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 중 3곳, “고객사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 RE100 선택 아닌 필수인 시대 왔다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2.08.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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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국내 제조기업 300개 대상 RE100 참여 현황 조사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글로벌 기업을 넘어 최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RE100 참여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 10곳 중 3곳에서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제품 생산과정에서의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직·간접적으로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 10곳 중 3곳에서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제품 생산과정에서의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직·간접적으로 요구받고 있지만, 높은 비용과 부족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 인해 기업들이 참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utoimage]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8월 17일부터 25일까지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대기업 80개, 중견기업 220개)를 대상으로 ‘국내 제조기업의 RE100 참여 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14.7%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고 응답했다고 29일 밝혔다. 응답 기업 중 대기업은 28.8%, 중견기업은 9.5%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민간의 자발적 캠페인이다. 최근 RE100 캠페인에 동참하는 기업은 꾸준히 증가 하고 있으며, 8월 현재 애플, 구글, BMW 등 379개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SK그룹 7개사,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22개사가 이미 RE100 에 가입했으며, 삼성전자는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RE100 캠페인 자체는 구속력이 없지만 ,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내 협력사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면서 관련 국내 기업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는 단계다.

‘2021년 글로벌 RE100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 중 77개사는 공급망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국내 한 제조기업 관계자는 “실제 해외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청받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기 꺼려하는 기업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RE100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에 큰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족한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비싼 RE100 이행 비용’ 기업 참여의 최대 걸림돌

국내 기업들은 RE100 참여에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비용 부담(35.0%)’을 꼽았다. 이어 관련 제도 및 인프라 미흡(23.7%), 정보 부족(23.1%), 전문인력 부족(17.4%)순으로 응답했다.

국내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RE100 이행을 위해선 직접 재생에너지발전설비를 짓거나, 녹색프리미엄제도를 통해 웃돈을 주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거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 세 가지 조달 방식에 드는 비용이 각각 유럽의 1.5~2배 수준”이라며, “특히, 수십 년 동안 일회성으로 구매해야하는 녹색프리미엄, REC 구매 등은 중소·중견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제조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발전설비를 설치하려면, 주민 민원 등 이해관계자와의 갈등 문제가 발생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발전사업자와 같이 주민 연계형 사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정부-기업-주민 협력프로젝트를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또 다른 근본적인 문제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 현상을 지적했다. 2021년 국내 전력 다소비기업 상위 30개사를 대상으로 한전의 전력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국내 전력 소비 상위 5개 기업은 47.7TWh, 30개 기업은 102.9TWh의 전력을 소비했다. 이에 반해 2021년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TWh에 불과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실시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조사’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은 7.43%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약 30%에 달하는 OECD 평균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의 국내 RE100 가입 기업의 전력 소비량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보다 적은 상황”이라며, “향후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력 다소비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RE100 참여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 확대 요구,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 대비해야”

국내 기업들의 RE100 참여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이 필요할까? 기업들이 희망하는 정책과제로는 ‘경제적 인센티브 확대(25.1%)’가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재생에너지 구매를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23.2%)’,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 확대(19.8%)’, ‘정보 및 재생에너지 사업자 매칭 컨설팅 지원(16.5%)’, ‘망사용료, 수수료 등 부대비용 인하(14.9%)’, ‘기타(0.5%)’순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라 대한상공회의소는 △PPA 주민참여형 사업에 인센티브 제공 △녹색요금제 구매시 부가비용 면제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대형사업에 민간기업 참여 확대 △PPA 부가비용 최소화 등 6개의 정책 지원과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국내 재생에너지 여건을 고려해 RE100 대신 CF100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응답기업의 62.2%는 ‘국내 현실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37.8%는 ‘실효성이 없다’고 응답했다.

CF100(‘24/7 Carbon-Free Energy’)은 24시간 일주일 내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풍력, 태양력, 원자력발전 등의 무탄소에너지원으로 실시간 공급받아 사용하자는 캠페인이다.

RE100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데 비해 CF100은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자력발전, 연료전지 등도 포함된다.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세계적으로 70여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김녹영 탄소중립센터장은 “해외 수요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기업의 중소·중견기업 협력사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협력사가 1만개 이상으로 파악되는 만큼,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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