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회장 “고객께 사과… 사실에 입각해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우리은행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 및 개인사업자에 최근 4년간 616억원 상당을 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350억원은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은 부적정 대출이고, 전체 대출건 중 269억원에서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 결과,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친인척이 실제 자금사용자로 의심되는 차주에게 모두 42건, 616억원의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전·현 대표 또는 대주주로 등재된 사실이 있는 법인과 개인사업자 등 11개 차주를 대상으로 23건, 454억원 상당의 대출을 해줬고, 원리금 대납 사실 등을 고려시 해당 친인척이 대출금의 실제 자금 사용자로 의심되는 9개 차주를 대상으로 19건, 162억원 상당의 대출도 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대출 건 가운데 다수는 모 지역본부장 주도로 취급됐고, 해당 본부장은 이미 면직됐다고 금감원 관계자는 밝혔다.
손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와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이전에는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상 대출 건은 5건, 4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손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했고,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가 재출범하면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직을 함께 수행하다가 2020년 3월 지주 회장을 연임했으며 지난해 3월 임기를 마쳤다.
금감원에 따르면 관련 대출 건 중 28건, 350억원의 경우 대출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9일 기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전체 대출 건 중 19건, 269억원에 대해 기한이익 상실 등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 금감원측의 설명이다.
차주가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를 제출했는데도 별도의 사실 확인 없이 대출을 실행했고, 담보 가치가 없는 담보물을 담보로 설정하거나 보증 여력이 없는 보증인 입보를 근거로 대출을 취급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출 심사 절차를 위반해 대출 취급 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본점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점 전결로 임의 처리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와 함께 용도 외 유용 점검 시 증빙자료를 확인하지 않아 유용 사실을 적시에 발견하지 못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와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어 “향후 금융관련법령 위반 소지와 대출 취급 시 이해 상충 여부 등에 대한 법률 검토를 토대로 제재 절차를 엄정하게 진행하는 한편, 검사과정에서 발견된 차주와 관련인의 허위 서류제출 관련 문서위조, 사기 혐의 등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금감원 검사 종료 이후인 이달 9일 기준 대출잔액은 16개업체, 25건 총 303억원이며, 단기연체와 부실대출 규모는 11개 업체, 17건, 198억원 규모”라면서 “담보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손실 예상액은 82억∼158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부당 대출 의심 건에 대해 올해 1∼3월 자체 검사를 실시해 부실 발생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 8명에 대해 면직 등 엄정한 제재조치를 했고, 신용평가와 여신취급, 채권보전 소홀 등을 확인해 전 선릉금융센터장을 면직하고, 관련 지점장 등은 감봉하는 등 부실에 대한 책임을 엄정히 물었다고 밝혔다.
또 1, 2차 자체검사 결과 및 검사 과정에서 파악된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부실여신 취급 관련인에 대해 사문서 위조와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당국에 9일 고소했다고 첨언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12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계신 고객님께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자리에서 임 회장은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등을 지목했다. 그는 “이는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여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며 “우리 모두가 철저히 반성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이번 사건과 연계된 수사 과정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면서 “시장의 의구심이 있다면 사실에 입각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은행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과거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인식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명확하게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