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사업성 커진다… 주요 기업 투자 증가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2.06.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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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증가에 따른 설비 투자 확대, “재활용 비용이 매립보다 저렴해질 것”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국내 태양광 시장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태양광 폐패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응에 한창인 가운데,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도 태양광 폐패널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 움직임에 나섰다.

블룸버그NEF는 태양광 폐패널 발생규모를 2035년에는 연간 100만t, 그리고 2050년에는 연 1,000만t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utoimage]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의 일부 태양광 기업이 오는 2030년대에 대량의 태양광 폐패널 발생을 예상하며, 앞으로 불거질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태양광 패널 재활용에 대한 투자를 증가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의 수명은 보통 25~30년에 달하기 때문에 아직은 패널의 수명이 상당 기간 남아 있으며, 일부 훼손이나 노후로 버려지는 태양광 패널은 대부분 쓰레기로 처리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폐패널로부터 유리와 알루미늄, 구리, 실리콘, 은, 납 등의 회수 작업은 수익성이 없는 상태이나, 전문가들은 현재 태양광 전력의 빠른 보급 속도를 감안할 때 향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소재 가치, 2030년 4억5,000만 달러 추정

블룸버그NEF(BloombergNEF)는 2021년 발생한 폐패널의 규모는 3만t 수준이었으나 2035년에는 연간 100만t, 그리고 2050년에는 연 1,000만t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IRENA)는 태양광 패널에서 회수한 소재의 가치가 2030년과 2050년까지 각각 4억5,000만 달러와 1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세계 최대 태양광 전력 공급사 중 하나인 이베르드롤라(Iberdrola)는 앞으로 태양광 폐패널이 대량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폐기물 관리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태양광 패널 재활용을 전담하는 새로운 기업을 수립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르드롤라는 현재 연간 2,000t에 못 미치는 스페인의 태양광 패널 폐기물 규모가 1만t을 초과하는 시기가 도래하면, 태양광 패널 재활용 산업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으로는 2027년~2028년을 전망했다.

미국의 태양광 패널 제조기업 퍼스트솔라(First Solar)의 공장은 이미 태양광 패널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설비를 갖추고 있으나 재활용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애리조나주 중남부에 소재한 도시인 템피(Tempe)에 태양광 패널 재활용 센터 건립을 고려하고 있다.

퍼스트솔라는 무게 기준 태양광 폐패널의 95%를 회수할 수 있다. 이중 일부는 새 패널 생산에 활용하고 다른 소재는 병이나 고무 매트, 자전거 핸들 등의 제조에 투입되는데, 주로 에너지 기업인 퍼스트솔라의 고객 대부분이 패널 재활용을 위한 비용 지불에 동의한 상황이다.

퍼스트솔라 패트릭 뷸러(Patrick Buehler) 최고품질책임자는 “앞으로 재활용 과정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지속가능한 소재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 태양광 패널 재활용을 통해 수익이 창출될 것”이라며, “재활용 비용이 매립보다 저렴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NEF가 추정한 태양광 폐패널 가치 [출처=에너지경제연구원]
블룸버그NEF가 추정한 태양광 폐패널 가치 [출처=에너지경제연구원]

“폐패널 재활용 수익성 향상 위해 각국 정부의 의무화 필요”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에 대한 투자가치는 분명하지만, 아직까지는 태양광 패널 수거와 소재 분리 비용이 소재의 가치보다 더 높기 때문에 태양광 패널 재활용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태양광 패널 재활용을 의무화해야한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에서 회수 가능한 부품의 가치는 2020년 9월 기준 톤(t)당 551달러였으나 패널 수집과 소재의 분리・제련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됐다.

블룸버그NEF 제니 체이즈(Jenny Chase)는 “현재의 재활용 비용을 감안할 때 태양광 패널을 소규모로 재활용할 가치가 없다”며, “현재는 관련 정책이 있는 지역에서만 재활용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85%의 패널 수거와 80%의 패널 재활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EU는 태양광 패널을 수입하는 기업이 그 처리도 담당하도록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기업이 패널 처리를 위해 업계 주도의 재활용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있다.

EU 법에 의거해 태양광 패널은 전자기기 폐기물로 분류된다. 관련 법규에 따라서 폐기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베르드롤라 오거스틴 델가도(Agustin Delgado) 최고 지속가능성・혁신 책임자 역시 개선돼야 할 점을 지적하며, “태양광 패널에 적용되는 기준이 있다면, 재활용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태양광 폐패널의 재활용을 놓고 전세계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태양광 폐패널에 대한 재활용을 의무화하며, 회수한 폐패널의 약 80% 이상의 재활용을 요구하고 있는 유럽은 더욱 높은 수치의 재활용률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일본도 단순 폐기비용 적립을 넘어선 태양광 패널 재활용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은 주 정부와 산업체를 중심으로 재활용 관련 정책이 수립되고 있다.

이에 반해 태양광 EPR 시행 반년여를 앞둔 국내 태양광 시장은 업계와 환경부간 깊어진 갈등으로 시행 이전부터 파열음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향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폐패널에 대한 환경적 문제뿐만 아니라 하나의 수익모델로서 활용할 수 있도록 긴밀한 협조와 전략적 움직임이 하루빨리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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