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차전지 핵심광물 수입의존도 높아… “공급망 다변화 가져가야”
  • 이건오 기자
  • 승인 2022.12.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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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수입비중은 ‘늘고’ 미국 IRA 기준 ‘크게 부족’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최근 국제 정세에 따른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변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이차전지 핵심광물 수입의존도가 높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의 이차전지 핵심광물에 대한 수입 1위국 의존도가 이차전지 주요 경쟁국들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한국의 이차전지 핵심광물에 대한 수입 1위국 의존도가 이차전지 주요 경쟁국들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급망 취약은 물론, 수입이 미국(미국 FTA 체결국) 외 지역에 집중돼 있어 이달 말 발표되는 IRA 가이던스(하위 규정)에서 호의적 조치가 없으면 당장 내년부터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2월 15일 ‘이차전지 핵심광물 8대 품목의 공급망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며 한국의 핵식광물 의존도 및 공급망 등을 진단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이차전지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광물 8대 품목 중 △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 83.3% △황산망간·황산코발트 77.6% △산화리튬·수산화리튬 81.2% △탄산리튬89.3% △황산니켈 59% 등 5개 품목에서 특정국 의존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일본은 △이산화망간 92%과 △천연흑연 91.5% 등 2개 품목에서, 중국은 △산화니켈·수산화니켈 79.1% 품목에서 특정국 의존도가 경쟁국들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광물별 수입 1위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평균한 값은 77.1%%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을 다투는 일본 66.5%, 중국 60%, 독일 51.1%에 비해 높은 수치다.

수입국별로 살펴보면, 한국은 핵심광물 8개 품목 중 탄산리튬(칠레)과 황산니켈(핀란드)을 제외한 6개 품목을 중국에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 일본은 5개 품목을 중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여오고 있었지만, 대중국 수입의존도(수입비중)는 한국에 비해 대체적으로 낮았다. 중국·독일은 품목별로 주요 수입국에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의 핵심광물별 수입국을 상위 2개국으로 넓혀보면, 수입 쏠림현상이 더 확연해진다. 한국은 핵심광물 8개 품목 모두에서 수입 상위 2개국에 90%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은 5개, 중국은 2개, 독일은 1개 품목만 이에 해당했다.

이차전지 주요생산국들의 핵심광물별 최대수입국 비중(수입 의존도, 2020, 단위: %) [자료=UN Comtrade]

한국 핵심광물 ‘수입액’ 일본 이어 2위… 대중국 수입비중 59%까지 늘어나

보고서는 한국의 이차전지 핵심광물의 총 수입액도 일본과 함께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이차전지 핵심광물 8대 품목에 대한 전체 수입규모는 2020년 기준 10억6,000만달러로 일본(11억3,000만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으며, 중국은 4억8,000만달러, 독일은 1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차전지 주요생산국 모든 국가가 중국에 수입을 가장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액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58.7%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았으며, 일본 41%, 독일 14.6% 순으로 뒤를 이었다. 중국이 이차전지 핵심광물을 가장 많이 들여오는 나라는 칠레 38.3%였다. 한편, 한국의 이차전지 핵심광물 전체 수입액 중 대중국 수입 비중은 2010년 35.6%에서 2020년 58.7%로 10년 새 23%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국·미국 등 핵심광물 부존량이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국가들과 이차전지 글로벌 시장을 다투는 것은 큰 핸디캡을 안고 경기에 임하는 것과 같다”며, “제2의 반도체라 불리며 한국경제의 차세대 먹거리로 자리한 이차전지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특정국에 대한 지나친 수입의존도와 큰 규모의 수입액은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핵심광물 8대 품목의 총 수입액 추이(단위: 천 달러) [자료=UN Comtrade]

미국 관련 수입 비중 평균 15%… IRA 보조금 요건 40%에 크게 부족

한국이 미국 및 미국의 FTA 체결국으로부터 핵심광물을 수입하는 비중은 평균 15%로 조사됐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미국 IRA 보조금 요건인 4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탄산리튬의 대부분을 미국과 FTA를 체결한 칠레로부터 들여오고 있을 뿐 △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 0.03% △황산망간·황산코발트 2.6% △산화리튬·수산화리튬 15.2% 등 다른 광물의 수입 비중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8개 품목 전체 수입액 중 미국 또는 미국 FTA 체결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은 33.5% 정도지만, 이는 칠레로부터 수입하는 탄산리튬의 수입액 규모가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탄산리튬을 제외한 7개 품목의 총 수입액 중 대미국 또는 대미국 FTA 체결국 비중은 10.1%로 단기간에 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수입처 다변화·기술개발 절실

보고서는 최근 첨단산업분야 자국우선주의 심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공급망 위기요인이 가중되고 있어 이차전지 핵심광물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IRA 시행, EU의 핵심원자재법 입법 논의 등 저마다 첨단산업과 핵심자원을 경제안보 이슈로 다루고 있는 상황이 핵심광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이차전지 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 등 다른 경쟁국들은 광물 부존량과 조달상황이 한국보다 우위에 있어 상대적으로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에 유리한 위치라고 진단했다.

대한상의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핵심광물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는 이차전지 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핵심광물의 지나친 특정국 의존도가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정부는 외교력을 결집해 공급망 위험을 분산시키는 한편, 기업은 코발트프리 배터리 등 희소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원천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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