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터뷰] 한전 이명환 에너지신사업처장, “에너지신사업 생태계 조성 마중물 역할 할 것”
  • 이건오 기자
  • 승인 2023.03.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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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분야 트렌드 변화 반영해 미래 에너지사업 상생의 길 모색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급변하고 있는 에너지 산업의 미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장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비롯해 디지털 전환과 분산전원 등 굵직한 변화 요인으로 새로운 에너지 서비스와 사업모델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에 대한 중요성도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치솟는 에너지 가격 등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큰 위기를 겪었고, 에너지를 바라보는 무게 중심을 친환경에서 공급안정성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도 했다.

에너지 산업의 변화와 안보가 균형 있게 추진돼야 지속적인 국제적 경쟁에서도 안정된 위치에 있을 수 있다. 이에 중앙집중형 전력시장 구조를 갖춘 우리나라에서 한전의 역할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전력 이명환 에너지신사업처장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본지는 한국전력 에너지신사업처 이명환 처장을 만나 국내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한전의 신사업 방향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명환 에너지신사업처장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에너지 안보 달성 못지않게 중요한 시대적 사명”이라고 언급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탈탄소·고효율 에너지시스템 구축은 전력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최대 과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도 탈탄소화, 분산화, 디지털화라는 전력분야 메가트렌드를 주요 경영 목표에 반영해 탄소중립의 선도적 이행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며, “청정에너지 중심의 전력시스템으로 전환하고 나아가 국가와 고객을 대상으로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혁신·스타트업 등 다양한 주체들과의 에너지신사업 생태계 조성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산업 전반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추진하고 있는 한전 에너지신사업처의 사업내용과 방향은?

한전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전력산업 트렌드 변화를 반영해 전력사업과 연관성이 크고 국민 편익을 높일 수 있는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 △국가산업단지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스마트시티를 통한 에너지효율 향상 △영농형 태양광 확산 및 수소 에너지 상용화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에너지 정책은 대규모 생산·전달·소비에서 소규모 분산에너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으며,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의 확대와 효율적 운영을 통해 공급 여건에 맞춰 수요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에 △EVC 유연성 자원화를 위한 VGI 기술 개발 및 사업화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활용한 전기차 충전 플러스DR △AMP(선박 육상전원공급장치)를 통한 전기화 신수요 발굴 △MG(마이크로그리드) 에너지데이터 유통체계 구축을 통한 신서비스 확대 사업 등을 추진 중에 있다.

제주 서귀포시에 구축된 전기차 문화공간 ‘에코라운지’ [사진=한전 에너지신사업처]

한전 에너지신사업처의 그간 성과를 소개한다면?

먼저 한전은 국내 전기차 보급 확산을 위해 선제적으로 충전인프라를 구축해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전체 충전기 약 11만기 중 약 9%에 해당하는 1만여기의 충전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유소처럼 편리한 충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심·주거지역을 비롯해 고속도로·국도 휴게소와 충전 소외 지역까지 적시적소에 충전인프라가 확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한전의 로밍 플랫폼인 ChargeLink(차지링크)를 기반으로 고객이 1개의 카드로 타사의 충전기를 별도의 장치나 추가 이용요금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충전 예약, 주차요금 간편 결제, 전자 지급, 고장 진단 등 다양한 융합 서비스도 개발해 전기차 충전 고객의 편익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더불어 민간 중소 충전사업자가 별도의 시스템 구축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충전 시장에 진입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전의 전기차 충전기 운영시스템 내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두 번째는 수요지 인근에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소비-거래하는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이행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수주한 구미 ‘스마트그린산단 에너지 자급자족 인프라 구축사업’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이 사업은 에너지 다소비 저효율 구조의 노후 산업단지에 신재생발전소와 지능형 전력망인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함으로써 친환경 에너지 자급자족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세 번째는 좁은 국토에 따른 부지확보 곤란, 우량농지 잠식, 산림 훼손 등 기존 태양광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농업과 태양광 사업을 병행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 기술 모델 개발 및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입지에 적용이 가능하도록 대규모 사업화형, 경량형, 수직펜스형 등 3개 기술 모델을 개발 중에 있고, 충남 태안군과 협력해 2개 마을에 시범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부응하고 에너지 전환에 기여하기 위해 그린수소 관련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나주에 국내 최대 규모인 2MW급, 울산에 1MW급 그린수소 생산 및 운영 기술을 실증 중에 있으며, 향후 10MW급 이상의 수전해 설비의 상용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개최된 구미 저탄소 대표모델 산단 지정 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이명환 에너지신사업처장 [사진=한전 에너지신사업처]

에너지신사업처 취임 이후 더욱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민간기업 및 전기사용자가 에너지신사업에 참여해 편익을 공유하고, 사업 참여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콘텐츠가 구현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신기술 기반의 다양한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을 실증하고 관련 규제 정비를 통한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에너지신사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간 나름 노력은 해왔지만 민간협력을 통한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 발굴 노력이 부족했고, 시장 및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에너지신사업분야의 실증 인프라 제공과 사업화를 위한 제도개선이 미흡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기존에 없는 새로운 에너지신사업 솔루션 발굴 및 서비스 설계를 통한 민간참여 활성화를 유도하고 에너지신사업 실증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다양한 플레이어와의 협업을 통해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발굴해 사업화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에너지 산업에서 협업으로 인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출현하고 있는데 관련된 계획이나 민간기업과의 협업 방향은?

