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에 비토 놓는 전세계 어민들… EU도 지리멸렬한 신경전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2.01.05 1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해관계자 갈등관리 역량 키워야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바다가 삶의 터전인 어민들을 달래지 못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도 비슷한 사례가 관측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최근 미국 수산업이 석유·가스 업계 로비단체와 손을 잡고 해상풍력에 제동을 걸고 있다. 로이터(Reuters)에 따르면 수산유통업체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를 비롯해 뉴욕 및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주 수협(어업인협동조합) 등 관련 단체들은 빈야드윈드(Vineyard Wind)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중단하라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수 만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다,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어서 각국이 해상풍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utoimage]
수 만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다,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어서 각국이 해상풍력  발전단지 구축에 적극적인 모양새이다. [사진=utoimage]

바이든 정부는 석유·가스 생산을 줄이고 해상풍력을 키우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수 만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다,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어서이다. 미국은 육상풍력이 발달해 있지만 해상풍력의 경우 지난 2016년에서야 5개 터빈이 구축된 30MW 규모의 블록아일랜드(Block Island Wind Farm)와 버지니아(Virginia) 주 연방수역 2개의 터빈 정도가 공식 집계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역 곳곳에 30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구축하고 1,000만 가구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한다는 복안이다.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5월 승인한 빈야드윈드는 미국 최초의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로 최근 800MW 규모의 빈야드윈드1(Vineyard Wind 1) 단계에 돌입했다. GE의 Haliade-X 터빈 62개가 투입돼 2023년 매사추세츠 주 4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하지만 야심찬 계획에 수산업자 및 어민들이 비토를 놓고 있다. 텍사스공공정책재단(TPPF) 변호인들이 이들을 대변하는데 TPPF는 엑손모바일(Exxon Mobile), 셰브론(Chevron) 등 석유·가스 메이저들을 지원한 조직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들은 모든 미국인이 합법적인 방식으로 생계를 꾸릴 수 있어야 한다며, 해상풍력 발전이 가속화 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어업인들이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항로를 방해하고, 오징어와 가리비 같은 수산자원에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된다”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협상 과정에서 어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를 통해 밝혔다. 

수산업자들과 어민들은 풍력터빈의 건설 및 운영에서 기인한 소음이 잠재적으로 수산자원에 피해를 주고, 해저 구조물에 다양한 생물이 자리잡게 돼 종의 분포가 변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미국 해역 곳곳에서 해상풍력의 환경적 영향이 충분히 연구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고 반발했다. 

수심이 깊어 부유식 해상풍력이 적용될 예정인 미국 서부에서도 어민들이 성토하고 있다. 태평양연안어선협회(PCFFA)는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때문에 어망을 설치할 자리가 없어지고, 풍력터빈이 어선 레이더 시스템을 방해 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내려 놓을 수 없다고 가디언(Guardian)을 통해 밝혔다. 어민들은 해상풍력 발전단지 및 해저케이블 때문에 어업공간이 줄어들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활동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피력했다. 

대만 어민들도 뿔이 났다. 대만은 2025년까지 5.7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구축을 목표하고 있다. 대만은 지난해 7월 해상풍력 개발 제한구역을 표기한 자료(해도)를 발표했다. 항공, 레이더, 군사통제, 선박안전, 보존 및 어업 항로, 어업, 국방 등 용도로 구역이 나눠졌다.

하지만 어민들은 개발자의 이익에 편중한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윈린연안어업협회(Wunlin OFA)는 서안 해역 어업지역은 거의 보호받지 못한다며 어민들의 생계를 위해 육지로부터 약 15km, 수심 30m 내에는 해상풍력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주장했다고 자국 언론매체(TaipeiTimes)가 전했다. 대만대학교 한 교수(Lu Hsin yi)는 “어민들은 바다를 농지로 삼고 있다. 이들의 지혜를 보존해야 한다”며, “연안어업은 국민들에게 접근성 좋고 영양가 높은 식품을 제공한다. 식량 안보 측면에서 연안어업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해상풍력이 성숙한 단계로 접어든 유럽 또한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유럽 해상풍력의 85%는 북해지역에 집중돼 있는데 유럽 국가들 또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늘리면서 연안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에 어민들과 마찰이 불거지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7월 7일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수산자원, 생물 다양성, 연근해어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의원들은 압도적으로 많은 찬성표를 던지며 안건을 통과시켰다.(찬성 512 반대 21, 기권 159표)

주요 내용은 발전 프로젝트에 어민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공정하게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유럽 전체 어선의 80%를 차지하는 연안어선의 타격이 불가피해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발전단지 해역을 가로지르는 어선에 대한 보험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해상풍력이 바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풍황계측 현상답사 [사진=오스테드]
인천 해역 풍황계측 현장답사 [사진=오스테드]

갈등 봉합할 공공 역량 제고

해외사례를 봐도 해상풍력 사업의 성패는 어민들과의 이견차를 좁혀야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어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 및 지자체의 갈등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우리나라는 타 신재생에너지원에 비해더 많은 REC 가중치를 배정하며 해상풍력 사업을 유도하고 있지만, 어민들 수용성 문제에 가로막히며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1년 풍력 보급량 추정치가 100MW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환경연구원 조공장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와 지자체의 갈등관리 역량이 중요하다. 오픈된 사회적 대화로 투명성을 높이는 ‘추진방식의 민주화’가 재생에너지의 살길이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