초기 손실만 막아내더라도 전기차의 주행거리나 스마트폰의 사용 시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 초기 손실을 막아 기존 배터리 용량을 2.6배 늘리는 음극 소재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이민아 박사, 에너지소재연구센터 홍지현 박사,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정향수 박사 공동연구팀이 실리콘 함량을 50% 이상으로 늘림으로써 기존 대비 2.6배 이상의 용량을 갖는 음극 소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7월 15일 밝혔다.

KIST 연구진이 개발한 전처리 용액을 적용한 고용량 전지를 평가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KIST]
KIST 연구진이 개발한 전처리 용액을 적용한 고용량 전지를 평가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KIST]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리튬저장반응이 상이한 흑연과 실리콘에 동시에 적용 가능한 사전리튬화 용액을 최초로 개발했다. 연구진은 용매와 리튬 간 상호작용의 세기를 조절함으로써 흑연-실리콘 전극 내 흑연 구조 붕괴를 방지하며 리튬만 효과적으로 삽입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 15% 미만으로 제한됐던 흑연-실리콘 복합전극 내의 고용량 실리콘의 함량을 높여 차세대 고용량 음극의 새로운 제조전략을 제시했다.

차세대 음극 소재로 주목받는 흑연-실리콘 복합전극

상용화된 리튬 배터리는 대부분 음극 소재로 흑연을 사용하고 있지만, 차세대 음극 소재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실리콘이다. 실리콘은 흑연보다 에너지 저장능력이 5~10배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흑연에 비해 3배가량 많은 양의 리튬을 소모해 흑연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이에 현실적인 차세대 음극 소재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흑연과 실리콘을 혼합한 흑연-실리콘 복합전극. 단점은 실리콘의 함량이 높을수록 용량은 커지지만 초기 손실도 높아지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실리콘 함량을 15%이상으로 늘리지 못하고 있다. 실리콘 함량을 50%로 했을 때는 전체 리튬의 40%가 초기에 손실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손실될 리튬을 음극에 미리 추가로 공급해주는 사전리튬화 방법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이민아 박사팀은 전극을 특수한 용액에 담갔다 빼는 공정을 개발해 실리콘 전극의 초기 리튬 소모를 차단한 바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이 공정을 상용화 가능성이 큰 흑연-실리콘 혼합소재에 적용했다. 전극 파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용액 내 분자들의 상호작용의 세기를 조절해 새로운 조성의 용액을 개발했다. 이 용액은 실리콘과 흑연이 혼합된 전극에서도 안정적으로 손실될 리튬을 공급할 수 있게 한다.

KIST 청정신기술연구본부 연구진이 개발한 탄소-실리콘 복합음극용 전처리용액 [사진=KIST]
KIST 청정신기술연구본부 연구진이 개발한 탄소-실리콘 복합음극용 전처리용액 [사진=KIST]

기존 배터리보다 용량 2.6배↑, 내구성 시험 후에도 87.3% 용량 유지

이번에 개발한 용액에 흑연-실리콘 전극을 1분 정도 담궈, 실리콘 비율을 50%까지 올려도 초기에 리튬이 소모가 완전히 차단됐다. 첫 충전 시 1% 이하의 리튬을 소모해 100%에 가까운 높은 초기효율을 보였다. 이를 통해 개발한 전극은 기존 흑연만 사용한 음극에 비해 약 2.6배 높은 용량을 가졌다. 250회 충·방전하는 내구성 시험 후에도 87.3%의 용량이 유지되는 우수한 수명 특성을 보였다.

KIST 이민아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15% 이내에 머물던 흑연-실리콘 복합음극 내의 실리콘 함량을 50% 이상으로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보다 높은 용량을 지니는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다”라며, “향후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KIST 홍지현 박사는 “KIST 내부 연구원들의 활발한 협력 연구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있었기에 우수한 성과를 얻는 것이 가능했다”라며, “안전하고 대량 양산에 적합한 기술로 실제 산업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KIST 청정신기술연구본부 연구팀, 좌측 상단부터 최진관 학생연구원, 홍지현 선임연구원, 정향수 선임연구원, 이민아 선임연구원 [사진=KIST]
KIST 청정신기술연구본부 연구팀, 좌측 상단부터 최진관 학생연구원, 홍지현 선임연구원, 정향수 선임연구원, 이민아 선임연구원 [사진=KIST]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주요사업, 한국연구재단 개인연구사업(중견연구, 신진연구) 및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IF:15.419, JCR 분야 상위 6.621%)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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