차세대 에너지신사업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데이터 비즈니스가 그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스타트업에 한전이 보유한 전력 데이터 정보를 제공하고, 혁신기업과 부가서비스·S/W 공동개발 및 기술 교류·협력 강화 등을 통해 다양한 혁신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아울러 PV·ESS·EMS 등 에너지 분야의 다양한 민간전문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시스템·제도마련 등 에너지신사업 확산 기반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특히, 민간참여 플랫폼 기반 신 서비스 구현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마이크로그리드 내 에너지빅데이터 수집·유통을 위한 ‘Data Free Zone’을 구축하고 있고 에너지 혁신기업이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빅데이터를 개방해 에너지신사업 생태계 조성에 마중물 역할을 할 계획이다.

또 민간기업 및 전기사용자가 에너지신사업에 참여해 편익을 공유하고, 사업 참여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콘텐츠가 구현될 수 있는 선순환 체계 구축의 성공적 사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한전 에너지신사업처(사진 왼쪽 두 번째 이명환 처장) 직원들이 회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소개할 수 있는 협업 사례가 있다면?

전기차 충전 서비스 기업들과 충전 서비스 향상 및 상생협력을 위해 전기차 충전 사업 협의체 ‘ChargeLink 얼라이언스’를 결성한 바 있다. 한전은 로밍 서비스에 플랫폼 기반의 다양한 충전 편의 서비스가 업그레이드된 ‘ChargeLink 2.0’을 출시하고 30개 얼라이언스 파트너 사와 협력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한 ‘ChargeLink 얼라이언스’ 파트너사는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충전기와 운영시스템 간 통신규격 국가 표준화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 계통의 유연성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개발 및 제도 개선에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

한전은 전기차 충전 플랫폼을 근간으로 비즈니스 영역과 그리드를 연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한 중개의 장을 제공하고, 로밍·클라우드·PKI·V2G와 같은 솔루션을 제공해 국내 충전 사업의 백본망과 충전데이터 허브 플랫폼 역할을 해 나갈 예정이다.

앞서 언급된 사업을 추진하면서 제도나 인식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가 있다면?

먼저 민간기업과 에너지신사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협업하는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의 규제혁신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소개하면, 전기차 충전기 사업은 전기공급약관에 따라 특정지역에 충전기가 설치가 돼 있어야 하며 충전서비스도 지정된 구역에서만 제공이 가능하다. 별도의 전기차 충전 구역을 경유하지 않고 이동형 충전서비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가 장소와 시간 제약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전기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잉여전력을 피크시간대에 전력회사에 판매 가능케 한다면 피크시간대의 전기차 잉여전력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ESS 충·방전 거래는 재생에너지의 거래와 달리 전기사용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ESS 충·방전사업자가 전기사용자와 전력 직접거래 방안이 마련된다면 ESS 사업자와 전기사용자간 충·방전 전력거래 실현 및 피크 절감을 통한 계통수용능력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로 다양한 마이크로그리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마이크로그리드 전용 에너지거래 약관, 망 이용료, 충·방전 요금 등의 요금제 등의 제도 구축이 필요하고, 새로 구축된 제도와 비즈니스 모델의 실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규제 특례를 활용하려고 한다. 분산에너지특구와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해 전력거래 실증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고 V2G, 가상상계거래, ESS 전력 직거래 등 다양한 에너지신사업 모델을 실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거래제도 유연화로 프로슈머 등 민간사업 활성화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올해 한전 에너지신사업처의 중점 추진사업 내용과 계획은?

나주 혁신도시에 에너지밸리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을 통한 혁신서비스 실증 테스트베드를 조성해 민간참여 신서비스 구현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간단히 소개하면, 부하 특성을 고려한 △도심형 △캠퍼스형 △연구소형 △산업단지형 총 4개의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을 구축 및 연계해 분산·수요 자원을 확보하고 △자율주행 셔틀 △친환경 선박 △융합형 VPP △V2G 카쉐어링 등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에너지밸리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사업은 신기술 기반의 새로운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을 실증하고 관련 규제 정비를 통해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생태계 조성의 성공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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