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려치기, 기술탈취 언제까지 참는 것이 상책?… ‘하도급법 개정안’ 구원투수로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1.12.17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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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부터 분쟁소송까지 관여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부당특약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과징금, 손해배상책임 제도적 장치들이 존재하지만, 보복 우려 때문에 속앓이만 하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 가운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원사업자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포함된 하도급법 개정안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결제조건 공시, 사전 기술편취 규율 등 총 8개 법안으로 구성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개사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36.4% 가량이 불공정거래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사진=utoimage]

개정안은 기업들이 가장 토로하는 대금계약부터 조준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개사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36.4% 가량이 불공정거래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유형별로 후려치기·미지급·감액 등 납품대금 건이 41.8%로 가장 많았으며, 계약서 미발급 특약 등 부당계약이 23.6%, 계약중단 13.7% 순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는 작금과 같은 시기에도 기업들이 단가조정 말도 못 꺼내고 냉가슴만 쓸어 담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해 하도급대금을 조정할 수 있지만, 협상력 효과 측면에서 미비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가 나선다. 풍부한 연구조사를 포석으로, 표준원가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협상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개정안은 하도급업체의 책임없는 사유로 원자재 가격 등이 예상 보다 낮을 경우에서도 조정 신청사유에 포함시켰다. 

한편, 통상 원사업자와 1차 협력사 간 거래조건 관련 정보가 베일에 쌓여있다 보니 2차, 3차 이하 협력사로 갈수록 조건이 더 열악해지는 양상이었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의 결제조건을 공시할 의무를 부과해 투명성을 제고했다. 또한, 하도급계약 체결 전 교섭단계에서 원사업자가 기술자료를 제공받아 유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개정안에서는 하도급 계약 체결 전 기술 유용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는 작금과 같은 시기에 기업들이 단가조정 말도 못 꺼내고 냉가슴만 쓸어 담고 있다. [사진=utoimage]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는 작금과 같은 시기에 기업들이 단가조정 말도 못 꺼내고 냉가슴만 쓸어 담고 있다. [사진=utoimage]

피해구제까지 두텁게 보호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불공정거래 대처법을 묻는 질문에 36.8%가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외에 법원소송 24.3%, 자율 분쟁조정 21.4% 순이었다. 대처에 소극적인 이유는 보복조치 28.4%, 피해복구방법 부재 24.2%, 경영악화 18.4% 등을 우려해서였다.

시정조치, 과징금 부과 등 현행법은 신속한 피해구제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피해기업들은 별도의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는다. 하지만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중소기업이 변호사를 고용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고, 최종선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등 이중고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개정안에는 공정거래법상 동의의결제도 피해구제도 아우를 수 있는 보호장치를 뒀다. 동의의결제도는 공정위의 조사․심의를 받고 있는 사업자가 불공정한 거래내용의 자발적 해결, 수급사업자의 피해구제 등 시정방안을 공정위에 제출하고, 공정위가 그 시정방안이 적절하다고 인정하면, 위법성을 판단하지 않고 시정 방안과 같은 의결로 사건을 종결시키는 제도다. 불이행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정부 관계자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현장에 맞는 표준하도급계약서가 사용되고, 기술유용 행위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개정 법률안이 공포되는 대로 조속히 하위 법령을 정비하여, 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할 계획이다”고 언급했다. 

개정안은 정부 이송, 국무회의 등을 거쳐 공표된다. 표준하도급계약서 제․개정 방식의 다양화, 계약체결 전 기술편취행위 규율, 수소법원의 소송중지제도 도입, 동의의결제도 도입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나머지 개정 조항은 공포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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